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원 수첩] 벤치서 지켜본 동료의 골잔치, 왓포드서 박주영의 봄은 올까

  • 스포츠동아
  • 입력 2014년 3월 3일 07시 00분


박주영. 사진캡쳐|왓포드 홈페이지
박주영. 사진캡쳐|왓포드 홈페이지
2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비커리지 로드. 박주영(사진)의 왓포드는 블랙풀과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 리그) 33라운드 홈경기에서 4-0 쾌승을 거뒀다. 마시아스 라네지와 트로이 디니가 각각 두 골씩 넣은 왓포드는 이날 승리와 함께 챔피언십 11위로 도약했다.

하지만 기대했던 장면은 없었다. 박주영은 벤치에서 시작했고, 벤치에서 마무리했다. 박주영은 팀이 3-0으로 앞선 채 맞이한 하프타임 때 동료들과 그라운드에 들어서 땀을 흘렸다. 그런데 박주영은 호출 받지 못했다. 왓포드는 후반 3장의 교체카드를 모두 썼지만 쥐스페 산니노 감독은 박주영을 투입시키지 않았다. 오히려 산니노 감독은 경기 후 공식 인터뷰에서 의미심장한 한 마디를 남겼다. “지난 주 볼턴 원정은 최악이었다. 그날 결과와 내용이 너무 미안하다.”

산니노 감독이 언급한 볼턴 원정은 박주영이 왓포드 긴급 임대 후 처음 선발로 나섰던 경기였다. 당시 박주영은 61분을 소화했지만 단 한 번의 슛을 시도하지도 못한 채 후반 중반 교체 아웃됐다. 오히려 이번 블랙풀전을 통해 녹록하지 않은 팀 내 주전 경쟁 체제를 재확인했을 뿐이었다. 왓포드 핵심 포워드 디니 뿐만 아니라 겨울이적시장에서 수혈된 라네지의 활약은 굉장히 뛰어났다. 산니노 감독은 “모든 면에서 만족스러웠다. 홈에서 첫 선을 보인 라네지의 활약이 눈부셨고, 디니는 월드 클래스급”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결국 박주영에게는 블랙풀전 대승이 꼭 반갑지만은 않다. 2014브라질월드컵 출전이란 큰 목표를 위해 하위 리그, 그것도 중소 클럽으로 유니폼을 바꿔 입은 그다. 거듭된 결장과 코칭스태프의 외면 등을 겪은 프리미어리그 아스널에서의 상황이 왓포드에서도 반복되고 있다. 어쩌면 상황은 훨씬 심각할 수 있다. 세계적인 스타가 많은 아스널과 왓포드는 분명 다르다. 현재 기류라면 팀이 아닌, 개인 경쟁력에 물음표가 달릴 수 있다.

대표팀 홍명보 감독은 작년 여름 부임 이후 지켜왔던 “소속 팀에서의 꾸준한 활약과 출전이 중요하다”던 대표 선발 원칙까지 깨고, 6일(한국시간) 그리스 피레우스에서 열릴 그리스 원정 평가전 엔트리에 박주영을 합류시켰다. 스승의 믿음에 부합하기 위해서는 확실한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데 여전히 안개 정국이다.

런던(영국)|허유미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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