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응룡 감독, 얼룩진 유니폼 4일째 “연승 중이잖아”

  • 스포츠동아
  • 입력 2014년 8월 29일 06시 40분


김응룡 감독. 스포츠동아DB
김응룡 감독. 스포츠동아DB
기분좋은 징크스…연승 마감에 아쉬움 남아

한화 김응룡(73·사진) 감독의 유니폼 바지에는 김치 국물이 묻어 있었다. 하얀 바지에 자리 잡은 얼룩은 유독 눈에 잘 띄었다. 그러나 김 감독은 그 바지를 다른 세탁물과 함께 내놓지 않았다. 김치 국물이 떨어지고 아랫단에 흙탕물이 튀어도 다시 입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연승 중이잖아.”

한화는 27일 대전 NC전까지 3연승을 달렸다. 그냥 승리만 한 게 아니라 내용도 좋았다. 25일 광주에서 KIA를 상대로 용병투수 앤드류 앨버스가 완봉승을 거뒀고, 26일에는 다시 용병투수 라이언 타투스코가 릴레이 호투를 하면서 희망을 밝혔다. 27일에는 에이스 이태양이 승리를 따내고 송광민이 만루홈런을 쳤다. 늘 대전에서 NC에 호되게 당했던 한화가 모처럼 자존심을 세웠다. 어느새 탈꼴찌는 물론 더 높은 순위도 바라볼 수 있게 됐다.

김 감독도 28일 대전 넥센전에 앞서 모처럼 입담을 풀었다. “옛날에는 징크스 따지는 사람들을 보면서 웃긴다고 했는데, 한화에 와서 내가 많이 약해졌는지 이런 걸 신경 쓰게 되더라”며 껄껄 웃었다. 짐짓 “바지가 깨끗한데 갈아입을 필요가 있느냐”면서 “4일째 같은 바지 입는 건 아무 것도 아니다. 예전에 흰 팬티가 노란 팬티가 될 때까지 입었다는 사람도 있고, 수염을 한 달씩 안 깎은 사람도 있다”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확실히 요즘의 한화는 활기차다. 올 시즌부터 한화 유니폼을 입은 내야수 정근우는 “이제 우리 팀 전체가 야구를 뭔가 잘 알고 한다는 느낌이 들고, 서로 도움이 되려 한다. 다들 야구장에 서로 먼저 나오려고 할 만큼 즐거운 것 같다”며 “요즘은 예전에 SK 시절 한참 좋을 때의 느낌도 난다. 한화에 와서 처음 느끼는 기분이다. 절대 질 것 같지 않다”고 증언했을 정도다. 베테랑 감독도 단단하게 다져진 팀 분위기를 덕아웃에서 몸으로 느끼는 게 당연하다.

한화는 28일 넥센에 패해 연승 행진을 마감했고, 김 감독은 5일 만에 유니폼 바지를 갈아입게 됐다. 그래도 한화가 다시 승리하는 날, 김 감독에게는 간절한 바람을 담은 징크스가 새로 생길 듯하다.

대전|배영은 기자 yeb@donga.com 트위터 @goodgo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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