끌고… 밀고… 선두 쌍끌이 ‘찰떡콤비’… 기업은행 공수 쌍두마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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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2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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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구 조화 이뤄 우승 도전

“친자매처럼 친해요” “이렇게 포즈 취하면 되죠?” 프로배구 여자부 기업은행의 선두 질주를 이끌고 있는
 김희진(왼쪽)과 남지연이 하트를 만들어 보이고 있다. 남지연이 김희진보다 여덟 살이나 많지만 코트 밖에서는 서로 짓궂은 장난을 칠
 정도로 친하다. 대전=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친자매처럼 친해요” “이렇게 포즈 취하면 되죠?” 프로배구 여자부 기업은행의 선두 질주를 이끌고 있는 김희진(왼쪽)과 남지연이 하트를 만들어 보이고 있다. 남지연이 김희진보다 여덟 살이나 많지만 코트 밖에서는 서로 짓궂은 장난을 칠 정도로 친하다. 대전=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너 왜 그런 태도로 훈련해? 그러면 동료들이 훈련할 기분이 생기겠어?”

창단 2년째인 프로배구 여자부 기업은행의 훈련 중 조그마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날따라 몸이 좋지 않았던 김희진(22)은 블로킹 훈련을 대충 했다. 얼굴 표정도 좋지 않았다. 유심히 지켜보던 남지연(30)은 훈련이 끝난 뒤 김희진을 불렀다. 남지연은 여덟 살 차가 나는 2년 차 후배의 불성실한 훈련 태도를 지적했다. 눈물이 쏙 빠지도록 혼이 난 김희진은 다음 날부터 달라졌다.

올 시즌 기업은행은 선두를 질주하며 정규 시즌 우승을 눈앞에 두고 있다. 창단 첫해인 지난 시즌 승점 1점 차로 아쉽게 플레이오프에 오르지 못했던 것과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가장 큰 힘은 김희진과 남지연 등 선후배들의 ‘신구 조화’다.

지난 시즌 기업은행은 김희진-박정아-알레시아로 이어지는 삼각편대의 공격력은 막강했지만 불안한 수비에 번번이 고개를 숙였다. 시즌이 끝난 뒤 약점인 수비를 보강하기 위해 영입한 선수가 베테랑 리베로 남지연과 윤혜숙이다. 효과는 코트 밖에서도 나타났다. 선수들의 자세가 달라진 것. 특히 ‘제2의 김연경’으로 불리는 김희진은 국가대표 리베로 남지연이라는 든든한 버팀목을 만나며 공격이 더욱 날카로워졌다.

외국인 선수들이 독점하고 있는 공격 부문에서 김희진은 속공 1위, 이동공격 2위, 블로킹 3위를 달리며 토종 선수의 자존심을 세우고 있다. 지난 시즌 신인왕은 놓쳤지만 런던 올림픽을 통해 한국 여자 배구의 차세대 공격수로 성장했다. 김희진은 “지난 시즌에는 경기가 잘 풀리지 않거나 실수해도 ‘괜찮아’라며 대충 넘어갔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선배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많은 것을 배우다 보니 정신 자세부터 달라졌다”며 웃었다. 기업은행은 2011년 창단한 팀으로 지난 시즌에는 신인 드래프트에서 뽑힌 선수들이 대부분이었다. 이번 시즌엔 ‘맏언니’ 같은 선배들이 합류하면서 비로소 팀의 기강이 세워진 셈이다.

맏언니로 팀 기강을 담당하고 있는 남지연은 코트 밖에서는 말이 별로 없다. 하지만 코트 안에서는 수다쟁이로 변신한다. 남지연은 “어린 선수들은 경기가 잘 풀리지 않으면 곧잘 흔들린다. 그럴 때 바로 이야기를 해준다. 상대 선수의 장단점에 대해 살짝 귀띔을 해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기업은행 이정철 감독(53)은 “노련한 (남)지연이가 코트 안에서 어린 선수들을 잘 이끌어줘서 위기가 와도 두렵지 않다. 여기에 (김)희진이가 잘 따라줘 든든하다”고 두 선수를 치켜세웠다.

김희진과 남지연의 올 시즌 목표는 당연히 우승이다. 남지연은 “말만 들어도 기분이 좋아진다. 후배들과 요즘처럼 한마음으로 계속 경기를 한다면 큰일을 내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김희진도 거들었다. “우승하면 모든 것이 언니들 덕분이죠.”

대전=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프로배구 여자부#기업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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