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 이근호“외박 위해 필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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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2월 15일 07시 00분


상무 공격수 이근호가 14일 서귀포 효돈구장에서 인터뷰를 갖고 2013시즌 각오를 밝히고 있다. 짧게 깎은 머리가 인상적이다. 서귀포|남장현 기자
상무 공격수 이근호가 14일 서귀포 효돈구장에서 인터뷰를 갖고 2013시즌 각오를 밝히고 있다. 짧게 깎은 머리가 인상적이다. 서귀포|남장현 기자
울산의 영광 먼얘기…지금은 보병특기 군인일 뿐
2부리그 전력도 백지한장 차이…철저하게 준비
군인에게 가장 좋은 건 휴가, 이겨야 하는 이유죠

짧게 깎은 머리, 어두운 톤의 트레이닝복, 등에는 불사조 문양이 선명했다. 14일 K리그(2부 리그) 상주상무의 전지훈련지 서귀포 축구공원 효돈구장. 어색한 미소로 다가온 이는 육군 이등병 이근호(28·상주상무)였다. 2012시즌은 생애 최고의 시간이었다. 화려한 퍼포먼스로 울산현대를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정상으로 이끌었다. ‘AFC 올해의 선수’는 보너스. 작년 12월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을 마치자마자 논산 훈련소에 입소했고, 지난 달 말 퇴소 직후 전훈에 합류했다.

● 외박을 향해!

입대 동기(이호, 이재성)들과 신병 훈련소에서 기초 군사훈련을 받는 동안 영점사격도, 수류탄 투척도 했다. 다른 병력과 똑같은 프로그램을 이수했다. 규칙적인 생활을 했지만 아무래도 그라운드를 밟지 못해 컨디션이 많이 다운됐다.

“(몸 만들기를) 새로 하는 과정이죠. 빨리 만들어 (좋은 플레이를) 보여줘야죠.”

울산에서의 영광은 먼 과거 이야기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우승했을 때 기억나느냐”는 우문에 나온 현답이었다. 지금은 어디까지나 보병 주특기를 얻은 군인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축구 선수라는 특수 직업을 추가로 가졌을 뿐.

“머리(스타일)도 다 똑같고, 인사를 ‘충성’으로 하죠. 실감나요.”

불편함은 없다. 클럽에 몸담을 때나 현재 생활 패턴 모두 비슷하다. 휴식-운동, 치료-운동이 반복된다. 단, 휴식을 ‘개인정비’로 부르는 게 다르다.

그라운드에서의 이근호를 빼놓을 수 없다. 올 시즌 K리그에서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로 상주를 거론하는 건 8할이 그의 존재감 때문이다. 혹자는 ‘이근호가 올해 40골 이상 넣을 수 있을 것’이란 예상을 내놓는다. 그 만큼 기대가 크다. 상무 박항서 감독이 틈날 때마다 경찰청과 상무를 놓고 고민하던 이근호에게 전화를 걸었던 까닭이다.

“(2부 리그가) 처음이라 상대도 잘 모르고 생소한 것도 있죠. 한데, 막상 부딪히면 (1부 리그 때와) 똑같이 않을까요? 백지 한 장 차이죠. 방심 없이 저부터 철저히 연구해야죠.”

개인 목표는 뚜렷하다. “공격진이 출중해 혼자 골을 몰아넣진 못할 것 같다”면서도 “포지션이 정확하게 부여되면 공격 포인트를 많이 얻고 싶다”고 했다. 수치는 거론하지 않았다. 대신 팀 성적을 얘기했다. 이유가 있다. 승리수당도, 골 수당도 아닌 특박 때문이다.

“군인에게 휴가처럼 더 좋은 게 있을까? 작년보다 올해 더 많이 쉴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많이 하고 있어요. 그렇게 되면 K리그 우승하고 (K리그 클래식 팀과) 플레이오프도 이길 수 있지 않을까요?”

그는 병역을 해결하지 않은 후배들에게 충고했다.

“군대는 빨리 다녀와라. 한 살이라도 어릴 때 해결해라.”

서귀포|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트위터 @yoshik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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