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통역 전정우 씨가 말하는 앨버스와 피에

  • 스포츠동아
  • 입력 2014년 8월 15일 06시 40분


앨버스-피에(오른쪽). 스포츠동아DB
앨버스-피에(오른쪽). 스포츠동아DB
■ “이런 용병 또 없습니다”

앨버스 마운드서 흥분? 팀에 대한 책임감 때문
피에는 봉사활동 중 눈물도…착하고 여린 성격


“이렇게 팀을 생각하는 용병들 또 없습니다.”

한화 통역 담당 전정우(27) 씨는 오랜 이글스팬이다. 어린 시절부터 대전에 살았고, 자연스럽게 한화의 야구를 보며 성장했다. 캐나다에서 대학을 졸업한 경력 덕분에 한국에서 프리미어리그 레딩과 호주 여자축구 국가대표팀의 임시 통역을 맡기도 했지만, 한화가 외국인선수 담당 통역을 새로 채용한다는 공고를 보고 곧바로 지원했다. 전 씨는 “덕아웃에서 경기를 보다 문득 옆을 보면 레전드 코치님들이 서 계시고, 앞을 보면 좋아했던 선수들이 뛰고 있다. 심지어 내가 그들과 같은 옷을 입고 있다”며 “지금 함께 있는 세 명의 용병도 모두 좋은 선수들이다. 매일이 행복하다”고 했다.

사실 한화의 외국인선수들은 가끔 오해를 받기도 한다. 타자용병 펠릭스 피에는 경기 도중 돌출 행동으로 몇 차례 구설수에 올랐고, 투수용병 앤드류 앨버스는 경기가 잘 안 풀릴 때 종종 흥분하는 모습을 보여 “이기적이다”라는 손가락질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전 씨는 “경기 때 보이는 모습이 그들의 전부는 아니다. 가까이서 보면 정말 착하고 책임감이 큰 선수들”이라고 감쌌다.

인상이 다소 험상궂은 피에가 대표적이다. 전 씨는 “솔직히 피에가 정말 귀엽다. 마치 내 아들 같을 때도 있다. 나중에 결혼하면 그런 아들을 낳고 싶을 정도”라고 했다. 그만큼 착하고 여린 성격이라는 의미다. 실제로 피에는 13일 아버지가 루게릭병으로 투병 중인 이영찬(13) 군의 대전 자택을 방문해 장학금을 전달했는데, 이 군의 아버지를 보자마자 진심어린 눈물을 보여 동행한 구단 관계자들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전 씨는 “피에의 눈에 순식간에 눈물이 고이는 걸 봤다. 말하다 목소리가 뒤집어질 정도로 말문이 막혔다”며 “그냥 남들에게 보여 주기 위한 행사가 아니라 피에의 진심을 느꼈다”고 귀띔했다.

전 씨는 마운드에서 종종 흥분했던 앨버스에 대해서도 “팬들은 앨버스가 인상 쓰는 모습을 많이 기억하시지만, 사실은 팀에 대한 책임감이 가장 높은 선수가 앨버스다. 경기가 끝나면 선수들에게 먼저 사과를 건네기도 한다”며 “자신이 팀 내에서 고액 연봉자인 것도 알고, 용병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는 팀 상황도 이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한국을 방문한 앨버스의 아버지가 전 씨에게 “아들이 구단의 기대만큼 활약하지 못한 데 대해 미안한 마음을 갖고 힘들어한다”고 귀띔했을 정도란다.

결국 피에와 앨버스가 오해를 풀어나가는 비결은 ‘동료애’다. 전 씨는 “사실 내가 아무리 중간에서 노력해도 통역의 역할에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라며 “한화의 선수들이 다 용병들을 한 팀처럼 아끼고 잘 감싸주기 때문에 용병들도 팀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고 했다.

대전|배영은 기자 yeb@donga.com 트위터 @goodgo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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