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NCAA 스타의 황당 ‘온라인 러브’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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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 웹사이트에는 ‘맨타이 테오’를 얼간이처럼 묘사한 각종 손수제작물(UCC)이 넘쳐난다. 하와이 출신인 테오(22·사진)는 노터데임대 최고 미식축구 스타. 수비수인 그는 지난해 최고의 대학 미식축구 선수가 받는 하이즈먼 트로피 수상자 투표에서 2등을 할 정도로 전국구 스타이기도 하다. 이렇게 승승장구하던 테오가 갑자기 놀림거리가 된 이유는 무엇일까.

테오는 지난해 9월 한 인터뷰에서 “할머니와 여자친구를 하루 차이로 잃었다”며 “백혈병으로 숨진 여자친구가 ‘내게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경기에 꼭 나가달라’고 말했다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한 경기도 빠지지 않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 인터뷰로 그는 숱한 여심(女心)을 흔들었고, 테오의 활약 속에 노터데임대도 미국대학체육협의회(NCAA) 미식축구 결승까지 올랐다. 그때마다 여자친구 이야기가 빼놓지 않고 등장했다.

그러나 이달 16일 한 인터넷 매체에서 “테오의 여자친구는 가상의 인물”이라고 보도하며 분위기가 바뀌었다. 그때까지 테오는 스탠퍼드대에 다니는 르네 커쿠아를 자기 여자친구라고 소개했지만 이 매체 취재 결과 커쿠아에 관한 그 어떤 기록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이 매체는 지금껏 테오가 여자친구라고 공개했던 사진도 그저 테오가 알고 지내던 친구의 친구 사진이었다고 보도했다. 일부에서는 그가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숨기려고 가상의 인물을 지어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여기서 다시 반전이 일어났다. 테오가 “나도 사기의 피해자일 뿐”이라고 주장하고 나선 것. 그는 23일(현지 시간) 한 방송 인터뷰에 출연해 “나 역시 지난해 9월에 여자친구가 숨졌다고 믿었다. 그러다 12월 6일 자신이 아직 살아 있다는 커쿠아의 전화를 받고야 뭔가 잘못됐다는 느낌을 받았다. 분명 그녀의 목소리였다”며 “그날 이후 여자친구에 대해 거짓말했던 건 분명 내 잘못”이라고 말했다. 이 사기 사건을 처음 보도했던 매체도 “테오와 스스로를 커쿠아라고 칭했던 인물이 수백 차례 전화를 주고받은 기록을 입수했다”며 테오의 발언에 신빙성을 더했다. 적어도 테오가 누군가와 연애를 했던 건 분명한 일.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 걸까. 노터데임대 측에 따르면 테오와 커쿠아는 ‘온라인 연인’이었다. 그전까지 테오는 실제로 커쿠아를 만난 적이 없었다. 테오는 23일 인터뷰에서 “만나본 적이 없다고 해도 당시 그녀의 죽음 앞에서 느꼈던 슬픔과 안타까움은 모두 100% 진심이었다”고 말했다. 테오는 얼굴도 모르는 온라인상의 누군가와 사랑에 빠졌고 그가 죽었다고 믿었지만 정작 온라인상의 그 인물이 누구였는지는 아직도 밝혀지지 않고 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맨타이 테오#미식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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