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 “목욕탕에서 사진 찍자는 팬들 요청…짜증났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18일 15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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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호가 18일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자서전 '끝이 있어야 시작도 있다' 출간 기념 기자회견을 가졌다. 사진제공|웅진지식하우스
박찬호가 18일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자서전 '끝이 있어야 시작도 있다' 출간 기념 기자회견을 가졌다. 사진제공|웅진지식하우스

"옷 갈아입으려는데 같이 사진을 찍자고 해요. 밑에 안 나오게 찍겠다고. 목욕탕 안에 앉아있는데 악수하자는 사람도 있고. (개그맨) 최효종 씨한테 내가 팬들을 대할 때 어디까지 해야 되는지 정해달라고 요청하려고도 했었어요."

'코리안 특급' 박찬호(40)가 국민적 우상으로서의 고충을 토로했다.

박찬호는 18일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자신의 자서전 '끝이 있어야 시작도 있다' 출판 기념 기자회견에서 "나도 모르게 내 몸에 스타의식이 배어있었다"라고 고백했다.

"아직도 화려할 때 인정받던 기억이 몸에 배어있어요. 식당에 갔는데 웨이트리스들이 친절하지 않으면 '나 박찬호인데 무시하나'라는 생각부터 했어요. 바쁘다는 생각을 못하고. '반찬 더 갖다주고, 사인 받으려고 하는 사람도 있는데' 그런 착각이 배어있단 말이죠. 그런 걸 버려야됩니다."

박찬호는 "야구 기술만 좋았지, 지능이나 지혜가 부족했다. 간혹 사인을 여러 장 해달라거나 목욕탕에서 악수하자고 하면 순간적으로 짜증이 났다"라면서 "피터 오말리 전 구단주 같은 분과 식당에 가면 그분들은 어딜 가나 친절함이 배어있다. 어머니는 '너 나중에는 사인해달라는 사람도 없다, 지금 다 해줘라'라고 이야기하신다. 아직 많이 배워야한다"라고 설명했다.

"내 나라에 대해 억울해하고, 배신감을 가졌던 때도 있었죠. 성적이 안 좋으면 미국에서도 한국에서도 인정받지 못합니다. 정말 외로웠습니다. 결과적으로 부모님이나 한국인들이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선수가 돼서 기쁩니다. 부모님 말씀도 제대로 안 듣던 청소년들이 제가 '공부 열심히 해라'라고 하면 네! 하는 걸 보면서 큰 책임감도 느낍니다. 힘든 시간이 많았지만, 항상 인내하고 포기하지 않으려고 노력했습니다."

박찬호는 '자신은 영원한 마이너리거'라고 했다. 자신은 야구선수였을 뿐, 사회에 나와 보니 부족한 점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두렵고, 새롭다고 했다.

"제게 창피한 것은 더 없습니다. 콤플렉스는 내가 더 강해질 수 있는 부분이 있다는 뜻입니다. 항상 부족한 점을 보완해나가는 박찬호가 되겠습니다."

김영록 동아닷컴 기자 bread425@donga.com
사진제공=웅진지식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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