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자는 ‘가늘고 길게’라며 이들을 폄하하기도 한다. 하지만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게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하다’라는 말이 더 잘 어울리는 게 아닐까. LG의 내야수 최동수(41)와 왼손 투수 류택현(41) 얘기다.
크리스마스이브인 24일. 비활동 기간에다 수은주가 영하 10도 아래로 내려간 추운 날씨였지만 이들에게 휴식은 없었다. 아침 일찍 잠실구장에 출근한 두 선수는 20세 넘게 차이 나는 어린 후배들과 함께 구슬땀을 흘렸다.
1994년에 프로에 데뷔한 둘은 내년이면 정확히 20번째 시즌을 맞는다. 같은 나이대의 스타급 선수들이 모두 은퇴한 가운데 이들만은 여전히 살아남았다. 내년 시즌 9개 구단 최고령 타자와 투수가 될 이들로부터 ‘장수 비결’과 미래에 대해 들어봤다.
○ 최동수 “모자란 재능이 절실함 깨웠다”
프로 데뷔 후 최동수는 주전 자리를 보장받은 시즌이 거의 없었다. 주전이 빠졌을 때 그 자리를 메우는 백업 선수가 그의 위치였다. 그가 붙박이 1군 선수가 된 건 30살이 넘어서였다. 3할 타율을 친 2007년은 그의 나이 36세 때였다.
그는 “잘 알다시피 난 스타 선수들에 비해 재능이 모자란다. 그 때문에 어릴 때부터 남들보다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갖고 살았다. 운동을 쉬면 스스로 너무 불안해 쉬지 않고 운동을 해 왔다”고 했다. 그는 지옥 훈련으로 유명한 김성근 고양 원더스 감독(전 LG, SK 감독)으로부터 “내 훈련을 따라오는 유일한 선수”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올해 타율 0.278에 1홈런, 37타점을 기록한 최동수는 “내년 시즌도 내 목표는 ‘풀타임 출장에 3할 타율’이다. 대타 요원이라고 설렁설렁 뛸 생각은 추호도 없다. 육체적, 정신적으로 준비를 하고 있어야만 기회가 왔을 때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내 육체가 한계에 부닥칠 때 미련 없이 유니폼을 벗을 것”이라면서 “유니폼을 벗기 전에 희로애락이 묻어있는 LG 유니폼을 입고 한국시리즈 우승을 맛보는 게 꿈”이라고 미래 소망을 밝혔다.
○ 류택현 “도망치는 순간이 마지막”
한국 나이로 40세이던 2010년 팔꿈치 수술을 받았을 때 모든 사람이 ‘류택현은 끝났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이듬해 홀로 재활을 거쳐 2012년 선수단에 합류했다. 다만 선수가 아닌 플레잉코치로서였다. 등번호도 코칭스태프들이 주로 쓰는 90번이었다. 최근 그는 2000년부터 11년간 사용했던 ‘14번’을 되찾았다. 올해 30경기에서 3승 1패 3홀드에 평균자책 3.33을 기록하며 자신의 존재 가치를 알렸기 때문이다.
류택현은 “장수 비결이 그리 특별하진 않다. 아침 식사를 거르지 않고, 일찍 잠자리에 들며, 부상 방지를 위해 다른 선수들보다 스트레칭을 더 열심히 하는 등 선수로서의 기본을 지켰을 뿐이다”라고 했다. 그는 “타자들을 압도할 구위는 아니지만 도망치지 않으려 한다. 마운드에서 도망치며 창피를 당하는 순간이 끝이다. 부족하나마 내가 갖고 있는 능력으로 한 타자라도 잡아내야겠다는 마음가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팬들에게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으냐는 질문에 둘은 똑같은 대답을 내놨다. “특별하진 않지만 내가 맡은 자리에서 묵묵히, 열심히 노력했던 선수로 기억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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