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 6년 천하…‘헌신 DNA’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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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3월 29일 07시 00분


삼성화재 선수들이 신치용 감독을 헹가래하면서 환호하고 있다. 삼성화재는 대한항공과 3년 연속 챔프전 격돌에서 모두 이겼다. 인천|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 @seven7sola
삼성화재 선수들이 신치용 감독을 헹가래하면서 환호하고 있다. 삼성화재는 대한항공과 3년 연속 챔프전 격돌에서 모두 이겼다. 인천|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 @seven7sola
■ 삼성화재, 6시즌 연속 우승 비결은?

신치용 감독, 항상 팀을 위한 헌신 강조
석진욱 등 30대 베테랑, 후배에게 전수
용병 레오도 “기량보다 인성”의 결과물


삼성화재가 마침내 국내 프로스포츠 사상 최다 연속우승 타이기록을 세웠다. 28일 대한항공을 챔피언시리즈에서 3연승으로 압도하며 여자프로농구 신한은행이 보유한 6시즌 연속우승 기록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신한은행은 2012∼2013시즌 정상정복에 실패해 기록은 멈췄다. 오직 삼성화재만이 새로운 기록을 세울 자격을 가졌다. 연승, 우승과 관련해 어느 누구도 꿈꾸지 못한 기록을 수집해온 삼성화재이기에 새로운 목표를 향한 도전은 신치용 감독과 선수들에게 새로운 목표를 향한 도전정신에 날개를 달아줄 것으로 보인다.


2012∼2013시즌 삼성화재는 쉽게 정규리그 1위를 했고, 챔피언결정전에서도 일방적인 승리를 거뒀다. 4번째 통합우승. 겉으로 드러난 결과만 본다면 너무나 쉽고도 당연한 우승이지만 내용은 그렇지 않았다.


몇 년 전부터 삼성화재는 전문가뿐 아니라 상대 팀의 시즌 예상 순위에서도 우승후보는 아니었다. 주력 선수들은 이미 정점을 지났다. 항상 드래프트 순위에서 마지막 차례였기에 가능성 있는 신인의 보강도 없었다. 게다가 이번 시즌에는 그동안 팀을 떠받들던 용병 가빈도 떠났다. 모두가 “이번만큼은∼”이라고 했지만 신 감독은 겸병필승(謙兵必勝)의 마음으로 겸손하게 시즌을 준비했다. 그가 택한 것은 속도전이었다.

“우리 전력으로 봤을 때 플레이오프를 통과해 챔피언시리즈에 가면 힘들 것이라고 봤다. 무조건 정규리그 1위를 해야 승산이 있다고 판단하고 거기에 초점을 맞췄다”는 게 신 감독의 설명이다. 신치용식 관리배구는 그렇게 또 적중했다.

1라운드에서 상대의 힘과 맞대결해 고전하면서도 승리를 쌓아갔다. 3라운드 고비를 넘기면서 승기를 잡았고 4,5라운드를 내쳐나갔다. 결과는 최단기간에 정규리그 1위 확정이었다. 그 기세는 챔피언결정전에도 이어졌다.

이번 시즌 삼성화재에서 달라진 것은 단 한사람이었다. 바로 레오였다. 가빈을 대신해 들어온 쿠바 망명선수 레오는 가빈과는 다른 스타일의 공격과 수비로 삼성화재의 배구에 녹아내렸다. 몸값이 비싸지도 이름값이 높지도 않았지만 테스트를 받은 6명의 외국인선수 후보를 퇴짜 놓고 신 감독이 고른 카드였다. 스포츠가방 하나 만을 들고 한국에 온 그에게서 베테랑 감독은 절박함을 봤다. “외국인 선수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인성이다. 기량은 다음의 문제”라는 신 감독의 판단은 옳았다. 아무도 기대하지 않았던 레오는 라운드를 거듭할수록 진화했다. 상대 블로커 위에서 때리는 타점 높은 공격은 가빈과는 다른 새로운 공격옵션이었다.

석진욱 여오현 고희진 등 30대 베테랑은 신치용 관리배구의 핵심이었다. 삼성화재 DNA를 후배들에게 고스란히 전수하면서 팀의 분위기를 다잡았다. 3라운드 LIG손해보험과의 경기에서 0-3으로 패한 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삭발을 하고 나타난 여오현과 고희진은 선수들이 알아서 준비하는 삼성화재 배구의 특징을 가장 잘 보여줬다.

다른 팀 선수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로 혹독한 훈련을 하는 팀. 선수들이 숙소의 TV를 스스로 치워버리고 컴퓨터 휴대전화도 반납하면서 외부와 단절된 생활을 하지만 누구의 입에서도 불만의 소리는 나오지 않는다. 주장 고희진은 “우리는 겸손하게 우리 것만 하면 이긴다. 주위의 소문이나 말, 매스컴의 얘기는 가능하면 듣지 않는다. 오직 감독님이 하는 말과 알려주신 글귀만을 듣고 본다. 그것을 믿고 간다”고 말했다. 신치용식 관리배구에서 선수들이 어떤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전쟁을 하기에 가장 어려운 상대는 신념으로 똘똘 뭉친 집단이다. 특히 종교가 그렇다. 이들은 자신이 믿는 바를 향해 옆도 뒤도 보지 않고 돌진한다. 중세시대 십자군이 그랬다.

삼성화재 배구단에 팀을 위한 헌신은 종교다. 선수들에게 감독 신치용은 위대한 말씀이다.

인천|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트위터@kimjongk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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