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부터 차기 대한축구협회장 유력 후보로 거론된 정몽규 한국프로축구연맹 총재(51·현대산업개발 회장·사진)가 언제 출마 선언을 할 것인가에 대해 그 측근에게 묻자 돌아온 대답이었다. 2011년 프로축구 관계자들이 그를 연맹 총재로 모실 때도 ‘사외이사 도입을 통한 폐쇄적인 이사회 구조 개편, K리그 승강제 도입’ 등을 미리 선언하고 이게 지켜지도록 돕지 않겠다면 하지 않겠다는 ‘배수진’을 친 뒤 수락했고 모두 이뤄내는 뚝심을 보였다.
정 총재는 7일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제52대 축구협회장 선거 출마 기자회견을 연다. 그는 먼저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연맹 임시 이사회 및 총회에서 총재직을 사퇴한다. 프로연맹 총재는 축구협회장 투표권을 가지고 있어 회장 선거에 출마하면 그 직함을 유지할 수 없다. 다시 한 번 배수진을 치는 셈이다.
정 총재가 장고를 거듭한 뒤 출마를 결정한 것으로 볼 때 축구 발전을 위해 해야 할 일에 대한 당위성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 정 총재의 축구 멘토 역할을 하는 권오갑 한국실업축구연맹 회장(현대오일뱅크 사장)에 따르면 축구계의 화합이 최우선 과제다. 선거로 갈기갈기 찢긴 축구계를 수습하기 위해 비판적인 인사들을 등용하는 ‘탕평책’까지 마련하고 있다. 정 총재는 프로축구의 판을 새롭게 짰듯 2002년 한일 월드컵 성공 이후 다소 매너리즘에 빠진 축구협회를 새롭게 도약시킬 방안도 마련하고 있다.
정 총재는 정몽준 축구협회 명예회장의 사촌 동생이다. 울산 현대(1994∼1996년)와 전북 현대(1997∼1999년) 구단주를 거쳐 2000년 1월부터 부산 아이파크의 구단주를 맡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 정 총재의 출마에 대해 ‘현대가(家)가 축구를 완전히 세습하려는 의도’라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그동안 매년 수천억 원을 쓰며 대한민국 축구 발전을 이끈 측면에서는 아무도 현대가를 따라오지 못한다. 현재 여러 후보가 출마를 선언했거나 준비하고 있지만 축구에 대한 식견과 관심, 신뢰도 면에서 정 총재가 가장 탄탄한 지지를 확보하고 있다. 축구협회장을 뽑는 24명의 대의원 총회는 28일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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