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피플] 김민성 “반짝이라는 말, 죽기보다 싫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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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7월 31일 07시 00분


넥센 김민성의 방망이가 뜨겁다. 30일 목동 한화전 2회말 시즌 9호 홈런을 터트리는 등 후반기에만 벌써 홈런이 4개째다. 올스타 브레이크 이후에는 중심타선의 강정호, 박병호도 부럽지 않은 성적이다. 목동|김종원기자 won@donga.com 트위터@beanjjun
넥센 김민성의 방망이가 뜨겁다. 30일 목동 한화전 2회말 시즌 9호 홈런을 터트리는 등 후반기에만 벌써 홈런이 4개째다. 올스타 브레이크 이후에는 중심타선의 강정호, 박병호도 부럽지 않은 성적이다. 목동|김종원기자 won@donga.com 트위터@beanjjun
프로 7년차 처음으로 시즌 풀타임 출전
후반기에만 벌써 4홈런…타격감 절정
“반짝스타? 꾸준한 성적으로 롱런할것”


넥센 김민성(25)은 “규정타석을 단 한 번도 채워본 적 없는 타자”다. 올해로 프로 7년차에 접어들었지만 단 한 번도 타격 순위표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그런 타자가 올해 풀타임을 뛰고 있다. 지난주까지 7번 타순에서 타율 0.292, 8홈런, 42타점, 40득점, 5도루의 꽤 괜찮은 성적표를 손에 쥐었다. 눈에 보이는 수치로는 드러나지 않는 공헌도는 더 컸다. 최근 타격감은 중심타선의 박병호와 강정호가 부럽지 않을 정도다. 지난주 3홈런(23일·25일 목동 두산전, 28일 대구 삼성전)을 몰아치더니 30일 목동 한화전에서도 2회 솔로포(시즌 9호)를 터트리며 넥센 하위타선의 뇌관 같은 위력을 보여줬다.

● 허문회 코치와 ‘고민타임’

김민성은 올 스프링캠프에서 야구인생의 전환점을 맞았다. “시즌 풀타임으로 기용하겠다”는 염경엽 감독의 희망메시지는 서막이었다. 그는 본격적으로 무대에 오르기 전 자신이 가지고 있던 것을 모두 비우기로 했다. “(이)택근이 형도 놀라던데, 저 규정타석을 한 번도 채워보지 못한 타자예요. 그런 제가 야구에 대해 뭘 알겠어요. 캠프에서 공을 어떻게 쳐야 하는지도 모르겠더라고요. 허문회 (타격)코치님과 매일 머리 맞대고 연구했어요. 지금도 매 타석 공을 칠 때마다 뭔가 조금씩 얻는 기분이에요.”

훈련은 혹독했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방망이를 휘두르며 구슬땀을 흘렸다. 무작정 휘두른 게 아니다. ‘타구의 질을 어떻게 하면 좋게 만들 수 있을까’를 염두에 두고 스윙 하나에 집중했다. 시즌에 돌입해서도 김민성의 고민은 거듭되고 있다. 안타를 많이 친 날도 타구의 질이 안 좋으면 ‘고민타임’에 돌입한다. 그의 일등 조력자는 허 코치다. 스승은 제자가 질문을 던지면 다음날 신기하게도 해답을 들고 나타난다. 그 정성과 마음을 알기에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가 없다.

● 반짝스타가 되지 않겠다!

김민성을 지탱하는 또 다른 힘은 지기 싫어하는 근성이다. 그는 “‘반짝이’라는 말이 죽기보다 듣기 싫었다”며 속에 담아뒀던 이야기를 꺼냈다. “제가 시즌 초에 조금 치니까 ‘4월에 좀 쳤으니까 5월 되면 못 치겠지’, ‘5월까지 뛰었으니까 6월에는 떨어질 거야’라고 바라보는 거예요. 반짝이라는 말이 죽기보다 듣기 싫어서 진짜 노력하는데, 자꾸 그런 식으로 절 보니까 오기가 생기더라고요. 풀타임 출장이 처음이라 힘들긴 한데 쉴 수가 없어요.” 여기가 끝이 아니었다. 그는 “이택근, 박병호, 강정호 등 주축타자들이 잘 쳐서 이기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하위타선이 잘 쳐서 이기는 것은 팀이 더욱 강해진다는 의미”라며 자신이 잘해야 하는 이유를 강조했다.

단순히 올해뿐 아니다. 김민성은 “올해도, 내년도 꾸준한 타자가 되는 게 목표”라며 긴장의 고삐를 바짝 조였다. “올해 잘했는데 내년에 흐지부지하면 또 1년 반짝이라는 소리를 듣잖아요. 제 야구고민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 같아요. 요즘 하루 종일 야구만 생각해요. 야구 말고는 딴 걸 생각할 틈이 없네요.”

목동|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트위터 @hong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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