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륜스타 강추! 자전거라이딩 명소] 서해안 가르는 일직선 코스…질주본능 ‘꿈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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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5월 23일 07시 00분


한 라이더가 일직선으로 쭉 뻗은 화성 방조제 길을 달리고 있다(위). 방조제 길이 끝나는 곳에 매향리가 있다. 폭음이 그치고 평화마을로 변신 중인 매향리에서는 미군 사격장 폭탄 파편으로 만든 조형물을 볼 수 있다(아래 오른쪽). 방조제 초입에 있는 기념탑 공원에서는 텐트를 치고 야영을 할 수 있다(아래 왼쪽). 김재학 기자 ajapto@donga.com 트위터@ajapto
한 라이더가 일직선으로 쭉 뻗은 화성 방조제 길을 달리고 있다(위). 방조제 길이 끝나는 곳에 매향리가 있다. 폭음이 그치고 평화마을로 변신 중인 매향리에서는 미군 사격장 폭탄 파편으로 만든 조형물을 볼 수 있다(아래 오른쪽). 방조제 초입에 있는 기념탑 공원에서는 텐트를 치고 야영을 할 수 있다(아래 왼쪽). 김재학 기자 ajapto@donga.com 트위터@ajapto
■ 박현수 감독이 추천하는 ‘화성방조제 코스’

바다 따라 달리는 왕복 20km 코스
경륜 선수들 스피드 훈련에 최적지
평탄한 일직선 코스 초보자도 거뜬
궁평항 갯벌체험 등 즐길거리 풍성

“화성방조제 코스는 경륜선수들의 비밀 훈련 장소입니다. 왕복 20km 정도의 일직선 코스여서 스피드 향상과 도로 인터벌 훈련의 최적지죠. 차도를 따라 자전거길이 있어 초보 동호인들도 안전하게 라이딩을 즐길 수 있습니다. 서해의 눈부신 풍광을 보며 달릴 수 있고 낚시, 캠핑, 갯벌체험도 즐길 수 있어 가족여행지로 안성맞춤입니다.”

(경륜 감독 박현수)

○방조제 길에서 김훈을 떠올리다

“자전거를 타고 저어갈 때, 세상의 길들은 몸속으로 흘러들어온다.”

소설가보다 자전거 레이서로 불리기를 더 좋아한다는 김훈이 ‘자전거 여행’에 쓴 첫 문장이다. 그는 풍륜(風輪)이라고 이름을 지은 자전거로 전국을 누빈 감상을 두 권의 여행기로 펴냈다.

경기도 화성시 우정읍 화성방조제 도로는 10km짜리 줄자를 쭉 편 듯 일직선이다. 이 길을 자전거로 달리면 김훈의 말을 공감할 수 있다.

그의 표현처럼 길이 스쳐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몸을 통과해 흘러나가는 것 같다. 보통의 길이 오르막과 내리막을 반복하고 산이나 강을 만나면 굽어지기도 하는 데, 인공적으로 조성된 이 도로는 곧기만 한 탓이다. 한 치의 경사나 휘어짐을 허용하지 않는 도로에서 ‘바퀴를 굴려서 가는 사람은 몸이 곧 길임’(‘자전거 여행’ 중에서)을 알 수 있다.

# 화성방조제 코스 가는길

서해안고속도로 진입-비봉IC-남양-송산-서신오거리-서신면사무소 방향으로 10분간 진행 후 좌측 진입-궁평항-화성방조제-매향리# TIP

평탄한 직선 도로라 초보자도 편하게 자전거를 즐길 수 있다. 자동차에 자전거를 싣기 어렵다면 궁평항에서 자전거를 빌릴 수 있다. 최근 사설 대여소가 영업을 시작했다. 아동용 90분에 4000원, 성인용은 6000원이다. 스포츠동아DB
# 화성방조제 코스 가는길 서해안고속도로 진입-비봉IC-남양-송산-서신오거리-서신면사무소 방향으로 10분간 진행 후 좌측 진입-궁평항-화성방조제-매향리

# TIP 평탄한 직선 도로라 초보자도 편하게 자전거를 즐길 수 있다. 자동차에 자전거를 싣기 어렵다면 궁평항에서 자전거를 빌릴 수 있다. 최근 사설 대여소가 영업을 시작했다. 아동용 90분에 4000원, 성인용은 6000원이다. 스포츠동아DB

○직선도로가 주는 질주본능

화성시의 화옹지구 간척사업을 통해 건립된 화성방조제는 2003년 3월 바다를 가로지르는 물막음 공사가 끝났다. 2007년에 왕복 4차전의 차로가 개통됐는데 이 때 자전거와 인라인 도로도 함께 만들어졌다.

이 길에 오르면 누구나 불쑥 찾아오는 질주본능을 느끼게 된다. 그만큼 직선도로가 주는 유혹이 강렬하다. 코스를 추천한 박현수 경륜 감독(47·수도권 지역 훈련담당)이 왜 “경륜 선수들의 스피드훈련에 최적지”라고 말했는지 공감이 됐다.

처음에는 갯내음을 실어 나르는 바닷바람을 즐기며 느릿느릿 페달을 밟는다. 그러나 어느 순간 맹렬하게 페달 회전속도를 올리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내 인체엔진이 낼 수 있는 최고 속도는 얼마일까?’ 궁금해지는 것이다.

그날 뒷바람을 받은 기자는 속도계를 확인해 보니 최고 시속 46km를 찍었다. 참고로 일반인이 자전거로 ‘동네 마실’을 다닐 때 속도가 시속 20∼30km 정도이고, 경륜 선수들이 레이스에서 밟는 스피드는 시속 70∼80km다.

○자전거 테마여행 코스로 강추!

화성방조제 라이딩은 서신면 궁평항에서 출발해 미군 사격장으로 아픔을 겪은 우정읍 매향리를 찍고 돌아오는 약 20km 코스다. 달리는 내내 서해의 풍광을 즐길 수 있는 것이 매력이지만 아무래도 직선주로이다 보니 라이딩의 단조로움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이 곳은 그 단점을 상쇄할 만한 다양한 매력을 품고 있다. 테마를 정해 자전거 투어를 떠난다면 즐거움이 배가 된다.

우선 서해와 갯벌이 키워낸 싱싱한 해산물이 풍성해 미각 여행으로 안성맞춤이다. 궁평항에는 수산물 직판장이 있어 싱싱한 회와 조개구이 등을 맛볼 수 있다.

가족과 함께 온다면 생태탐방이나 평화의 의미를 되새기는 여행으로 제격이다. 궁평항 뒤편으로 드넓은 갯벌이 펼쳐지는데 직접 바지락 등을 캐볼 수 있다. 방조제가 끝나는 곳에 위치한 매향리를 자전거로 둘러보는 것도 의미있다. 한때 매화향기(梅香) 대신 매캐한 화약내음 가득했던 매향리는 이제 생태평화마을로 변신하고 있다. 마을 곳곳에서 평화를 주제로 한 벽화와 포탄 파편으로 만든 조형물을 만날 수 있다.

이밖에 화성 8경의 하나로 유명한 궁평항 낙조 사진 촬영이나 바다낚시도 빼놓을 수 없는 즐길거리다.

화성|글·사진 김재학 기자 ajapto@donga.com 트위터@ajap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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