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프리즘] “2013년은 넥센 우승의 해” 이장석 대표의 3년전 호언

  • 스포츠동아
  • 입력 2013년 7월 9일 07시 00분


2010년 초겨울 넥센 히어로즈 이장석 대표와 점심식사를 한 적이 있다. 함께한 사람들 모두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야구와 넥센에 대한 여러 말을 나눴다. 지금도 그 날, 그 시간이 잊혀지지 않는 이유는 자리에서 일어나기 얼마 전 이 대표가 한 말 때문이다. “2013년을 플레이오프에 진출하고 더 나아가 우승에도 도전하는 해로 생각하고 있다.”

2010년 넥센은 3할대 승률로 7위에 그쳤다. 그러나 이 대표는 불과 3년 뒤에 4강을 넘어 우승까지 꿈꾸고 있었다. 당시 넥센은 구단 생존을 위해 주요 선수들을 타 구단에 현금 트레이드한 영향으로 전력 약화가 심각했다. 솔직히 털어놓자면, 당시 ‘아니 안 그래도 선수들이 많이 떠나서 계속 내리막인데, 3년 안에 우승 도전이라니. 매년 수십억 원을 투입해 정상급 FA(프리에이전트)를 모두 영입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 아닌가?’라며 냉소적 시각으로 그 말을 받아들였다.

1년여가 흐른 뒤 이 대표는 LG로 떠나보냈던 이택근에게 4년 50억원이라는 파격적 금액을 안기며 FA 계약을 했다. 연봉만 따져도 당시로선 두산 김동주와 공동 1위에 해당하는 대형계약이었다. 그 무렵 여러 구단이 이택근을 탐냈지만, 홈런타자가 아닌 만큼 김동주에 버금가는 액수를 준비하지는 않았다. 신생팀 창단으로 FA 시장이 폭등하기 시작한 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이 대표는 이택근과의 계약을 통해 구단 프런트와 선수는 물론 팬들에게도 히어로즈가 더 이상은 비루한 구단이 아니라는 메시지를 확실히 전달할 수 있었다.

이 대표는 거포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2011년 박병호를 LG에서 데려왔고, 2012시즌을 앞두고는 KIA에서 최희섭을 영입하기 위한 대형 트레이드를 진두지휘하기도 했다. 올해는 투수진의 리더 송신영을 결국 NC에서 다시 데려왔다.

넥센이 한국시리즈 직행 확률이 50%에 이른다는 40승에 삼성과 함께 선착한 모습을 보며 2010년 초겨울 이 대표의 말이 다시 떠올랐다. 그 때 기자는 한 가지를 놓치고 있었다. 아니 인식은 하고 있었지만, 머릿속에서 크게 비중 있게 여기지는 않았던 것 같다.

이 대표는 그 때도, 지금도 야구 축구 농구 배구 등 국내 모든 프로 종목을 통틀어 유일하게 팀의 오너이자 최고경영자다. 현역 코치와 스카우트들이 깜짝 놀랄 정도로 2군과 아마추어 선수들에 대해 상세한 정보를 꿰고 있기도 하다. 수차례 단행한 대형 트레이드도, 과감한 FA 영입도 오너 겸 최고경영자가 아니었으면 쉽지 않은 결정들이었다. 리더로서 명확하게 목표를 정한 뒤 그 과정상의 모든 책임과 비난을 감수할 수 있었던 힘이 긍정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 같다.

물론 아직 시즌은 끝난 것이 아니다. 넥센이 올 가을 웃을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프로야구를 포함해 국내 모든 프로스포츠가 결국 가야 할 길은 모기업의 홍보수단 또는 사회공헌용이 아니라 자생할 수 있는 진정한 프로팀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것이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트위터 @rushlk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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