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소치 ‘위대한 도전’] 태극썰매 개척자 - 雪上 모험가 “소치 기적만 남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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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광배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 부회장(오른쪽)과 김진해 대한스키협회 부회장이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파크텔 앞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강광배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 부회장(오른쪽)과 김진해 대한스키협회 부회장이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파크텔 앞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하하. 축하합니다.”

만나자마자 서로 축하 인사부터 건넸다. 14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파크텔에서 만난 ‘썰매 개척자’ 강광배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 부회장(42)과 ‘설상 모험가’ 김진해 대한스키협회 부회장(53)은 한껏 들떠 있었다. 한국 썰매와 설상 종목은 소치 겨울올림픽에 사상 최대 인원 출전을 앞두고 있다. 지금까지 빙상 종목에 밀려 기를 펴지 못했던 두 종목은 소치 올림픽을 발판으로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에서 메달까지 노리고 있다. 한국 썰매와 설상 종목이 이처럼 눈에 띄는 발전을 한 데에는 두 사람의 노력이 컸다.

○ 스폰서 구하러 하루에 수십 명 만나


“키가 180cm도 안 되는 애가 두 손으로 농구 림을 잡아.”

이 한마디에 강 부회장의 귀가 번쩍 뜨였다. 2012년 여름 스켈리턴 선수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던 강 부회장은 신림고에서 체육을 가르치던 김태영 교사에게서 학생 한 명을 추천받았다. 강 부회장은 당장 그 학생에게 전화를 걸었다. 당시 태평하게 집에서 낮잠을 자고 있던 고3 학생은 그로부터 불과 1년여 만에 태극마크를 달고 올림픽에 출전한다. 한국 스켈리턴의 희망으로 떠오른 윤성빈(20·한국체대) 얘기다.

윤성빈을 비롯해 봅슬레이 대표팀의 원윤종(29·경기연맹), 김동현(27·강원도청) 등 모두 강 부회장이 전국을 찾아다니며 추천을 받고 선발전을 통해 발굴한 선수다. 루지와 스켈리턴, 봅슬레이 선수로 모두 올림픽 무대를 밟은 강 부회장은 누구보다 앞장서서 썰매 종목 발전에 노력했다.

2009년까지 봅슬레이 대표팀은 빌린 썰매를 타고 대회에 출전했다. 당시 강 부회장은 대표팀을 후원해 줄 기업을 찾기 위해 하루에 수십 명을 만나며 지원을 부탁했다. 강 부회장은 “훈련하기도 바빴지만 빌린 썰매를 타고는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은 물론이고 올림픽 출전도 힘들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강 부회장의 노력 끝에 봅슬레이 대표팀은 대우인터내셔널과 대한체육회의 도움을 받아 새 썰매를 구입해 밴쿠버 겨울올림픽에 출전했다. 강원 평창 알펜시아 부근에 스타트 훈련장을 짓는 데도 큰 역할을 했다. 강 부회장은 “선수로 뛰면서 느꼈던 문제점을 후배들이 되풀이해 겪지 않도록 노력했다. 소치에서는 결선 진출로 가능성을 보여야 한다. 그래야 평창에서 메달을 딸 수 있다”고 말했다.

○ 아무도 신경 안 쓰는 종목 발굴에 노력


김 부회장은 모험가로 통한다. 아무도 도전하지 않은 설상 종목을 눈여겨봤다가 가능성 있는 선수들을 발굴해 적극적으로 육성해 왔다. 소치 올림픽에 출전하는 스노보드 하프파이프의 김호준(24·CJ제일제당)과 프리스타일 모굴 스키의 최재우(20·한국체대)도 일찍부터 김 부회장이 가능성을 보고 지원한 선수다.

김 부회장은 1984년 사라예보 겨울올림픽에 알파인 스키 대표선수로 출전했다. 1994년 릴레함메르 올림픽에서는 알파인 스키 감독을 했다. 알파인에서의 한계를 절감한 김 부회장은 체격이 작은 한국 선수들이 메달을 딸 수 있는 종목을 적극적으로 발굴했다. 생소한 종목들이어서 가르칠 코치도, 하고자 하는 선수들도 거의 없었다.

김 부회장은 협회 지원을 늘려 가능성 있는 선수와 코치를 함께 해외로 전지훈련을 보내 기술을 습득하게 했다. 김 부회장은 “3∼5개월간 세계적으로 유명한 코치들에게 직접 지도를 받도록 했다. 코치도 함께 지도를 받아 국내에서도 유망주들을 키우도록 했다”고 말했다. 이들이 국내에서 훈련할 때도 사비를 털어 숙소를 짓는 등 마음 놓고 훈련하도록 도왔다. 김 부회장은 “소치에서 꼭 메달을 따서 한국에도 설상 종목이 살아 있다는 것을 보이고 싶다”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봅슬레이#스켈레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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