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주먹 불끈, 복수의 시작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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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37세 최고참 주희정 3점포 5발… 모비스에 재역전승… 1패 뒤 반격
작년 챔프전 이후 PS 5연패 탈출

‘람보 슈터’로 유명했던 문경은 SK 감독은 습한 날씨에 득점력이 더욱 폭발했다. 습기를 머금은 가죽공이 촉촉해져 손끝 감각이 살아나고 회전도 잘 먹어 성공률이 높아진다는 게 그의 설명. 25일 SK와 모비스의 4강 플레이오프(5전 3선승제) 2차전이 열린 울산은 봄비가 촉촉이 내려 습도는 90%를 넘겼다. 1차전에서 패한 문 감독은 경기 전 “우리 슈팅이 살아나기 바란다. 누군가 미쳐야 한다. 우리보다 선수층이 얇은 모비스는 1쿼터부터 철저한 전면 강압수비로 봉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문 감독의 이런 간절한 바람을 17시즌째 코트를 지키고 있는 SK 최고참 주희정(37·사진)이 들어줬다. 문 감독이 삼성에서 뛰던 2001년 우승을 합작했던 주희정(16득점)은 4쿼터에만 3점슛 3개를 꽂으며 10점을 집중시켜 74-69의 승리를 이끌었다. SK는 1승 1패를 기록해 27일 3차전이 열리는 안방인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을 향한 상경길을 가볍게 했다.

경기 전 주희정은 “패기와 의지로 맞서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패할 경우 탈락 위기에 빠지는 데다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 모비스를 상대로 4전 전패의 수모를 안아서였다. 1차전에서 2점에 그쳤던 주희정은 속공 기회에서 과감한 3점슛으로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렸다. SK에서 유일하게 챔프전 우승 경험이 있는 주희정은 “감독님과 함께 뛸 때 슈팅을 많이 배웠다. 결정적인 상황에서 과감하게 던지라고 감독님이 조언해줬다. 비가 오면 힘이 난다”며 웃었다. 문 감독은 “희정이가 시원시원하게 해줬다. 모비스에 리바운드와 턴오버에서 뒤졌지만 외곽슛이 승인”이라고 했다.

53-58로 뒤진 4쿼터 중반 3점슛을 터뜨려 추격의 발판을 마련한 주희정은 64-64이던 경기 종료 3분 10초 전 다시 3점슛을 꽂은 뒤 경기 종료 1분58초 전에는 팀에 5점차 리드를 안기는 축포까지 쏘아올렸다. 양손을 모두 쓰는 주희정은 철저하게 SK 선수들을 취약 지역인 왼쪽 코너로 몰아 길목을 차단하는 유기적인 모비스의 수비에도 자유로울 수 있었다.

주희정이 정규리그를 포함해 시즌 개인 최다인 3점슛 5개를 적중시킨 SK는 3점슛 22개를 시도해 45%인 10개를 성공시켰다. 1차전에서 3득점으로 부진했던 SK 김선형은 14점을 보탰고 코트니 심스도 17점을 넣었다.

양동근(17득점)과 문태영(22득점)이 버틴 모비스는 전반에 시도한 3점슛 9개가 모두 실패하는 외곽슛 난조에 허덕이며 플레이오프 8연승을 마감했다. 모비스는 24%의 성공률로 3점슛 4개만을 득점으로 연결시켰다. 유재학 모비스 감독은 “어려운 경기를 잘 뒤집었는데 막판 선수 교체에서 내가 악수(惡手)를 뒀다. 슈팅이 안 됐을 뿐 나쁜 내용은 아니었다. 안 들어갈수록 적극적인 공격을 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울산=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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