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 포인트]핸드볼이 앞날을 걱정하는 이유

  • 동아일보

“회장이라고 다 같은 회장이 아니죠. 당장 지원 규모가 줄지 않겠어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대한핸드볼협회장 연임 여부가 불투명해지면서 안 그래도 비인기 종목인 핸드볼의 앞날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한 실업팀 감독은 “(최 회장이) 대한핸드볼협회장을 연임하지 않는 분위기인 것으로 전해 들었다. 핸드볼인들은 후임 회장으로 다른 누가 와도 지금보다는 지원이 줄 수밖에 없지 않을까 걱정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이 4년 임기의 핸드볼협회장으로 취임한 2008년 12월 이후 협회 1년 예산은 약 40억 원에서 100억 원으로 늘었다. 늘어난 60억 원은 모두 SK그룹이 지원한 돈이다. 최 회장의 임기 중에 핸드볼인들의 숙원이던 전용 경기장이 생겼다. 전용 경기장 설계와 공사에 드는 434억 원을 모두 SK가 댔다. 용인시청이 재정난으로 여자 핸드볼 팀을 해체하자 선수단을 인수해 재창단한 것도 SK그룹 계열사(SK루브리컨츠)였다. 핸드볼인들이 최 회장의 협회 수장직 유지를 바랄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핸드볼인들의 걱정은 최 회장이 18일 SK그룹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의 의장직에서 물러나면서 더 커졌다. 핸드볼협회 관계자는 “최 회장이 연임하기를 바라고 있지만 실제로 연임할지에 대해서는 예측이 엇갈리고 있다. 그룹 대표직까지 내놓은 상황에서 대외직을 계속 유지하기 어렵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있다”라고 했다. 최 회장의 연임 여부를 알 수 없게 되면서 당장 SK그룹 계열사의 남자 실업팀 창단 추진이 보류됐다.

SK그룹에서는 28일 1심 법원 선고 후 최 회장이 직접 대외직 정리 여부를 결정할 것이란 얘기가 있었다. 하지만 선고가 2013년 1월 31일로 연기됐다. 최 회장은 회삿돈 636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돼 검찰이 징역 4년을 구형한 상태다. 핸드볼협회는 28일 임시 상임이사회를 열어 차기 협회장을 선출하는 대의원 총회 날짜를 정한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핸드볼#최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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