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추억] 믿음의 야구로 일궈낸 웅담표 ‘OB 드라마’

  • 스포츠동아
  • 입력 2014년 11월 11일 06시 40분


김인식 전 감독은 화합과 믿음의 리더십으로 1995년 OB에 기적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선사했다. ‘국민감독 전성시대’의 서막이 오른 우승이기도 했다. 스포츠동아DB
김인식 전 감독은 화합과 믿음의 리더십으로 1995년 OB에 기적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선사했다. ‘국민감독 전성시대’의 서막이 오른 우승이기도 했다. 스포츠동아DB
■ 김인식 감독의 1995년 KS

KS 2승3패서 롯데에 4승3패 대역전극
1982년 원년 우승 이후 13년만에 우승
OB 선수단 폭력사태 등 위기 딛고 영광

2013년까지 한국시리즈(KS)가 4승3패로 끝난 사례는 총 6차례 있었다. 롯데 최동원 신화로 기록되는 1984년 KS. 현대왕조가 이뤄낸 두 차례(2000년 KS 두산전·2003년 KS SK전)의 7차전 승리. KIA의 V10을 완성한 2009년 KS(SK전)와 1승3패의 열세를 뒤엎고 사상 최초로 3년 연속 통합우승을 완성한 2013년 삼성의 KS(두산전)가 있었다.

그리고 1995년 OB(두산의 전신)의 우승이 있었다. 이 우승이 얼마나 극적이었는지는 ‘스토리’를 알아야 받아들여질 수 있다. 각각 3만 명의 홈 관중을 동원할 수 있는 OB와 롯데가 KS 7차전까지 갔기에 역대 KS 사상 최고의 흥행성과 몰입을 빚어냈던 KS였기도 했다.

● 바닥에서 우승으로…“나만 안 울었어”

OB는 1994년 8개 팀 중 7위에 불과했다. 성적도 문제였지만 전임 감독의 폭력행사와 이에 대한 고참선수들의 항명으로 팀 분위기는 최악이었다. 난파선이 된 OB를 재생시키기 위해 초빙된 사람이 바로 김인식 감독이었다. ‘화합의 달인’답게 김 감독은 재빨리 코칭스태프와 선수단, 선수단과 프런트의 갈등을 치유했다.

‘4강도 힘들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OB는 1995년 정규시즌에서 74승(47패5무)을 거둬 1위에 올랐다. 뚜렷한 전력보강 없이 1994년보다 무려 21승을 더 거둔 것이다. 1994년 우승팀이자 잠실 라이벌인 LG에 0.5경기 차 앞서 KS에 직행할 수 있었다. LG가 플레이오프에서 롯데에 패하며 탈락했지만 김용희 감독(현 SK 감독)이 이끌던 롯데도 만만치 않았다.

OB는 5차전까지 2승3패로 밀려 패배 일보직전까지 몰렸다. 그러나 6차전을 4-1로 잡더니, 7차전마저 4-2로 이기고 대역전 우승을 일궈냈다. 김 감독은 10일 “OB가 1982년 프로야구 원년 우승이후 13년만의 KS 우승이라 감격이었다. 우승을 확정하고 주위를 둘러보니까 선수들, 코치들, 구단 직원들 다 울고 있더라. 나만 안 울었다(웃음). 1994년 사태 이후에 서러웠던 마음이 우승으로 씻겨져 내려가는 것 같았다”고 당시 순간을 떠올렸다. 김 감독 지도자 인생에서도 첫 번째 KS 우승이었다. 이후 김 감독은 두산에서 2001년 KS 우승을 한 차례 더 해냈고,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전승 4강, 2009년 WBC 준우승 등을 해내며 국민감독의 반열에 올라섰다.

● 2승3패에서 역전 일궈낸 ‘믿음의 야구’

OB는 1차전에서 에이스 김상진을 내고도 패했다. 김상진은 4차전에도 패전투수였다. 그러나 김 감독은 최종결전인 7차전 선발로 김상진을 또 냈다. 김상진은 승리투수로 김 감독 특유의 ‘믿음의 야구’에 보답했다. 김 감독은 선발, 불펜을 오가던 신예 진필중을 3,6차전 선발로 투입하는 보직 파괴로 상황을 반전시켰다. 7차전 마무리는 2,6차전 선발인 권명철에게 맡겼다.

1995년 KS는 1점차 승부만 3차례 있었고, 7경기 전부가 3점 이내 점수에서 결판난 명승부의 연속이었다. 롯데는 염종석, 주형광, 윤학길, 박동희가 건재했고, 신예 김경환이 불펜에서 깜짝 활약을 펼쳤음에도 6,7차전을 내리 내주며 다잡은 우승을 놓쳤다. 7차전에서 롯데의 심장이라 불리던 2루수 박정태의 수비 실책은 OB에게 우승을 안겨준 결정적 순간이었다. 1995년 KS는 ‘단기전은 어떻게 임해야 하는지’에 관한 교본과 같은 시리즈였다. 내일이 없는 자세로 싸우되 벤치의 임기응변에서 앞선 OB가 기적을 이룰 수 있었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트위터 @matsri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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