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美전훈 모비스 유재학 감독
지난 시즌 우승전력 고스란히 남아… 실수 줄여 전술 완성도 높이기 주력
‘모비스는 유재학 감독이 지키는 벤치 파워가 팀 전력의 50%가 넘는다’는 평가가 있다고 하자 유 감독은 “과분한 얘기”라고 말했다. 그는 “경기를 뛰는 건 선수들이다. 감독의 전술이 아무리 뛰어나도 선수들이 코트 안에서 실행하지 못하면 소용이 없다”고 강조했다. 토런스=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유재학 모비스 감독(사진)은 지난달 11일 끝난 아시아 남자 농구선수권 국가대표팀 사령탑을 맡느라 소속 팀을 70일가량 떠나 있었다. 2013∼2014시즌 프로농구 개막(10월 12일)을 두 달 앞두고 팀에 복귀해 미국 캘리포니아 주 토런스에서 전지훈련을 지휘하고 있는 유 감독을 7일 만났다.
팀을 오래 비웠는데 돌아와 보니 어떤지부터 물었다. 그는 “광저우 아시아경기(2010년) 대표팀 감독 때는 5개월이나 나가 있었다. 그때에 비하면 오래 비운 것도 아니다”라고 웃으며 말문을 연 뒤 “선수 구성이 지난 시즌과 거의 같기 때문에 손을 볼 데가 많지는 않다”고 말했다. 지난 시즌에 우승한 디펜딩 챔피언이 고칠 데가 별로 없다는 건 다른 팀 감독들이 듣기에 무서운 얘기다.
모비스는 지난 시즌 챔피언 결정전이 끝나고 김시래가 LG로 트레이드된 것 말고는 전력 이탈이 거의 없다. 국가대표 가드 양동근과 함지훈, 혼혈 선수 문태영이 건재하다. 지난 시즌에 뛴 외국인 선수 2명과도 재계약했다. “평소 전지훈련에서는 주로 새로 들어온 외국인 선수에게 팀 전술을 가르치고 국내 선수들과 손발을 맞추는 데 집중한다. 하지만 우리는 그 단계를 지났다. 실수를 줄여 전술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2013∼2014시즌의 전망을 묻자 그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고 했다. “해마다 우승 후보로 꼽힌 팀 중에 망가지는 팀이 꼭 나왔다.” 그는 상위권 후보였다 바닥으로 떨어지는 팀들의 공통점을 몇 가지 꼽았다. 감독이 선수들을 장악하지 못하거나 선수들 사이에 내분이 있을 때, 외국인 선수를 잘못 뽑았을 경우였다. 그는 30일 열리는 신인 드래프트를 거쳐 이번 시즌부터 뛰게 될 김민구, 김종규, 두경민(이상 경희대 4학년) 등 이른바 ‘대학 빅3’에 대해 “이 아이들이 프로에 온다고 리그 판도가 달라지진 않을 것이다. 아직 부족한 게 많다. 배워야 할 게 많다”고 냉정하게 평가했다.
‘만수(萬手·1만 가지 전술)’로 불리는 유 감독이 선수들에게 밤낮없이 강조하는 건 수비와 리바운드다. 그의 철저한 수비 농구스타일이 재미를 떨어뜨린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그는 단호했다. “이기는 농구를 하려면 수비가 우선이다. 수비 농구가 재미없으면 공격 농구를 하는 팀의 팬이 되면 된다. 공격보다 수비 기술의 발전 속도가 훨씬 빠르다. 이건 세계적인 추세다. 수비 기술이 계속 좋아지면 또 이걸 깨기 위해 공격 기술도 개발될 것이다.”
유 감독은 아시아선수권에서 16년 만의 월드컵 진출을 이끈 뒤 일단 대표팀 지휘봉을 내려놨다. 2014년에 열리는 스페인 월드컵과 인천 아시아경기 대표팀 감독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대표팀 감독 자리는 솔직히 부담스럽다. 그런데 또 맡아 달라는 제안이 오면 거절하기는 힘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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