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구선수 출신 아버지의 꿈 대신 이뤘어요”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5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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랭킹 12위 꺾고 신데렐라 된 박성혜… 올해 세계선수권 가장 주목할 선수로

박성혜가 15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세계탁구선수권 여자 단식 128강전에서 세계랭킹 12위인 일본의 후쿠하라 아이의 공격을 받아 넘기고 있다. 박성혜는 후쿠하라를 4-2로 꺾는 이변을 연출했다. 월간탁구 제공
박성혜가 15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세계탁구선수권 여자 단식 128강전에서 세계랭킹 12위인 일본의 후쿠하라 아이의 공격을 받아 넘기고 있다. 박성혜는 후쿠하라를 4-2로 꺾는 이변을 연출했다. 월간탁구 제공
아버지의 꿈을 이루기까지 27년이 걸렸다. 대학 때까지 탁구 선수로 활동한 아버지 박흥만 씨(58·교사)는 세계탁구선수권에 출전하는 것이 꿈이었다. 실업팀 입단이 좌절되면서 잃었던 꿈은 딸에게 ‘대물림’됐고 그 딸은 매일 8시간씩 탁구채를 휘두르며 묵묵히 땀을 흘려 꿈을 이뤄냈다.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고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탁구선수권에 출전한 박성혜(27·대한항공) 얘기다. 그는 첫 경기인 단식 128강전에서 일본 여자탁구의 간판스타 후쿠하라 아이(세계랭킹 12위)를 꺾는 이변을 연출했다. 17일 열린 32강전에서는 프랑스 셴이팡(52위)을 4-0(11-7, 13-11, 11-7, 11-1)으로 완파하고 서효원(KRA한국마사회·21위)과 함께 16강에 올랐다. 국제탁구연맹(ITTF)은 166위에 불과한 그를 이번 대회에서 가장 주목할 선수 중 한 명으로 꼽았다.

박성혜의 활약은 대표팀도 전혀 기대를 못한 ‘사건’이다. 2006년 대한항공 입단 뒤 만년 훈련파트너로만 지내왔다. 김경아 당예서 석하정 양하은 등 쟁쟁한 선수들에게 가려 거의 존재감이 없었다. 그런 힘든 시간을 참고 견딘 게 지금의 그를 만들었다. 그는 “주전 선수들이 먼저였기에 제 자리는 어디에도 없었다. 그래도 최고의 실력을 지닌 팀 선수들의 훈련 파트너로 지내면서 나도 모르게 실력이 늘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가 이번 대회에서 맹활약한 원동력은 ‘편안함’이었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기에 부담감이 없었다. 그는 “이기겠다는 마음보다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부담 없이 하다보니 실력의 100%를 발휘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16강에 오른 뒤 그는 “오늘이 탁구인생에서 가장 기쁜 날이다. 아버지께서도 기뻐할 것이다. 세계선수권 출전을 입버릇처럼 말씀하셨다.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제가 그 무대에서 잘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어 정말 좋다”고 웃었다.

강문수 대표팀 총감독은 “박성혜는 약점이 없는 것이 큰 장점이다. 이번 대회를 통해 경험을 쌓은 만큼 앞으로 한국 여자탁구를 짊어질 인재로 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혼합 복식의 이상수(삼성생명)-박영숙(KRA한국마사회) 조는 4강에 올라 동메달을 확보했다.

파리=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박흥만#박성혜#탁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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