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지만 “벙커빠졌던 내 인생…죽어라 공만 치니 골프가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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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2월 20일 07시 00분


강지만. 사진제공|kgt
강지만. 사진제공|kgt
■ 서른일곱 강지만 골프인생 2라운드 기분좋은 티샷

“1년 간 죽으라고 공만 쳤다. 해가 뜰 때 클럽을 잡고 달을 보며 장갑을 벗었다.”

2006년 신한동해오픈 우승자 강지만(37)이 다시 칼을 뽑았다.

서른일곱이라는 적지 않은 나이지만 그에게 나이는 중요하지 않다. 강지만은 2006년 한국프로골프(KGT) 투어 상금랭킹 3위에 오르면서 국내 남자 프로골프를 대표하는 스타로 떠올랐다.

잘 나가던 그는 2007년부터 내리막길을 탔다.

상금랭킹 3위에서 68위로 떨어졌다. 성적과 함께 자신감도 추락했다.

결국 2012년 KGT 투어 시드를 잃었다. 재기를 꿈꾸는 강지만이 15일 태국 카오야이 마운틴 크리크 골프장에서 열린 KGT 윈터투어 2차 대회에 모습을 드러냈다.

2006년 KGT 상금랭킹 3위 승승장구
무리한 근육 만들기…욕심이 화 불러
끝없는 내리막…작년엔 시드까지 잃어

선수생활 걸고 미국행…연습 또 연습
퍼트 보완…마침내 원아시아투어 티켓
이젠 출전할 대회 있어…컴백 설렌다


○“할 수 있는 게 골프밖에 없었다”

강지만은 한 순간 추락했다. 욕심이 화를 불렀다. 그는 “욕심이었던 것 같다. 잘 했을 때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거리를 더 멀리 보내기 위해 근육 운동을 많이 했는데 오히려 그게 독이 됐다. 무턱대고 근육만 만들다 보니 몸이 굳어져 갔다. 게다가 클럽까지 바꾸면서 엇박자가 났다. 자신감마저 떨어지고 말았다”며 지난 일들을 떠올렸다.

시드까지 잃은 건 선수 생활 최대 위기였다. “지금 끝낼 순 없었다. 그래서 포기할 수 없었다. 다시 시작하기 위해 미국행을 선택했다. 모험이었지만 최선이었다.”

그는 중학교 2학년 때 골프를 시작했다. 25년 가까이 골프는 그의 전부였다. 미국 생활이 처음부터 순조로웠던 건 아니다. 처음 만난 스윙코치와는 호흡이 맞지 않았다. 프로선수들은 오랜 시간 자신만의 스타일로 경기를 치러왔기에 한순간 모든 걸 바꾸는 게 쉽지 않다.

한국계 미국인 스윙코치 도니 리(Donny Lee)를 만나면서 변화가 시작됐다. 스윙도 바꾸고 골프에 맞는 웨이트 트레이닝을 병행하면서 또 다른 골프를 알게 됐다.

“이전까지의 연습은 스윙이 위주였다. 시간이 날 때마다 조금씩 웨이트 훈련을 했던 게 고작이었다. 그러나 도니 리 코치를 만나면서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스윙도 좋아지고 몸도 좋아졌다. 웨이트 트레이닝도 골프에 맞는 훈련이 따로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두 가지가 결합해서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거리가 예전보다 20야드 이상 늘어났다.”

○“작은 결과지만 만족한다”

길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문을 두드렸다. 미 PGA 투어를 시작으로 유러피언 투어, 일본 투어 그리고 국내 투어까지 계속해서 도전했다. 그러나 문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많은 땀을 흘렸지만 단 한 곳에서도 출전권을 따내지 못했다.

경기를 치를수록 자신이 부족한 부분을 깨달았다. 바로 쇼트게임이다.

그는 “쇼트게임 잘하는 손은 따로 있는 것 같다”면서 “정말 죽으라고 연습만 했다. 해 뜨면 시작해서 해가 질 때까지 연습만 했는데 안 되는 게 있었다. 쇼트 게임과 퍼트는 해도 해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아직도 부족하다”고 스스로를 평가했다.

지난해 신한동해오픈 때의 일이다.

“친구들이 응원을 왔었다. 그런데 모두가 같은 소리를 했다. ‘샷은 네가 최곤데 퍼트는 네가 꼴찌다’라고 했다. 자꾸 짧은 퍼트를 빼다보니 친구들도 응원할 맛이 안 나는 듯 했다.”

다시 땀을 흘렸다. 그 땀은 작은 성과로 이어졌다. 1월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원아시아투어 퀄리파잉스쿨을 통과하며 그토록 기다리던 출전권을 손에 쥐게 됐다.

“출전권을 따지 못하면 다시 미국으로 가려고 했다. 대회에 나갈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기쁘고 설렌다. 이 정도라도 만족한다. 빨리 시즌이 왔으면 좋겠다.”

자신감도 되찾았다.

그는 “예전에 후배들과 경쟁하면 ‘정말 공 잘 친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이제는 아니다. PGA 선수나 일본투어에서 뛰는 선수들과 겨뤄도 더 잘 칠 것 같다. 나도 그만큼은 할 수 있다”라고 힘줘 말했다.

원아시아투어 출전권을 획득한 강지만은 올해 국내에서 열리는 5∼6개 대회 뛸 수 있게 됐다. 서른일곱 강지만에겐 천금같은 기회다.

강지만은?

▲1976년 2월21일 서울 출생
▲1999년 KPGA 프로입문
▲2005년 KGT 상금랭킹 13위
▲2006년 KGT 상금랭킹 3위
▲2006년 신한동해오픈 우승
▲2008년 매경오픈 3위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트위터 @na18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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