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피플] 박경완 감독 “나도 연습생 출신…2군 애환 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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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년 1월 17일 07시 00분


지난 1월 6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SK시무식에서 박경완 2군 감독이 선수단과 인사를 나누면서 미소를 짓고 있다.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 @bluemarine007
지난 1월 6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SK시무식에서 박경완 2군 감독이 선수단과 인사를 나누면서 미소를 짓고 있다.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 @bluemarine007
■ SK 2군 초보감독의 각오

말보다 행동…취임후 미팅 한번뿐
휴식도 책임감 있게…그것이 프로
2군은 3배 더 노력해야 미래 있다


박경완(42·SK)은 지난해 10월 23일 은퇴와 동시에 2군 감독으로 선임됐다. 초보 지도자에게 곧바로 사령탑을 맡긴 파격 인사였다. SK는 그만큼 박 감독의 능력을 높게 평가했다. 화려했던 선수시절의 영광을 뒤로하고, 초심으로 돌아간 박 감독은 “2군 감독이긴 하지만 지도자로선 신인이기 때문에 배울 게 많다”며 웃었다. SK 2군은 16일 박 감독의 지휘 아래 공식적인 단체훈련 일정을 시작했다.

● 초보 사령탑의 엄포 “몸이 안 된 선수는 훈련에서 제외”

박 감독은 2군 사령탑 취임 이후 선수단 미팅을 단 한 차례밖에 하지 않았다. “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주겠다. 감독은 적은 말로도 큰 힘을 낼 수 있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 대신 코칭스태프 미팅은 거의 매일 실시했다. 선수 육성을 위해 필요한 부분을 꼼꼼하게 확인하기 위해서다. 단 한 번의 선수단 미팅은 비활동기간 시작 직전인 지난해 11월말 실시했다. 선수단에게 짧고 굵은 메시지를 전달했다. “1월 16일 훈련을 시작할 때까지 100% 기술훈련에 들어갈 수 있는 몸 상태를 만들어라. 만약 몸이 안 된 선수가 있다면, 훈련에서 제외하겠다.” SK 2군 선수들은 박 감독에게 훈련계획서를 제출하고, 12월에도 틈틈이 문학구장에 나와 구슬땀을 흘렸다. 박 감독은 “휴식의 권한을 누리려면 책임의식이 있어야 한다. 그게 프로”라고 강조했다.

● 레전드 포수? “나도 한때 눈물 젖은 빵을 먹던 선수”

박 감독의 선수시절 기록은 화려하다. 쌍방울(1991∼1997년), 현대(1998∼2002년), SK(2003∼2013년)에서 23시즌(역대 최장)을 거치며 한국시리즈 우승 5회(1998·2000·2007·2008·2010년), 개인통산 314홈런(역대 5위), 홈런왕 2회(2000·2004년), 골든글러브 4회(1996·1998·2000·2007년) 등 무수한 업적을 남겼다. 그러나 프로에 첫발을 내디딜 당시엔 그도 주목받지 못하는 연습생 신분이었다. 박 감독은 “2군 선수들은 나의 기록만을 생각하지만, 나도 남몰래 많은 땀을 흘렸다. 눈물 젖은 빵도 먹었다”고 회상했다.

그래서 스타플레이어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2군 선수들의 애환도 잘 이해한다. 박 감독은 12월 서울대에서 진행된 베이스볼아카데미 수업을 마치고 나면 곧바로 문학구장으로 향했다. 늦은 시간까지 자율훈련을 하는 2군 선수들을 살펴보기 위해서였다. 더 많이 노력하는 선수들에게 한 번 더 눈이 가는 것은 지도자로서 당연한 일. 박 감독은 “나 역시 현역시절, 가족여행 다녀오는 시간을 제외하면 12월에도 거의 매일 문학구장에서 훈련했다. 2군은 1군보다 2∼3배 더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 내일을 기약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트위터@setupman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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