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명규 부회장 퇴진…빙상연맹 개혁 탄력 받나?

  • 스포츠동아
  • 입력 2014년 3월 18일 07시 00분


■ 마침내 칼 빼든 빙상연맹

빙상계 대부 불구 문제 터질때마다 이름 거론
안현수 부친 “전씨 횡포” 주장에 비난 최고조

일부선 “썩은 뿌리 다 뽑아내야 진정한 개혁”
“전 부회장 반대파 역시 또 다른 파벌”우려도


대한빙상경기연맹이 마침내 칼을 빼들었다. 17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전명규 부회장이 2014소치동계올림픽 성적 부진에 책임을 지고 자진사퇴했다”고 발표했다. 더불어 조직 운영과 선수 선발, 2018평창동계올림픽 준비 등 모든 분야에서 근본적 혁신방안을 도출하기 위해 ‘평창 대비 빙상발전위원회’를 출범시키기로 했다. 김재열 대한빙상경기연맹 회장은 “연맹 차원에서 개혁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다. 평창동계올림픽이라는 국가 중대사를 더 잘 치르기 위

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 곪을 대로 곪은 빙상연맹

한국쇼트트랙의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남자쇼트트랙대표팀이 소치올림픽과 2014세계선수권대회에서 잇달아 부진을 보이면서 문제점이 수면 위로 부상했을 뿐, 오래 전부터 여기저기 곪은 모습을 보여왔다. 핵심 배후인물로 전명규 부회장이 지목돼왔다. 특히 소치올림픽에서 3관왕에 오른 빅토르 안(29·한국명 안현수)의 부친 안기원 씨가 “아들의 귀화 배경에 파벌싸움이 있었고, 연맹 고위 임원 전 씨의 횡포가 심했다”고 주장하면서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전 부회장은 1987년부터 지도자로, 2009년부터 빙상연맹 고위 임원으로 일하면서 한국쇼트트랙을 세계 정상에 올려놓은 인물이다. 선수를 발굴하는 빼어난 안목과 능수능란한 작전을 통해 한국에 수많은 올림픽 금메달을 안겼다. 그러나 모든 일에는 ‘명’이 있으면 ‘암’이 있기 마련이다. 빙상연맹의 문제점이 지적될 때마다 전 부회장의 이름이 거론됐다. 이번에도 전 부회장이 타깃이 됐고, 소치올림픽 성적 부진의 책임을 지고 자진사퇴의 형식으로 옷을 벗었다.

● 진짜 개혁할 수 있을까?

전명규 부회장은 2010년에도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이른바 ‘짬짜미 파문’이 일자 책임을 지고 한 차례 물러난 바 있다. 그러나 2년 뒤 현장에 복귀했고, 조용한 행보를 이어갔다. 한 빙상 관계자는 “쇼트트랙의 문제점은 하루 이틀 된 게 아니다. 진정한 혁신을 바란다면 썩은 뿌리를 모조리 뽑아내고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전 부회장이 빙상연맹을 독단적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비판해온 반대파 역시 또 다른 파벌을 형성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게다가 전 부회장이 한국빙상의 발전에 이바지한 것 또한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동안 파벌싸움과 국가대표 선발 과정의 부조리 등으로 인해 ‘바람 잘 날 없었던’ 빙상연맹이다. 그때마다 늘 변화를 꾀했지만 단순한 보여주기에 그쳤다. 이번에는 과연 진정한 개혁을 이룰 수 있을지 주목된다.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트위터 @hong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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