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태권도 남북 수장이 만난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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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3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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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원-장웅 총재 독일 회동… 올림픽 계속 잔류 협력 논의
일각선 “조총재 재선용 포석”

세계태권도연맹(WTF) 조정원 총재(오른쪽)가 9일 독일 함부르크의 한 식당에서 국제태권도연맹(ITF) 장웅 총재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독일태권도협회 제공
세계태권도연맹(WTF) 조정원 총재(오른쪽)가 9일 독일 함부르크의 한 식당에서 국제태권도연맹(ITF) 장웅 총재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독일태권도협회 제공
한반도가 급격하게 긴장 상태로 빠져든 가운데 세계태권도연맹(WTF) 조정원 총재(66)가 북한 계열의 국제태권도연맹(ITF) 장웅 총재(75)를 만나 관심을 끌고 있다.

조 총재는 8일부터 10일까지 독일 함부르크에서 장 총재를 만나 장시간 협의를 가졌다. 이 만남을 주선한 박수남 독일태권도협회 회장(66)은 “자세한 내용은 모르지만 태권도를 올림픽에 계속 잔류시키기 위해 WTF와 ITF가 협조하기로 했고 4월 중국 톈진, 5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다시 만나 협의하기로 했다”고 11일 밝혔다.

WTF는 남한, ITF는 북한이 창설한 태권도 국제기구다. ITF는 장 총재 계열과 캐나다 교포 출신 최중화 총재 계열로 나뉘어 있다. 최 총재는 전향해 한국과 교류를 하고 있다. 하지만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IOC 위원이기도 한 장 총재의 ITF를 더 인정하는 분위기다.

조 총재는 2월 열린 IOC 집행위원회에서 태권도가 올림픽 핵심 25종목에 선정돼 2020년 올림픽 대회까지 정식 종목으로 살아남게 됐지만 장기적으론 북한과 힘을 합칠 필요가 있어 장 총재를 만난 것으로 보인다.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재밌다’는 평가를 받으며 올림픽 종목에 잔류한 데 이어 남과 북으로 나뉜 태권도가 하나 된다는 것은 IOC에 주는 메시지가 크다. 그동안 자크 로게 위원장 등 IOC 위원들은 둘로 나뉜 태권도의 ‘통합’을 권고해 왔다. 9월 IOC 총회를 앞두고 필사적인 로비를 펼치는 가라테 등의 ‘반란’에 대비해 약점을 보완하는 차원에서 조 총재는 ITF와 적극적인 통합의 자세를 취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 조 총재의 행보가 7월 열리는 WTF 총재 선거를 겨냥한 정치적인 노림수란 분석도 나온다. 최근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이 출마를 선언하자 조 총재가 장 총재를 끌어들여 ‘남북 화합’의 모습을 보이며 홍 의원을 압박하고 있다는 것이다. 조 총재는 홍 의원과 만나서 “내가 한 번 더 하고 나중에 하라”고 권고했지만 홍 의원은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고 노무현 대통령 시절 WTF 총재에 선출된 조 총재는 이명박 정부 시절에도 ‘잡음’이 많았다. 이와 관련해 조 총재가 남북이 급박한 긴장 상태에 있는 가운데 개인적인 목표를 위해 북한을 이용하고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국제태권도연맹#조정원#장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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