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점프에 결선까지…기적도 넘어선 한국 男트램펄린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26일 18시 00분


남들은 무모하다고 말했다. 전문 선수는 물론 코치도 국내에 단 한명도 없었다. 6개월 안에 기술을 익히고 인천 아시아경기에 출전해야만 했다. 26일 역사적인 첫 점프를 했다. 출전 자체가 기적이었지만 기적을 넘어 결선까지 올라갔다.

한국 남자 트램펄린 대표팀이 이날 인천 남동체육관에서 열린 트램펄린 경기에 출전했다. 국내서 이 종목 대회가 열린 것은 처음이다. 한국 선수의 출전도 최초다. 스프링에 연결한 캔버스 천위에서 공중으로 뛰어올라 다양한 묘기와 기술을 보이는 체조 종목이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과 2006년 도하 아시아경기에서 각각 정식 체조 종목으로 채택됐다.

차상엽(22·한양대), 이민우(18·전남체고)는 국내 트램펄린 대표팀 1호 선수다. 모두 기계체조 선수 출신이다. 고3 때 발목이 부러지는 부상을 당한 차상엽은 체조를 그만두려고 마음먹을 무렵 대학 코치의 권유로 트램펄린을 시작했다. 이민우는 트램펄린에 관심을 갖고 있다가 대표선발 공지가 뜨자 지원해 태극마크를 달았다. 국내에서 트램펄린을 하는 선수는 5명뿐이다.
올해 2월 팀을 꾸려 3월 첫 훈련을 시작했다. 시작이 절반이라고 하지만 이들 무(無)에서 유(有)를 만들어야만 했다. 천장이 높은 훈련장을 구하기 힘들어 경북 문경의 국군체육부대에서 훈련했다. 가장 중요한 트램펄린 기구도 겨우 구해 사용했다.

이들을 가르쳐야 했던 윤창선 코치(47)는 전문 트램펄린 코치가 아니었다. 기술과 규칙을 제대로 몰라 선수와 코치가 함께 인터넷 동영상을 보고 외국 서적을 뒤져가며 공부했다. 이민우는 "기술을 펼쳐도 제대로 된 기술인가 궁금할 때가 많았다. 처음 4개월은 균형도 잡기 힘들어 수백 번이나 트램펄린 밖으로 튕겨나가 다칠 뻔한 적도 많았다"고 말했다. 수없이 시행착오를 겪던 이들에게 7월 세계 최강 중국에서 전지훈련 기회가 주어졌다. 2주간 중국 선수들의 훈련을 어깨너머로 보면서 기술을 하나하나씩 완성해갔다.

이날 국제대회 데뷔전을 치른 이민우는 "너무 긴장해 다리가 흔들려 제대로 할 수 있을지 걱정부터 됐다"고 말했다. 걱정과 달리 이민우는 10명의 선수 중 8위를 차지해 결선에 올랐다. 결선에서는 실력차를 극복하지 못하며 최하위를 기록했다. 차상엽은 실수를 저지르며 9위로 예선 탈락했다. 차상엽은 "출전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목표를 이뤘다고 생각한다. 태극마크를 달고 관중 앞에서 기술을 펼친 것만으로도 가슴 벅차다"고 말했다.

차상엽은 "중국, 일본처럼 세계적인 선수들이 나올 수 있게 트램펄린의 토대를 닦아 놓고 싶다. 가능하다면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도 출전하고 싶다"고 다짐했다. 걸음마를 뗀 이들의 점프는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인천=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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