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커토픽] 빅재미 선물한 스타·감독들 쇼맨십…5만여 팬 열광

  • 스포츠동아
  • 입력 2014년 7월 28일 06시 40분


상암벌을 달군 K리그 올스타전은 백점만점이었다. 다양한 볼거리와 스토리, 감동까지 모든 요소를 채웠다. 1. 이영표를 헹가래쳤고 2. ‘국민 영웅’ 히딩크 감독(사진 왼쪽)과 박지성이 함께 했다. 3. 감독들의 심판 변신은 물론 4. 다양한 세리머니도 이채로웠다. 5. 후배에 음료수를 끼얹는 등의 짓궂은 장난은 또 다른 볼거리였다. 상암|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 @seven7sola
상암벌을 달군 K리그 올스타전은 백점만점이었다. 다양한 볼거리와 스토리, 감동까지 모든 요소를 채웠다. 1. 이영표를 헹가래쳤고 2. ‘국민 영웅’ 히딩크 감독(사진 왼쪽)과 박지성이 함께 했다. 3. 감독들의 심판 변신은 물론 4. 다양한 세리머니도 이채로웠다. 5. 후배에 음료수를 끼얹는 등의 짓궂은 장난은 또 다른 볼거리였다. 상암|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 @seven7sola
■ K리그 올스타전 성공이 던진 메시지

레전드 출전·감독들 심판 변신 등 볼거리 가득
이근호 트랙터 상경 등 치밀한 스토리 기획 참신
세월호 피해자 돕기 등 좋은 취지도 감동에 한몫

요즘 한국 축구를 논할 때 가장 자주 언급되는 표현이 ‘위기’다. 프로축구 K리그는 썰렁한 관중석으로 인해 그동안 늘 위기였고, 대표팀의

2014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은 새로운 위기를 불러왔다.

그러나 2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올스타전은 한국 축구에 한줄기 희망의 빛을 선사했다. ‘하나은행 K리그 올스타 with 팀 박지성’으로 명명된 이날 이벤트를 지켜보기 위해 5만여 명의 팬들이 상암벌을 가득 채웠고, 이들은 스토리와 감동이 어우러진 무대에 열광했다. 기대 이상이었다. 월드컵 실패뿐 아니라 항상 관중 부족에 시달리는 K리그 현실을 감안했을 때 때 흥행이 어려울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었지만 이는 기우에 그쳤다. 궂은 날씨 속에서도 뜨거운 열기를 보인 올스타전은 한국 축구, 특히 K리그와 각 구단이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 많은 시사점을 남겼다.

● 화제 만발한 다양한 볼거리

누구나 기억하는 장면이 있다. 한국 축구의 ‘영원한 캡틴’ 박지성(33)이 2002년한일월드컵 인천문학경기장에서 열린 포르투갈과의 예선 3차전에서 결승골을 터뜨린 뒤 대표팀 사령탑 거스 히딩크 감독의 품에 쏙 안기는 모습이다.

5월 현역 은퇴를 선언한 뒤 제2의 인생을 열어젖힐 박지성과 브라질월드컵 3위에 오른 네덜란드 지휘봉을 다시 잡은 히딩크 감독이 나란히 함께 한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여기에 여러 전·현직 태극전사들까지 두루 동참했다. 화제만발이었다.

아픔을 추억으로 승화시키는 모습도 흥미로웠다. 히딩크호 일원으로 참여한 2001년 홍콩 칼스버그컵에서 공을 몰고 전진하다 위기를 자초한 뒤 주전에서 벤치 멤버로 전락한 베테랑 골키퍼 김병지(전남드래곤즈)는 히딩크 감독이 지휘한 이번 올스타전에서도 ‘보란 듯이’ 같은 행동을 보여 웃음을 유발했다. K리그 사령탑들의 변신도 이채로웠다. 심판 복장에 휘슬, 깃발까지 잡은 ‘심판 자격증 미소지’의 감독들은 제자들의 플레이에 가차 없이 파울을 선언하고 옐로카드를 꺼내 모두를 폭소케 했다. 전반전 휘슬을 분 전남 하석주 감독은 엉뚱한 파울과 페널티킥까지 선언해 더 큰 웃음을 선사했다.

● 스토리 & 감동

먼저 박지성의 진짜 이별 행사라는 데 포커스가 맞춰졌다. 그는 현역 시절 동안 한 번도 K리그 그라운드를 누빈 적이 없지만 한국 축구에 기여한 공은 대단히 크다. 여기에 박지성과 절친한 선배이자 철저한 자기관리로 후배들의 귀감을 사고 있는 이영표(KBS 해설위원)가 있어 이야기에 풍성함을 더했다. 둘은 오랜 시간 대표팀에서 손발을 맞췄고, PSV 아인트호벤(네덜란드)에서 한솥밥을 먹으며 한국 선수의 유럽 도전사에 의미있는 이정표를 세웠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이 내 놓은 색다른 야심작도 있었다. ‘브라질월드컵 히어로’ 이근호(상주 상무)를 주인공으로 한 영상이었다. 올스타전 출전을 위해 상주에서 농기구 트랙터를 타고 상경한다는 내용의 시리즈 형식의 티저 영상은 엄청난 관심을 일으켰다. 치밀한 기획과 준비가 뒷받침되지 않았다면 호응을 이끌 수 없었다.

감동도 빼놓을 수 없는 코드였다. 연례행사 올스타전을 보다 참신하고 특별하게 만들어야 했던 프로연맹과 국내 자선경기를 추진한 박지성의 의지가 정확히 맞물렸다. 세월호 참사로 고통 겪는 희생자들을 위로하고, 실의에 빠진 국민들을 격려하기 위해 4월부터 꾸준히 협의를 해온 양 측이 내놓은 결실이 이번 올스타전이었다.

물론 올스타전 자체보다 ‘박지성’이 주체가 됐다는 아쉬움이 전혀 없진 않지만 꾸준한 컨텐츠 양산과 마케팅에 많은 노력을 기울인 K리그의 의지는 분명 칭찬받을 만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트위터 @yoshik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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