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다시 등장한 ‘검은손’…축구 불법베팅 비상

  • 스포츠동아
  • 입력 2013년 8월 6일 07시 00분


K리그클래식 21R 4경기에 베팅 중계자 적발
中 유학생 전화중계…경호인력 부족 등 한계

4일 전북 현대와 강원FC의 경기가 열렸던 전주월드컵경기장. 관중석 스탠드 상단에서 유독 눈에 띄는 이가 있었다. 홀로 앉아 이어폰을 끼고 쉴 새 없이 떠드는 모습. 영락없는 불법 베팅 중계자였다. 구단은 차분하게 대응했다. 의심자를 인근 파출소로 넘겼다. 경찰은 조사결과 불법 베팅 중계자임을 확인했다. 중국인 유학생으로 푼돈을 벌기 위해서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3일 부산 아이파크와 경남FC전에서도 부정행위가 적발됐다. 중국어 행동요령서가 나오면서 덜미를 잡혔다. 제주 유나이티드와 전남 드래곤즈, 대구FC와 포항 스틸러스 경기에서도 불법 중계자가 적발되면서 사태의 심각성이 커졌다. K리그 클래식 21라운드 7경기 가운데 4경기에서 불법 베팅 중계자들이 무더기로 드러났다.

프로축구연맹은 2년 전 승부조작으로 홍역을 치렀다. 불법 베팅은 사라지지 않고 수면 속에 있다가 다시 위세를 뻗치고 있다. 30주년을 맞은 프로축구도 결코 안전지대가 아니다.

불법 베팅은 광범위한 영역까지 ‘검은 손’을 내밀고 있다. 대한축구협회는 5월4일 챌린저스리그(4부) 경기에서 전화 중계 행위를 적발해 검찰에 이송 조치했다.

유소년 리그까지 불법 베팅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프로연맹은 2011년 6월부터 꾸준히 예방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14가지 부정방지 활동을 마련했다. 암행감찰 활동을 통해 관중석 내 불법 행위를 적발하고 있다.

그러나 사후약방문에 그치고 있다. 프로연맹은 매 경기마다 매치 코디네이터를 통해 불법 행위를 감시하지만 한계에 부딪힌다. 경호인력 동원도 마찬가지. 수많은 관중이 찾는 경기장에서 불법 행위자들을 일일이 단속하긴 벅차다.

단속된 것보다 단속하지 못한 행위가 더 많은 것으로 추산된다.

사후 대책은 더욱 취약하다. 지역 경찰과 협조 체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경찰은 국민체육진흥법을 통해 범법 행위를 금지하지만 엄포에 그쳤다. 5월 챌린저스리그 중계로 적발된 사람들은 약식기소로 100만 원의 솜방망이 처벌을 받았을 뿐이다.

3년 이하의 징역 및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릴 수 있는 처벌 조항이 무색하다.

프로연맹은 되려 승부조작 징계 대상자들의 처벌 수위를 감해주면서 네티즌들의 질타를 받았다. 프로연맹은 이제야 불법 베팅과 관련해 관계 기관과 협조 체제 마련에 나섰다. 프로연맹 관계자는 “적발되는 즉시 관활 경찰서로 이송하고 있다. 그러나 관활서마다 처벌기준이 모두 다르다. 금주 내로 문화체육관광부 및 경찰청과 협의해 전 구장에서 동일한 처벌 기준 및 대응책을 만들도록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박상준 기자 spark47@donga.com 트위터 @sangjun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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