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송창현의 첫 승, ‘장성호’ 꼬리표 떼는 첫 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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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6월 29일 07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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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송창현. 스포츠동아DB
한화 송창현. 스포츠동아DB
한화 송창현(24)은 얼굴이나 투구폼보다 이름이 먼저 세상에 알려진 선수다. 프로 유니폼을 제대로 입어 보기도 전에 대대적으로 신문에 이름이 실렸다. 롯데 입단을 준비하고 있던 지난해 11월, 깜짝 트레이드를 통해 한화로 이적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화가 송창현 대신 롯데에 내준 선수는 프로 통산 2000안타에 빛나는 베테랑 타자 장성호(36)였다. 그만큼 한화가 송창현을 원했다는 증거. 반대로 그가 앞으로 엄청난 그림자를 감당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그때부터 그에게는 ‘장성호와 바꿀 가치가 있는 선수’로 성장해야 한다는 과제가 생겼다.

출발은 물론 2군에서 했다. 그러나 확실히 그는 남다른 기대를 받는 선수였다. 프로 데뷔 첫 경기인 5월 18일 대전 두산전에 선발로 등판하는 행운을 잡았다. 그리고 4이닝 3안타 5볼넷 2삼진 2실점으로 기대 이상의 투구를 선보였다. 물론 아직은 좌충우돌하는 시기. 22일 잠실 두산전에서는 한 이닝에만 두 개의 보크를 지적받는 시련도 겪었다. 그렇다고 기가 죽지는 않았다. 점점 성장하고 있음을 28일 대전 넥센전에서 확실하게 증명했다.

송창현은 팀이 6-7로 한 점 뒤진 7회초 1사 2루서 마운드에 올랐다. 다음 타자인 오윤을 볼넷으로 내보내며 1·2루 위기도 맞았다. 아웃카운트를 한 개 추가한 뒤에는 다시 폭투로 주자를 한 베이스씩 진루시켰다. 그러나 그게 마지막 흔들림이었다. 금세 서동욱을 삼진으로 잡아 한숨을 돌렸다. 7회말 한화가 한상훈의 동점타와 정현석의 결승타로 승부를 뒤집자 다시 8회초 마운드에 올랐다. 타순은 넥센의 클린업 트리오 강정호~박병호~이택근. 1점 차의 아슬아슬한 리드에서 상대하기에는 부담스러운 이름들이다. 그래도 더 이상 위기는 없었다. 침착하게 강정호와 박병호를 차례로 헛스윙 삼진으로 엮어냈다. 이택근마저 초구에 1루수 플라이로 잡아냈다. 송창현이 그렇게 직접 자신의 데뷔 첫 승리를 만들어 냈고, 한화는 1점차 리드를 그대로 지켜 8-7로 이겼다.

송창현은 경기 후 “길게 던지지 않아도 되니 한 타자, 한 타자를 잡아 나간다는 생각으로 던졌다. 송진우 코치님께 최근 배운 서클 체인지업이 효과를 본 것 같다”면서 “데뷔 첫 승을 올려서 말도 못 할 정도로 기분이 좋다. 특히 그동안 고생하신 부모님께 감사드린다는 말씀을 꼭 전하고 싶다”는 소감을 밝혔다.

대전|배영은 기자 yeb@donga.com 트위터 @goodgo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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