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영웅] 정수빈 “작년 병실에서 얼마나 뛰고싶었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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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10월 21일 07시 00분


두산 정수빈. 스포츠동아DB
두산 정수빈. 스포츠동아DB
■ 두산 정수빈

정수빈(23)은 두산이 한국시리즈에 진출하기까지 발판을 놓은 ‘숨은 영웅’이었다. 결정적 순간 공·수·주에서 맹활약하며 흐름을 바꿔놓았다. 특히 1승1패로 맞선 플레이오프(PO) 3차전에서 5-3으로 앞선 7회초 1사 1루서 LG 이병규(9번)의 잘 맞은 좌중간 2루타성 타구를 몸을 날려 잡아낸 그의 호수비는 이번 시리즈의 결정적 장면이었다. LG 유지현 수비코치도 “정수빈의 캐치 하나가 승패를 갈랐다”고 인정했다. 정수빈에게 이번 포스트시즌은 특별하다. 단순히 기록이 좋고,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프로 데뷔해였던 2009년부터 줄곧 밟았던 ‘가을무대’지만, 지난해 갑작스러운 부상으로 동료들과 함께 뛰지 못했던 아쉬움이 마음 한편에 크게 자리 잡고 있는 까닭이다.

정수빈은 지난 시즌 마지막 경기였던 LG전에서 자신의 파울 타구에 맞아 안면 안와골 골절상을 입었다. 결국 포스트시즌 엔트리에서 빠졌고, 두산이 롯데와 준PO를 치르는 모습을 병실 안에서 지켜봤다. 8시간이나 걸린 큰 수술 뒤에도 그는 팀만 걱정했다. 동기이자 친구인 허경민에게 “네가 잘 해야 한다. 힘내라”고 응원하기도 했다.

정수빈은 20일 PO 4차전을 앞두고 “솔직히 그때 (경기는 보지 못하고) 점수만 체크했다”며 “병실에서 ‘나도 저기서 함께 뛰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올 포스트시즌에 더 집중하게 되는 원동력”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정수빈은 준PO와 PO까지 이어지는 강행군 속에서도 “하나도 힘들지 않다”며 생글생글 웃고 있다. 그만큼 그에게 가을무대가 절실했던 것이다. 정수빈은 “큰 경기는 응원소리도 크고 재미있다. 극적인 플레이를 하면 그만큼 팬들이 좋아해주시지 않나. 남은 경기도 열심히 해서 좋은 결과를 내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잠실|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트위터 @hong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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