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단명 메이저리거 그린버그, 할리우드서 ‘러브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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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1월 18일 09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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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덤 그린버그. 그린버그 제공
애덤 그린버그. 그린버그 제공
[동아닷컴]

동아닷컴이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단독 인터뷰했던 ‘최단명 메이저리거’ 애덤 그린버그(31)의 이야기가 영화로 만들어질 전망이다. 그린버그는 최근 새해를 맞아 가진 동아닷컴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 같은 사실을 알려줬다.

좌투좌타 외야수인 그린버그는 지난 2002년 시카고 컵스에 지명돼 프로에 진출한 뒤 2005년 7월 메이저리그에 콜업됐다. 당시 그의 나이 24세.

빅리그로 콜업된 지 이틀 후인 2005년 7월 9일(이하 한국시간) 그린버그는 플로리다 말린스(현 마이애미)와의 경기에서 9회초 대타로 자신의 메이저리그 첫 타석에 들어섰다. 상대 투수는 발레리오 델 로 산토스.

하지만 산토스가 던진 시속 148km 초구에 뒤통수를 강타당한 그린버그는 그라운드에 쓰러졌다. 다행히 의식은 있었지만 그린버그는 극심한 두통과 현기증을 호소하며 경기장을 빠져 나갔다. 당시만 해도 그 것이 자신의 메이저리그 처음이자 마지막 타석이 될 줄은 아무도 몰랐다.

이후 그린버그는 사고 후유증에 시달리며 예전의 기량을 되찾지 못했고, 설상가상으로 컵스에서 방출된 그는 여러 팀을 떠돌며 재기를 모색했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결국 2009년부터는 마이너리그에서도 밀려 독립리그로 활동무대를 옮겼다. 그렇지만 빅리그 복귀에 대한 희망의 끈은 놓지 않았다.

그린버그의 딱한 사연을 접한 한 야구팬은 웹사이트를 개설해 그린버그에게 다시 한 번 메이저리그 타석에 설 수 있는 기회를 주자며 청원 캠페인을 벌이기 시작했다.

야구팬들의 성원과 자신의 꿈을 향한 그린버그의 열정은 결국 사고 후 7년 만인 작년 가을 ‘메이저리그 복귀’라는 감동을 만들어냈다.

10월 2일 뉴욕 메츠전. 흥미로운 점은 바로 자신에게 악몽을 안긴 팀(마이애미) 소속으로 경기에 나섰다는 점이다. 비록, 한 타석 출장에 삼진으로 물러났지만 당시 경기장을 찾은 수 많은 야구팬들은 그린버그의 의지와 노력에 기립박수로 경의를 표했다.

이후 그린버그는 이스라엘 대표팀 소속으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예선에 참가했고, 지난해 12월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체결하며 다시 한 번 메이저리그에서 뛸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애덤 그린버그. 동아닷컴DB
애덤 그린버그. 동아닷컴DB

다음은 그린버그와의 일문일답.

-오랜만이다. 어떻게 지냈나?

“고향인 코네티컷에서 식구들과 함께 잘 지내고 있다. 대부분의 시간은 개인사업과 운동을 병행하며 다가오는 스프링캠프를 위해 열심히 몸을 만들고 있다. 기분도 좋고 몸 상태도 매우 좋은 편이다.”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계약했다고 들었다.

“그렇다. 지난해 12월 메이저리그 윈터미팅이 끝난 직후 복수의 구단에서 내게 관심을 보였다. 그 중 선수단 규모 등을 고려해 내게 가장 잘 맞을 것 같은 볼티모어와 계약했다.”

-정말 잘됐다. 언제쯤 팀에 합류하게 되나?

“2월초 볼티모어의 스프링캠프가 있는 사라소타 플로리다로 떠날 계획이다.”

-5년 만에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로 돌아오게 돼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그렇다. 지금도 믿기지 않을 정도로 매우 들뜨고 기분이 좋다. 반드시 이번 스프링캠프를 통해 내가 가진 역량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로 삼겠다.”

-작년 10월, 무려 7년 만에 메이저리그에 복귀했다. 당시 기분이 어땠나?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기쁘고 가슴 벅찼다. 물론 단 하루짜리 메이저리그 계약을 통해 이뤄진 출전이었지만 ‘메이저리그 복귀’라는 오랜 꿈이 현실로 이루어진 감동의 순간이었다. 내 꿈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성원해준 수 많은 야구팬들과 메이저리그 관계자들에게 다시 한 번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당시 상대 투수는 최정상급인 R.A. 디키였고 당신을 상대로 전력투구를 해 3구삼진을 잡아냈다. 그가 얄미웠을 것 같다.

“하하. 물론 안타를 쳤으면 좋았겠지만 상대투수가 빅리그 최고의 너클볼 투수인 디키였다는 것이 나의 메이저리그 복귀를 더욱 빛내줬다고 본다. 상대 투수가 누군지는 나에게 큰 문제는 아니었다. 하지만 디키는 그날 정말이지 작심한 듯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위력적인 공을 던지긴 했다. 하하.”

-대다수 야구팬들은 당신이 그날 한 경기 모두를 뛰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졌지만 단 한 타석 출전으로 끝났다. 아쉽지 않았나?

“물론 한 경기를 다 뛰었다면 내가 미처 발휘하지 못한 실력도 보여줄 수 있고 나 또한 그러길 바랬다. 하지만 단 한 타석 출전도 ‘메이저리그 복귀’라는 내 오랜 꿈을 이루기엔 충분했다고 본다.”
애덤 그린버그. 동아닷컴DB.
애덤 그린버그. 동아닷컴DB.

-스프링캠프 후 올 시즌은 어디서 시작할 것 같은가?

“트리플 A에서 시작하게 된다.”

-스프링캠프에서 발군의 실력을 발휘하면 메이저리그에서 시즌을 시작할 수도 있나?

“그러진 않을 것 같다. 나름 계속 운동을 해오긴 했지만 아무래도 경기 감각이나 팀에 적응해야 하는 등 여러가지 넘어야 할 과제가 많다. 서두르지 않고 꾸준히 수준급의 실력을 보여준다면 시즌 중에 빅리그로 콜업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올 시즌 목표가 있다면?

“우선 스프링캠프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 메이저리그 코칭스태프에게 내 존재를 확실하게 각인시키고 싶다. 트리플 A에서 시즌을 시작하게 되지만 꾸준한 활약을 통해 단 몇 경기라도 올 해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싶다. 나를 믿고 뽑아준 볼티모어 구단을 위해 마이너리그, 메이저리그 가리지 않고 늘 팀 승리에 기여할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 최종 목표는 반드시 메이저리그 진입을 이뤄내 볼티모어의 월드시리즈 우승에도 일조할 수 있는, 팀에 꼭 필요한 알토란 같은 선수가 되고 싶다.”

-당신은 이미 미국 내에서 유명 인사가 됐다. 분명 할리우드 쪽에서 연락을 받았을 것 같다.

“하하. 어떻게 알았나? 안 그래도 복수의 영화 제작사로부터 내 이야기를 영화화하고 싶다며 판권 구입에 관한 제의를 받았다. 하지만 일단은 모두 보류해 놓은 상태다. 지금 영화사와 계약하면 적지 않은 돈을 받을수 있고 그렇게 되면 메이저리거라는 내 오랜 꿈을 이루는데 방해가 될 것 같아서다. 눈 앞에 달콤한 사탕을 먹기에는 내가 아직 젊다. 반드시 메이저리거가 되고 내 이야기가 해피엔딩이 될 수 있도록 한 뒤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본다. 그렇게 되면 지금보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을 줄 수 있지 않겠는가.”

-끝으로 한국에 있는 당신 팬들에게 한 마디 해달라.

“먼저 내 이야기를 한국에 소개해 준 동아닷컴에 감사한다. 기사가 나간 후 한국 팬들도 많이 생겼고 멀리 한국에도 팬들이 있다는 게 내게 늘 무한한 힘과 용기를 준다. 그들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메이저리그에 올라 가겠다. 많이 응원해 주고 지켜봐 달라. 다시 한 번 더 한국 팬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고 혹, 그들 중에도 현재 내가 걸어온 길처럼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는 이들이 있다면 용기를 가지고 절대 자신의 꿈을 포기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해주고 싶다.”

로스앤젤레스=이상희 동아닷컴 객원기자 sanglee@indiana.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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