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건영통신원의 네버엔딩스토리] 아군 영웅이 하루 아침에 적군으로…냉정한 머니게임

  • 스포츠동아
  • 입력 2014년 1월 15일 07시 00분


■ 레드삭스에서 양키스로 옮긴 8인의 운명

작년 레드삭스 WS 우승 주역 엘스베리 친정 등져
1919년 베이브 루스 10만 달러에 양키스행 시초
둥지 옮겨서 WS 우승 한풀이 성공한 선수는 3명
“돈 때문에 야구하지 않아” 밝힌 데이먼 이적 화제


지난해 보스턴 레드삭스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던 중견수 제이코비 엘스베리(30)가 줄무늬 유니폼을 입고 친정팀을 향해 칼을 겨누게 됐다. 지난 시즌 후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은 엘스베리는 7년 1억5300만달러의 잭팟을 터뜨리며 레드삭스의 최대 라이벌 뉴욕 양키스로 둥지를 옮겼다. 펜웨이파크에서 두 팀의 라이벌전이 펼쳐질 때 레드삭스 팬들로부터 야유를 받을 선수가 한 명 더 늘어난 것이다. 지금까지 레드삭스에서 뛰다 양키스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선수로는 엘스베리가 8번째다. 또 레드삭스에서 양키스로 둥지를 옮겨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를 낀 선수는 베이브 루스, 웨이드 보그스, 로저 클레멘스, 조니 데이먼 등 4명이다. 데이먼을 제외한 3명은 레드삭스 시절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 베이브 루스

1914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루스는 레드삭스에서 투타를 겸업했다. 1915년부터 3년 동안 무려 65승이나 거둘 정도로 루스는 정상급 투수로 맹위를 떨쳤다. 1919년 130경기에 외야수로 출전한 루스는 29홈런을 때려 단일시즌 최다홈런 기록을 수립했다. 시즌을 마친 뒤 루스는 종전 연봉보다 2배 많은 2만달러를 요구했다. 현재 화폐 가치로 따지면 23만달러에 불과한 돈이지만, 재정난에 허덕이던 레드삭스는 루스를 트레이드하기로 결정했다. 처음에는 시카고 화이트삭스행이 유력했지만 현찰로 10만달러를 주겠다는 달콤한 유혹에 루스를 양키스로 넘겨버렸다. 팬들의 강력한 반발에 직면한 레드삭스 해리 프래지 구단주는 보스턴 글로브와의 인터뷰에서 “원래는 선수를 교환하는 트레이드를 고려했는데 맞는 카드가 없어 부득이하게 현찰 오퍼를 한 양키스에 넘길 수밖에 없었다. 이 돈을 가지고 유망주들을 영입한다면 레드삭스는 더욱 강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레드삭스가 ‘밤비노의 저주’를 풀고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는 데는 무려 86년이나 걸렸다. 반면 1923년 구단 역사상 첫 월드시리즈 정상에 오른 양키스는 루스가 팀을 떠난 1934년까지 모두 4차례나 우승을 차지했다.

● 루이스 타이언트

1940년 쿠바에서 태어난 타이언트는 1964년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에서 빅리그 생활을 시작했다. 레드삭스에선 1971년부터 1978년까지 활약했는데 20승 이상을 거둔 시즌이 3번이나 됐다. 특히 1975년에는 레드삭스 에이스로 팀의 월드시리즈 진출을 이끌었다. FA 자격을 얻어 1979년 양키스로 이적했지만, 2년 동안 21승에 그쳤다. 3차례 올스타로 뽑힌 타이언트의 개인통산 성적은 229승172패, 방어율 3.30이다.

● 웨이드 보그스

통산 3010안타를 기록한 보그스는 1982년부터 1992년까지 레드삭스에서 활약했다. 타격왕을 5차례 거머쥔 보그스는 1985년부터 12년 연속 아메리칸리그 올스타로 선정됐다. 1985년 월드시리즈에서 레드삭스는 3승2패로 앞선 가운데 6차전에서 연장 10회초까지 5-3으로 앞서 ‘밤비노의 저주’를 푸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1루수 빌 버크너가 평벙한 땅볼을 뒤로 빠뜨리는 통한의 실책을 범해 5-6으로 역전패를 당하더니, 결국 7차전에서 5-8로 무릎을 꿇었다. 1993년 양키스로 이적한 보그스가 월드시리즈 우승의 한을 푼 것은 1996년 이다.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에게 2연패 후 4연승을 거둔 양키스는 1978년 이후 처음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보그스는 2005년 명예의 전당에 입성했다.

● 로저 클레멘스

보그스가 레드삭스의 간판 3루수였다면 마운드에선 클레멘스가 리그 최고의 투수로 명성을 떨쳤다. 1996년까지 클레멘스는 다승왕을 2차례, 방어율 1위를 4차례 차지했다. 1997년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4년 4000만달러의 조건에 계약한 클레멘스는 2년 동안 무려 41승이나 거두며 기대에 부응했다. 그를 간절히 원했던 양키스는 데이비드 웰스, 호머 부시, 그레임 로이드를 내주는 조건으로 클레멘스를 영입했다. 2003년까지 5년 동안 클레멘스는 77승을 거두며 녹슬지 않은 실력을 과시했다. 1999년과 2000년에는 월드시리즈 2연패에 앞장섰다.

● 데릭 로

싱커를 주무기로 던지는 로는 루키시즌이던 1997년 중반 제이슨 베리텍과 함께 시애틀 매리너스를 떠나 레드삭스로 이적해 2004년까지 간판 투수로 활약했다. 2000년 시즌 42세이브를 올리며 정상급 마무리로 활약하던 로는 2002년부터 선발투수로 전향했다. LA 다저스(2005∼2008년), 브레이브스(2009∼2011년), 인디언스(2012년)를 거친 그는 2012년 양키스에서 17경기에 선발 등판해 1승1패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에는 텍사스 레인저스로 이적했다. 통산 성적은 176승157패85세이브, 방어율 4.03이다.

● 조니 데이먼

데이먼은 2004년 레드삭스의 월드시리즈 우승 직후 언론 인터뷰에서 “양키스가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그런 일은 절대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 가장 많은 연봉을 제시하겠지만 돈 때문에 야구를 하는 게 아니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그 해 겨울 데이먼은 양키스와 4년 5200만달러에 계약했다. 데이먼의 에이전트는 스콧 보라스였다. ‘동굴맨’이라는 닉네임으로 유명했던 데이먼은 양키스로 옮긴 뒤 수염을 모두 밀고 단정한 헤어스타일로 경기에 나섰다. 데이먼은 양키스와의 계약 마지막 해인 2009년 자신의 2번째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를 차지했다.

● 케빈 유킬리스

2004년 레드삭스에서 데뷔한 유킬리스는 올스타에 3차례(2008·2009·2011년)나 뽑혔다. 2007년에는 팀의 월드시리즈 우승에 기여했다. 한동안 유킬리스는 라이벌 양키스 선수들의 표적이 됐다. 오랜 무명기간을 거쳐 스타플레이어로 발돋움할 무렵인 2007년 6월 2일 스콧 프록터가 던진 공이 유킬리스의 머리를 강타했다. 8월 31일 경기에선 조바 챔벌레인이 던진 98마일(약 158km)짜리 강속구가 2차례나 그의 머리를 향해 날아갔다. 9월 16일에는 왕첸밍이 던진 공에 오른쪽 팔목을 맞아 열흘 동안 결장하기도 했다. 2012년 보비 발렌타인 감독과 불화를 빚은 유킬리스는 시즌 도중 시카고 화이트삭스로 트레이드됐다. 지난해 양키스는 부상을 입은 알렉스 로드리게스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1년 1200만달러의 조건으로 유킬리스를 영입했다. 그러나 허리 디스크 수술로 6월 21일 수술을 받는 등 28경기 출전에 그치며 양키스 팬들의 원성을 샀다. 유킬리스는 2014년 일본프로야구 라쿠텐에서 활약한다.

손건영 스포츠동아 미국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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