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은 완급조절까지 되는 랜디 존슨”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5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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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PN “영리한 투구로 마운드 지배”
콜로라도 감독 “변화구 위력 대단”
상대타자 “낯설어서 못 친것 아니다”

“류현진은 완급 조절까지 가능한 랜디 존슨이다.”

미국 스포츠 전문 채널 ESPN의 평가다. ESPN은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26·LA 다저스)이 1일 콜로라도와의 경기에서 6이닝 동안 삼진 12개를 잡아내자 “류현진이 미국 메이저리그에 아주 순조롭게 적응하고 있다”며 그를 랜디 존슨에 빗댔다. ‘빅 유닛’ 존슨은 통산 303승, 4875삼진을 기록한 왼손 강속구 투수의 대명사다.

ESPN은 “류현진은 이날 경기 초반부터 시속 93마일(약 150km)짜리 속구를 꽂아 넣었다. 이 때문에 체인지업과 커브볼을 더욱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었다”며 “영리한 완급 조절 능력이야말로 류현진의 진짜 매력”이라고 보도했다. 콜로라도의 월트 와이스 감독도 “류현진의 완급 조절이 정말 좋았다. 체인지업과 커브의 위력이 대단해 타자들이 치기 까다로웠다”며 똑같은 평가를 내렸다.

돈 매팅리 LA 다저스 감독은 “류현진은 속구, 체인지업, 커브 등을 볼카운트에 관계없이 언제든지 던질 수 있는 투수다. 이런 투수라면 타자들이 공략하기가 쉽지 않다”며 “볼티모어와의 경기에서만 실점이 많았을 뿐 지금까지 매 경기 안정된 투구를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ESPN도 “류현진은 변화구로 볼 카운트를 잡을 줄 아는 투수”라면서 “그가 어떤 공을 던질지 예상하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라고 평했다.

이날 경기에서 류현진에게 삼진 3개를 당한 조던 파체코는 “맞대결을 처음 해봤기 때문에 어떤 공을 던질지 예상하기 어려웠다는 핑계는 대지 않겠다. 류현진도 마찬가지로 우리 타자들이 낯설었을 것이기 때문”이라며 “정말 공이 좋았다. 그래서 못 때린 것뿐”이라고 말했다.

LA 다저스 홈페이지는 “류현진이 콜로라도 타선을 봉쇄했을 뿐 아니라 지친 불펜에도 휴식을 줬다”며 그의 책임감을 높게 평가했다. 류현진이 이날 6이닝을 소화한 뒤 나머지 3이닝은 로날드 벨리사리오, 켄리 얀선 두 명이 책임졌다. 다저스는 전날 선발 테드 릴리가 3이닝 만에 강판되는 바람에 구원 투수 5명을 투입했었다.

생애 첫 타점을 뽑아낸 타격에 대한 칭찬도 들렸다. 류현진은 이날 3회 공격 때 상대 선발 호르헤 데 라 로사의 시속 149km짜리 몸쪽 직구를 침착하게 밀어 쳐 우전안타로 연결했다. ‘다저스의 목소리’로 불리는 아나운서 빈 스컬리는 “보통 투수들이 타석에서 시속 147∼149km의 빠른 공을 커트해 파울을 만들기도 쉽지 않은데 류현진은 이걸 때려 안타로 만들었다”고 칭찬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 류 “1회 홈런 맞은 게 다행… 직구 노려 쳐 안타” ▼


“다음에 주의할 게 또 생겼다.” 1회초 홈런을 허용했을 때 상황을 묻는 질문에 류현진은 “낮게 유인구로 던지려고 했는데 가운데로 몰렸다. 타자가 실투를 놓치지 않고 잘 쳤다”며 이같이 말했다.

―홈런을 허용한 게 집중력을 더 발휘하는 계기가 됐나.

“1점짜리 홈런을 허용한 걸 다행으로 생각한다. 힘 좋은 타자들이 많기 때문에 이후에 집중해서 던진 게 좋은 결과를 얻었다.”

―오늘은 커브가 특별했다.

“불펜에서 몸을 풀면서 던질 때부터 커브가 잘 들어갔다.”

―직구 구속이 올라왔고 힘이 있었다.

“경기 전부터 컨디션이 좋았다. 구속도 그래서 좋아진 것 같다. 이 구속을 시즌이 끝날 때까지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6회 마이클 커다이어에게 볼카운트 0-2에서 볼이 되면서 안타를 허용했다.

“투수는 심판에게 맞춰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음번에 그런 상황이 와도 심판에게 맞춰 갈 것이다.”

―적시타도 쳤는데, 앞 타자 고의사구로 오기가 발동했나.

“그런 건 없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안타를 쳐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직구를 노리고 있었는데 마침 직구가 왔다. 운이 좋았다.”

로스앤젤레스=문상열 통신원 symoontexas@hotmail.com    
    
    
다저스타디움 간 싸이 ‘시건방춤’ 응원
“수만명 앞에서 호투, 자랑스럽다”… 류 “형처럼 노력 최고스타 될것”

LA 다저스 류현진이 4회초 콜로라도의 조던 파체코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이닝을 마쳤다. 류현진이 더그아웃으로 들어가는 동안 다저스타디움 전광판에는 가수 싸이(36)의 최신곡 ‘젠틀맨’의 뮤직비디오가 상영됐다. 분위기가 달아오르자 싸이가 직접 경기장에 등장해 ‘시건방춤’을 선보였다. 관객들은 세계적인 팝스타의 등장에 뜨거운 박수로 화답했다.

이날 싸이는 경기장에 모습을 드러내기 전 다저스 클럽하우스 배팅케이지에서 방망이를 휘둘러 보기도 했다. 다저스 구단은 공식 트위터에 싸이의 타격 연습 사진을 올렸다.

경기가 종반에 들어서면서 다저스의 승리가 굳어지자 그라운드에 다시 싸이의 노래가 흘러나왔다. 이번에는 세계적인 히트곡 ‘강남스타일’이었다. 관중도 음악에 맞춰 말춤을 추기 시작했다. 다저스타디움은 금세 거대한 춤판으로 변했다. 이날 경기에는 4만7602명이 입장했다.

다저스의 승리로 경기가 끝난 뒤 류현진과 싸이는 그라운드에서 직접 만나 반갑게 인사를 나누며 선물을 주고받았다. 류현진은 자신의 등번호 99번이 새겨진 유니폼을, 싸이는 공연 때 썼던 선글라스를 건넸다. 싸이는 “수만 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호투한 류현진이 너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류현진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싸이 형과 조만간 만나 저녁을 먹기로 했다. 세계적 스타인 싸이 형을 만나 반가웠다. 나도 노력해서 최고의 스타가 되겠다”고 말했다.

한편 싸이는 이날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에 등재됐다. 이 사전은 온라인판에 싸이를 ‘한국의 가수 겸 래퍼’로 소개하면서 “2012년 ‘강남스타일’을 통해 국제적 명성을 얻었고 뮤직비디오 유튜브 조회수 10억 건이라는 신기록을 세웠다”고 적었다.

이승건·최고야 기자 why@donga.com
#류현진#싸이#ESPN#LA 다저스#젠틀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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