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숨은 힘은 ‘달라진 밥상’

  • 스포츠동아
  • 입력 2014년 8월 15일 06시 40분


양상문 감독. 스포츠동아DB
양상문 감독. 스포츠동아DB
양상문 감독은 취임 이후 중식당 배달 금지
이달부터 클럽하우스서 전문업체 식사 대체

#한화 김응룡 감독은 해태 사령탑 시절 매일 아침 달걀 프라이를 수 십 여개 직접 부쳐 함께 데리고 살던 젊은 선수들에게 아침으로 줬다. 얼마 전 그 이유를 물었더니 노 감독은 “야구선수는 먹는 게 반이다. 혼자 40평대에 살 필요 뭐가 있을까 싶어서 7∼8명 잡아와서 매일 아침 잔뜩 먹였다”고 말했다.

#양준혁 MBC 스포츠 해설위원은 대학을 졸업하고 상무까지 다녀와 20대 중반에 프로에 데뷔했다. 그리고 2135경기를 뛰며 2318개의 안타를 쳤다. 양준혁은 30대 중반부터 대구 미군부대 출입증을 구해 영내 레스토랑에서 두터운 스테이크와 함께 샐러드를 산처럼 쌓아놓고 먹었다.

#일본프로야구에서 400승을 기록한 재일교포 김경홍(일본명 가네다 마사이치)은 1960년대 이미 고가의 식품재료를 직접 스프링캠프로 공수 자신에게 필요한 식단을 맞춰 식사를 했다. 그가 후배들에게 강조한 것은 “프로선수는 식사도 훈련이다”였다.

#선동열 KIA 감독은 삼성 사령탑 시절 일본에서 하나마쓰 고지 트레이닝 코치를 영입했다. 하나마쓰 고지 코치는 삼성선수단의 식단에서 튀김부터 빼버렸다.

최하위로 추락한 최악의 상황에서 4위를 바짝 뒤쫓으며 포스트시즌 진출에 도전하고 있는 LG가 그라운드 뿐 아니라 클럽하우스에서도 조용한 혁신이 이뤄지고 있다.

LG는 8월 초부터 홈경기 때 잠실구장에서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식사를 하고 있다. 잠실구장에는 국내 유명 급식업체가 운영하는 식당이 있다. 두산과 LG 선수단이 모두 이용할 수 있다. 선수들을 위해 매끼 고기가 포함된 고열량 고단백 식단을 제공한다. 그러나 LG 선수들은 홈경기 때 이 식당 사용을 꺼려왔다. 반대로 두산 선수들은 즐겨 찾는다. 위치 탓이었다. 식당은 두산 클럽하우스 바로 옆에 있다. 한 선수는 “홈경기 때 훈련을 마치고 조금 편안하게 식사를 하고 싶은데 잠시 후 경기해야 하는 3루 덕아웃 원정 팀 선수들을 거쳐 1루 덕아웃 뒤쪽 식당에 갔다가 다시 오는 게 번거로울 때가 많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LG 선수들은 대부분 라커로 음식을 배달시켜 저녁을 때우는 경우가 많았다. 운동선수에게 어울리지 않는 부실한 메뉴가 어쩔 수 없이 잦았다.

양상문 감독은 취임 이후 중식당 배달을 금지시켰다. 염도가 높고 기름기 많은 면류가 대부분이라 경기력이나 체력에 좋을 것이 없다는 판단이었다. 구단도 그동안 계속적으로 홈 경기 식사 문제를 고심했다. 그리고 8월 초 선수들의 편의를 위해 전문 케이터링 업체가 클럽하우스에 매 경기 저녁식사를 차리도록 했다. 식당을 이용할 수 있지만 더 편하게 건강한 식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지원이다. 아주 작은 차이지만 1년, 3년, 10년 후를 생각하면 매우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혁신이다.

잠실|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트위터 @rushlk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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