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커피플] 스테보 “수원 팬들 응원, 내 영혼 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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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7월 5일 07시 00분


3일 대전과 K리그 클래식 고별전에서 1골1도움으로 피날레를 장식한 수원 삼성 스테보가 4일 경기도 화성시 동탄의 한 커피숍에서 스포츠동아와 단독 인터뷰를 갖고 한국에서 보낸 7시즌을 추억했다. 동탄|남장현 기자
3일 대전과 K리그 클래식 고별전에서 1골1도움으로 피날레를 장식한 수원 삼성 스테보가 4일 경기도 화성시 동탄의 한 커피숍에서 스포츠동아와 단독 인터뷰를 갖고 한국에서 보낸 7시즌을 추억했다. 동탄|남장현 기자
■ 수원과 계약 만료로 한국 떠나는 스테보

내 조국처럼 분단된 한국 제 2의 고향
수원 동료들 최고의 선수이면서 친구

함몰된 이마로 넣은 헤딩골 기억 남아
2011년 FA컵 수원 준우승 큰 아쉬움

K리그와 작별은 돈 아닌 감정의 문제
러브콜 많지만 어디로 갈지 아직 몰라


수원 삼성의 마케도니아 출신 공격수 스테보(31)에게 K리그는 특별했다. 2007년부터 3년간 전북 현대-포항 스틸러스에서 뛴 뒤 우즈베키스탄(분요드코르)-암카르 페름(러시아)으로 잠시 떠났다가 2011년 여름 수원 유니폼을 입은 스테보는 2년 간 후회 없는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5일 계약이 만료되고, 모국으로 돌아간다.

마지막까지 강렬했다. 3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전 시티즌과 홈 대결에서 그는 1골1도움을 올려 팀의 3-1 완승을 이끌었다. 피날레를 화려하게 장식한 셈이다. 자신을 끝내 잡지 않은 구단에 대한 서운함이 전혀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정한 프로의 자세를 보였고, 수원 서포터스도 아낌없는 갈채를 보냈다. 2007년부터 올 여름까지 K리그에서 남긴 공식 기록은 142경기 출장 57골 21도움. 수원에서는 61경기 24골 6도움을 기록했다. 출국을 하루 앞둔 4일 경기도 화성시 동탄의 한 커피숍에서 스테보를 만났다.

● 헤어짐도 인생의 일부

-이제 한국을 떠난다.

“아쉽고 안타깝다. 이런 게 인생이 아닌가. 다시 만날 때가 오겠지.”

-분단국인 한국이 더 특별했는지.

“이곳(한국)은 내 두 번째 고향이다. 한국인들은 꼭 이웃 사람들을 보는 것 같다. 정도 많고. 남북이 갈라졌다는 사실에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다. 우리 조국도 이리저리 쪼개졌다.”

-다음 계획은 세웠는가.

“일단 집에 돌아가서 홀로 계신 어머니를 돌봐드려야 한다. 가족들과도 여유를 느끼겠다.”

-많은 곳에서 러브 콜이 들어올 텐데.

“정말 모르겠다. 어디로 갈지는 한 번도 생각하지 않았다. 중동이 될 수도, 일본에 갈지도 모르지만 분명한 것은 한국은 아니라는 점이다.”

(스테보의 행보는 이적시장 초미의 관심사였다. 수원이 계약 연장을 하지 않으며 여러 구단에서 직간접적인 오퍼를 넣었지만 “더 이상 한국에서 뛰지 않겠다”는 본인 의사가 강했다.)

● 영원한 사랑 수원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2011년 10월3일 FC서울에 결승골을 넣어 1-0 승리를 거둔 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 앞서 조바한(이란)과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토너먼트 경기를 치르다 이마가 함몰된 상태였는데, 하필 그 부위에 공을 맞혀 골로 연결했다.”

(투혼이었다. 당시 스테보는 의사에게 부상 상태를 점검받았는데, “뛰든 안 뛰든 자유지만 세게 공을 맞으면 쇼크로 사망할 수도 있다”는 소견이 전달받았다. 그럼에도 스테보는 출전을 강행했고, 박현범의 크로스를 골로 연결했다. 그 순간 수원 코치진이 경악했다는 후문이다.)

-그럼에도 수원에서 한 번도 우승을 못했는데.

“슬픈 일이다. 특히 성남일화에 져 2011년 FA컵 준우승에 그친 게 아팠다. 실력이 아닌, 외적인 영향으로 트로피를 놓쳤으니까. ‘절친’ 염기훈도 경기 후 군 입대를 했다. 염기훈과전북에서 6개월 간 11골을, 수원에서도 반년 간 9골을 만들었다. 내 평생 염기훈처럼 크로스를 잘 올리는 선수는 못 봤다. 눈만 봐도 통한다.”

-수원을 떠난다는 결정이 났을 때를 기억하나.

“정말 여기 남고 싶었다. 돈이 아닌, 감정적인 문제다. 5월 초 결별로 결론 났다. 버려진 느낌이었다. 그냥 집에 돌아가고 싶었는데, 문득 서포터스가 생각났다. ‘신경 쓰지 말자’고 마음을 바꾸니 편해졌다. 수원 팬들의 퍼포먼스는 영혼을 울렸다. 아름다운 마무리 역시 내 몫이었다.”

-수원 동료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은?

“우리(수원)는 정말 좋은 선수들이고 친구였다. 최고였기에, 환상의 실력을 갖췄기에, 수원에 올 수 있는 거다. 열정만 깨우고, 자신감만 찾으면 우승도, 모든 영광도 우리 몫이다. 자기 자신을 믿으라고 전하고 싶다.”

스테보는?

● 생년월일 : 1982년 5월23일(마케도니아)
● 신체조건 : 188cm 71kg
● 프로경력 : FK 루차니(2003·세르비아), 사이렉스(2004∼2007. 2·마케도니아), 전북 현대(2007. 3∼2008. 6), 포항 스틸러스(2008. 7∼2009. 12), 분요드코르(2010·우즈베키스탄), 암카르 페름(2010. 8∼2011. 6·러시아), 수원 삼성(2011. 7∼2013. 7)

동탄|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트위터 @yoshik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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