나만의 색깔, 남기일 매직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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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K리그 클래식 승격 지휘
2013년 8월 대행 맡은 무명 지도자… 이승기-김동섭 등 주전 떠났지만 짧은 패스-짠물 수비로 기적 일궈

프로축구에서 ‘남기일 매직’이 벌어졌다.

남기일 감독대행(40·사진)이 이끄는 K리그 챌린지(2부 리그)의 광주 FC가 K리그 클래식(1부 리그) 경남 FC와의 승강플레이오프에서 승리(1차전 3-1, 2차전 1-1)했다. 2012년 2부 리그로 떨어졌던 광주는 2015년부터 1부 리그서 뛴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였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선수 구성에서 앞선 경남의 우세를 예상했으나 광주는 이 같은 전망을 보란 듯이 뒤엎었다.

승강플레이오프 진출 과정도 극적이었다. 광주는 챌린지리그를 4위로 마쳤으나 플레이오프에서 3위 강원 FC(1-0), 2위 안산 경찰청(3-0)을 차례로 꺾고 승강플레이오프 진출권을 따냈다.

1부 리그 승격이 확정되는 순간 남 감독대행은 “체력 저하와 부상으로 힘든 상황에서 주사까지 맞아가며 뛰어준 선수들이 고맙다”며 감격에 겨운 표정을 지었다. 지난해 8월 성적 부진으로 사임한 여범규 전 감독의 뒤를 이어 광주를 이끌고 있는 남 감독대행은 지도자로서는 무명에 가까웠다. 그러나 치밀한 준비와 흔들리지 않는 자신만의 축구철학으로 팀을 이끈 지 1년여 만에 1부 리그 승격의 성과를 이루었다.

광주는 2012년 강등 이후 팀의 주축이었던 이승기(전북) 김동섭(성남) 박기동(전남)을 떠나보내며 전력이 더욱 약화된 상태였다. 남 감독대행은 대신 팀의 조직력 재건과 선수들의 정신력 강화에 힘썼다. 그는 늘 “광주만의 색깔”을 강조했다. 이는 미드필드를 거치는 짧은 패스 위주의 조직적인 전술 형태로 나타났다. 시즌 초반까지만 해도 별다른 성적이 나오지 않자 일부 팬 사이에서는 남 감독대행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터져 나왔으나 후반으로 갈수록 저력을 발휘했다. 그는 “실점을 해도 괜찮으니 우리가 연습할 때 추구했던 장면을 제대로 펼쳐 보이자”고 강조해 왔다. 눈에 띄는 점은 수비가 안정됐다는 것이다. 광주는 챌린지리그 2, 3위와의 플레이오프를 치르느라 다른 팀들보다 1∼2경기를 더 치렀으면서도 총 35실점으로 챌린지리그 전체 10개 팀 중 최소실점을 기록했다. 그러나 총 득점에서는 44득점으로 10개 팀 중 7위를 기록해 공격력 강화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호고와 경희대를 졸업한 남 감독대행은 선수 시절 부천 SK와 성남 일화에서 미드필더로 활약했다. 후반에 교체 멤버로 투입되는 경우가 많았으면서도 날카로운 중거리 슛과 위치선정으로 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그는 천안시청 플레잉코치를 거쳐 2011년 시즌을 앞두고 광주 코치가 됐다.

남 감독대행은 경기가 끝난 뒤 언론 인터뷰에서 “내년에는 클래식 잔류에 힘을 쏟아야 한다. 전북, 수원, 포항, 울산 등 쟁쟁한 대기업 구단들과 경쟁해야 한다”고 말했다. 1부 리그에서도 광주가 새로운 매직을 보여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원홍 기자 bluesky@donga.com
#남기일#광주#프로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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