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다섯 ‘환갑’ 이동국, 더 날카로워진 발리슛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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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드-활동량 떨어지자 적극 시도… “한 살 많은 獨클로제 보며 자극”

프로축구 전북의 이동국(35·사진)에게는 ‘비운(悲運)’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혜성처럼 등장했던 고졸 대형 스트라이커를 한국 축구는 무척 반겼다. 하지만 모든 축구 선수들의 ‘로망’인 월드컵과 관련해서는 철저하게 불운했다.

2002 한일 월드컵 때는 거스 히딩크 감독의 부름을 받지 못했고, 출전이 유력했던 2006 독일 월드컵 직전에는 K리그 경기 중 무릎을 부여잡고 쓰러졌다. 4년을 더 기다린 남아공 월드컵 16강 우루과이전에선 결정적인 동점 득점 찬스를 날렸다. 브라질 월드컵은, 꿈만 꿨다.

축구 선수로선 환갑인 나이. 이동국은 지나간 ‘한(恨)’을 K리그에서 풀고 있다. 13일 프로축구 K리그 클래식 경남전에서는 그림 같은 발리슛으로 팀의 4-1 승리를 이끌었다. K리그 통산 160호 골. 이동국은 K리그 역대 개인 최다 득점 기록을 새로 쓰고 있다. 4경기 연속 공격 포인트에 6골로 득점 4위다. 현재 이동국과 득점 경쟁을 벌이고 있는 전남 이종호(22·9골), 포항 김승대(23·8골)는 띠동갑 후배거나 그 아래다.

이동국은 스피드와 활동량이 떨어진 대신 문전에서 발리슛 빈도를 높이고 있다. 발리슛은 이동국의 전매특허다. 2004년 독일과의 평가전에서 180도 회전해 터뜨린 발리슛은 당시 골을 허용한 세계적인 골키퍼 올리버 칸도 엄지를 세웠을 정도다.

이제는 슈팅 전 불필요한 동작을 줄이고 볼을 발등에 정확하게 얹는 ‘임팩트’에 요령이 붙었다. 경남전에서의 슈팅도 지면과 90도 가까운 각도로 떨어지는 볼을 정확하게 골문 구석으로 보냈다. 이동국은 “학생 때부터 어떻게 하면 쉽게 골을 넣을지 생각하다가 나온 답이 논스톱으로 차는 발리슛이었다. 꾸준한 연습의 결과”라고 말했다. 발리슛을 위해선 몸의 균형이 필수. 그가 하체 운동을 게을리하지 않는 이유다.

이번 브라질 월드컵에서 맹활약한 독일의 미로슬라프 클로제(36)는 이동국보다 한 살 많다. 헤딩의 달인답게 이번에도 위력적인 헤딩 솜씨를 여러 차례 선보였고 월드컵 개인 최다 득점(16골) 기록도 세웠다. 이동국은 “클로제는 감동이었다. 선수에게 나이는 숫자에 불과한 편견이다”라고 말했다. 클로제의 헤딩을 극찬한 이동국은 ‘발리슛’에 마지막 자존심을 걸고 있다.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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