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중근의 투혼으로 끊어낸 LG 5연패 사슬

  • 스포츠동아
  • 입력 2014년 4월 26일 06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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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봉중근. 스포츠동아DB
LG 봉중근. 스포츠동아DB
전날 43구 투구에도 연패 끊겠다는 강력한 의지로 불펜대기
3-2로 앞선 9회초 1사 1루서 등판해 천신만고 끝에 세이브


25일 잠실구장. KIA전을 앞둔 LG 선수들은 여전히 무거운 분위기였다.

LG는 23일 김기태 감독이 자진사퇴했지만 대구 3연전에서 모두 패하고 홈 잠실로 돌아왔다. 1패가 주는 부담은 그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큰 중압감으로 팀 전체를 짓누르고 있었다.

김 감독 대신 팀 지휘를 맡은 조계현 수석코치(감독대행)는 이날 경기에 앞서 애써 밝은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목소리도 크게 내고 취재진의 질문에도 적극적으로 답했다. 훈련을 마치고 클럽하우스로 이동하던 투수 봉중근(34)도 평소보다 더 큰 목소리로 취재진에 인사했다.

조 수석코치는 “봉중근이 먼저 코칭스태프를 찾아와 ‘오늘 꼭 던지고 싶다’고 말했다. 강상수 투수코치에게 전해 듣고 ‘오늘 쉬어야 되는 거 아니냐?’고 되물었는데 워낙 본인 의지가 강하다고 한다”며 “전날(24일) 경기도 비록 연장전까지 가서 패했지만 불펜이 강한 삼성을 상대로 경기 종반 다시 역전을 하기도 했다. 선수들 모두 같은 마음으로 열심히 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봉중근은 24일 대구 삼성전에서 1.2이닝 동안 11타자를 상대해 5안타 2실점하며 시즌 첫 패배를 기록했다. 연장까지 이어진 치열한 접전상황에서 43개의 공을 던졌다.

LG로서는 1승이 절실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이날 패배가 더 아팠다. 마무리투수로 43개의 투구는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었다. 연투할 경우 체력적인 부담은 매우 클 수밖에 없다. 그러나 봉중근은 연패를 꼭 끊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을 코치진에 전하며 불펜 대기를 자청했다.

LG는 웬만하면 봉중근을 쓰지 않으려고 했지만 등판 상황이 만들어지고 말았다. 3-2로 앞선 9회초 1사 후 이동현이 김선빈에게 중전안타를 맞자 조계현 감독대행은 불펜에서 몸을 풀던 봉중근을 호출했다.

과정은 힘들었다. 비장한 표정으로 마운드에 오른 봉중근은 박기남을 좌익수 플라이로 잡았지만, 신종길에게 좌전안타를 맞아 2사 1·2루 위기에 몰렸다. 전날 많은 투구수 때문인지 구위가 많이 떨어져 있었다. 그러나 결국 브렛 필을 투수 땅볼로 유도해 승리를 마무리했다. 필의 강습타구가 자신의 글러브를 맞고 뒤로 흘렀지만 봉중근은 필사적으로 뒤로 달려가 공을 잡은 뒤 1루에 송구하면서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아냈다.

행운도 따랐다. TV 느린 화면으로는 1루수 김용의의 발이 공을 받는 시점에 1루에서 떨어지는 장면이 포착됐지만, 1루심이 위치한 자리에서는 이를 확인하기 어려웠던 것. 결국 ‘타이밍상’ 1루심의 아웃 선언이 이어지면서 LG는 5연패의 늪에서 탈출했고, 떠나간 김기태 감독에게 뒤늦은 승리를 선물할 수 있게 됐다.

잠실|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트위터 @rushlk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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