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사령탑 맡은 유영훈 감독 17일 동아마라톤서 데뷔전
제주-이천서 겨우내 맹훈련… 이영욱 2시간13분대 목표
사령탑이 바뀌었지만 선수들은 큰 변화를 느끼지 못했다. 강력한 카리스마를 지닌 감독 밑에서 코치로 12년간 지도자 수업을 받은 뒤 지휘권을 넘겨받아 비슷한 훈련 분위기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훈련 스케줄은 바뀌었지만 말보다는 행동으로 끌고 가는 조용한 카리스마에 선수들도 묵묵히 땀 흘리고 있다.
‘마라톤 사관학교’ 건국대의 새로운 교관 유영훈 감독(41)이 17일 열리는 2013 서울국제마라톤대회 겸 제84회 동아마라톤대회에서 사령탑 데뷔전을 치른다. 숱한 유망주를 길러내 건국대에 ‘마라톤 대학교’라는 명성을 안겨주고 지난해 삼성전자육상단 사령탑으로 자리를 옮긴 황규훈 감독(60)의 뒤를 이어 그 명맥을 잇고 새로운 전통을 만드는 게 유 감독의 임무다. 지난해 12월부터 제주도와 경기 이천 건국대 스포츠과학타운에서 체계적인 훈련을 시킨 유 감독은 이번 대회에서 이영욱, 정해훈 등 4명을 내세워 ‘사관학교’의 명성을 이어가겠다고 벼르고 있다.
17일 열리는 2013 서울국제마라톤대회 겸 제84회 동아마라톤대회에서 사령탑 데뷔전을 치르는 ‘마라톤 사관학교’ 건국대의 새로운 교관 유영훈 감독(오른쪽)이 선수들과 함께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마라톤 명문대로서의 전통을 이어가면서도 새로운 기풍을 세우겠다는 것이 그의 목표다. 이천=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황 감독님이 해왔듯 유망주를 길러내는 게 건국대의 목표다. 2학년 때까진 풀코스를 뛰지 못하게 하고 3학년부터 풀코스에 도전하는 전통은 계속 이어갈 것이다. 이번 대회에선 주장 이영욱이 2시간 13분대를 뛰어 8월 열리는 2013 러시아 모스크바 세계육상선수권대회 티켓을 획득하는 게 목표다.”
1994년 동아국제마라톤대회에서 2시간 10분 12초로 국제 5위, 국내 2위를 한 유 감독은 당시 김완기, 황영조(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이봉주(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은메달리스트) 등과 어깨를 겨루던 선수 출신이다. 은퇴한 뒤 2001년부터 건국대 코치로 황 감독 밑에서 유망주 조련법을 갈고닦았다. 유 감독은 “솔직히 황 감독님의 업적을 이어 간다는 부감이 크다”고 말했다. 1988년 건국대를 맡은 황 감독은 1990년 베이징 아시아경기 금메달리스트 김원탁을 비롯해 김이용, 형재영, 장기식, 오성근, 장진혁 등 한국 남자 마라톤의 기둥을 줄줄이 만들어냈다.
유 감독은 “결국 선수 발굴이 가장 중요하다. 황 감독님은 선수 발굴에 남다른 안목이 있었다. 그분 밑에서 배울 수 있어서 행복했다”고 말했다. 그는 “가장 중요한 게 주법이다. 장시간 뛰는 풀코스 레이스에서 머리 움직임 하나, 발 디딤 하나가 엄청난 에너지 소비를 가져온다. 군더더기 없는 자세가 중요하다. 그리고 성실해야 한다. 이 두 가지를 갖추면 일단 대어가 될 잠재력이 있다. 그런 선수를 발굴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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