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명구 눈병으로 기회잡은 정병곤의 비상

  • Array
  • 입력 2013년 6월 29일 07시 00분


코멘트
삼성은 28일 오후 대구 시민야구장에서 열린 ‘2013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와의 홈경기에서 9회말 2사에서 나온 정병곤의 끝내기 안타에 힘입어 6대 5로 승리를 거뒀다. 9회말 2사 1, 3루에서 삼성 정병곤이 짜릿한 끝내기 안타를 치고 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삼성은 28일 오후 대구 시민야구장에서 열린 ‘2013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와의 홈경기에서 9회말 2사에서 나온 정병곤의 끝내기 안타에 힘입어 6대 5로 승리를 거뒀다. 9회말 2사 1, 3루에서 삼성 정병곤이 짜릿한 끝내기 안타를 치고 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올 시즌 첫 안타가 끝내기 안타가 됐다. 팀 이적 후 이제야 비로소 사자군단의 일원으로 존재감을 알렸다.

삼성 정병곤(25)은 28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KIA전에서 생애 첫 끝내기 안타로 팀의 대역전 드라마를 완성했다. 9회말 삼성 공격이 시작될 때만 해도 3-5로 뒤져 패색이 짙었다. 선두타자 박석민이 2루타로 나가고 1사 3루서 박한이의 중전 적시타가 터지면서 4-5로 따라붙었다. 그리고 2사 1·2루서 배영섭의 우중간 적시타로 5-5 동점이 됐다.

계속된 2사 1·3루. 정병곤이 타석에 등장했다. 8회 대타로 나온 우동균을 대신해 9회초 수비 때 2루수로 들어간 주인공이었다. 이전까지 올 시즌 1군 성적은 3경기 출장에 1타수 무안타. 기대감을 갖게 하기에는 불안한 성적표였다. 그러나 정병곤은 KIA 마무리투수 앤서니를 공략해 극적인 좌전 적시타를 날렸다. 팀의 6-5 승리를 이끈 천금의 끝내기 안타였다.

이날 경기 전까지 삼성은 2연패를 기록 중이었다. 최근 8경기에서 1무 포함 2승5패. 1위를 달리고 있었지만 5위 KIA에도 2.5게임차에 불과했다. 이날 경기까지 패했다면 선두 수성에 빨간불이 켜지는 것은 물론 언제 중위권으로 떨어질지도 모르는 위기에 몰릴 수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터진 정병곤의 끝내기 안타는 그야말로 가뭄 속의 단비와 같았다.

정병곤. 삼성팬들에게도 익숙하지 않은 이름이다. 지난해 12월 LG와 3대3 트레이드를 통해 삼성 유니폼을 입은 내야수다. 당시 삼성은 포수 현재윤과 내야수 손주인, 투수 김효남을 LG로 보내고, LG에서 내야수 김태완과 투수 노진용을 받으면서 정병곤을 함께 영입했다.

올 시즌 LG로 건너간 현재윤과 손주인이 맹활약하고 있는 데 반해 삼성으로 이적해온 선수들의 성적표는 미미했던 게 사실. ‘밑진 트레이드 아니냐’는 평가 속에 정병곤이 이날 천금같은 끝내기 안타로 팀을 구하면서 삼성도 모처럼 어깨를 펼 수 있었다.

정병곤은 1988년생으로 대구 내당초~경복중~경북고~단국대를 나왔다. 2011년 신인드래프트에서 LG가 9라운드(전체 66번)에 지명해 프로에 데뷔했다. 삼성 주전 유격수 김상수(23)의 경복중~경북고 2년 직속 선배. 그 역시 유격수가 주 포지션이지만 내야 전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유틸리티 플레이어다. 방망이보다는 수비의 활용가치가 높은 선수로 평가받고 있다.

실제로 2011년 LG에 입단한 뒤 지난해까지 2년간 1군 성적은 20타수 4안타(타율 0.200), 2타점 7삼진에 그쳤다. 그는 삼성 이적 후 두꺼운 선수층에 밀려 좀처럼 1군 승격의 기회를 얻지 못하다, 국내 최고의 ‘대주자 스페셜리스트’로 평가받는 강명구가 갑자기 눈병이 나면서 1군 호출을 받았다. 눈병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강명구를 선수단과 격리하기 위해 20일 1군 엔트리에서 말소하면서 전천후 내야수인 그를 1군에 콜업한 것이었다.

무명의 2군 생활을 견디다 생애 첫 끝내기 안타로 세상을 향해 포효한 정병곤은 “이런 기회가 좀처럼 오지 않기 때문에 내가 꼭 끝내고 싶었다”면서 “우승팀에 와서 나도 우승에 기여하고 싶은 생각뿐이다”며 활짝 웃었다. 류중일 감독은 “질 뻔한 경기에서 역전해서 좋다. 선수들이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한 경기였다. 끝내기 안타를 친 정병곤 선수를 칭찬하고 싶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대구 |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트위터 @keystonelee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