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즌 7승33패 꼴찌서 현재 7승2패 공동선두… 우리은행 대변신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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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1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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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훈련 이겨내니 웃음천국 훈련이 고된 만큼 승리의 열매는 달았다. 여름 지옥훈련을 잘 견뎌내고 이번 시즌 여자 프로농구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우리은행의 전주원 코치(왼쪽)와 주장 임영희가 12일 서울 성북구 장위동 우리은행 연습장에서 밝게 웃고 있다. 우리은행은 엄한 아버지 역할을 맡은 위성우 신임 감독의 강한 카리스마, 어머니처럼 뒤에서 선수들을 챙기는 전 코치의 감성 리더십이 조화를 이루며 끈끈한 조직력을 뽐내고 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지옥훈련 이겨내니 웃음천국 훈련이 고된 만큼 승리의 열매는 달았다. 여름 지옥훈련을 잘 견뎌내고 이번 시즌 여자 프로농구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우리은행의 전주원 코치(왼쪽)와 주장 임영희가 12일 서울 성북구 장위동 우리은행 연습장에서 밝게 웃고 있다. 우리은행은 엄한 아버지 역할을 맡은 위성우 신임 감독의 강한 카리스마, 어머니처럼 뒤에서 선수들을 챙기는 전 코치의 감성 리더십이 조화를 이루며 끈끈한 조직력을 뽐내고 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 “실미도가서 특수훈련이라도 받고 왔나요?” 2008∼2009시즌부터 4시즌 연속 꼴찌만 했던 우리은행 관계자들은 최근 이런 말을 자주 듣는다. 이번 시즌 9경기 만에 지난 시즌 거둔 승수(7승 33패)와 같은 7승째(2패)를 거두며 13일 현재 신한은행과 공동 선두를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은행 돌풍의 원동력은 ‘저승사자’ 위성우 신임 감독이 진두 지휘한 여름 지옥훈련이다. 하지만 위 감독 뒤에서 묵묵히 선수들을 보듬은 전주원 코치(40)와 주장 임영희(32)의 감성 리더십이 없었다면 힘들었다는 게 농구계의 평가다. 우리은행은 평균 연령이 23.7세로 6개 구단 중 가장 젊다. 12일 서울 성북구 장위동 우리은행 연습장에서 이들을 만나 환골탈태의 비밀을 들어봤다. 》
○ 30대에 핀 꽃, 임영희

임영희는 30대에 들어서야 정상급 선수로 올라선 여자 농구계의 인동초다. 그는 1999년 신세계 입단 후 10년 동안 평균 한 자릿수 득점에 머물며 주로 백업 선수로 지냈다. 하지만 2009년부터 우리은행에서 뛰면서 잠재된 득점력을 폭발시켰다. 지난 시즌엔 평균 득점 14.45점(8위)을 기록했다. 이번 시즌엔 ‘득점 기계’ 변연하(국민은행·17.22점)를 제치고 득점 1위(21.0점)를 질주 중이다. 임영희는 “20대 후반까지 동기 신정자(KDB생명)보다 연봉이 절반 이하인 5000만 원 언저리를 맴도는 등 자존심이 상할 때도 많았다. 우리은행이 잡아주지 않았다면 농구를 그만뒀을지도 모른다”며 감사해했다.

전 코치는 임영희를 ‘기적처럼 일어선 선수’라고 평가했다. “영희는 상대 에이스를 수비하면서 득점도 20점 이상씩 해준다. 남자 농구로 따지면 전자랜드 수비 전문 이현호와 주득점원 문태종의 역할을 모두 하는 셈이다”며 “영희처럼 서른 이후에 농구 선수로 재평가받는 것은 기적에 가깝다”고 칭찬했다.

○ 자갈밭 선택한 전주원 코치

‘우승을 위해서라면.’ 이번 시즌 여자 프로농구 돌풍의 주역 우리은행 선수들이 7월 전남 여수 전지훈련장에서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는 모습. 오전에만 산악달리기와 108계단 오르기, 400m 트랙 1분 20초 안에 달리기 10회, 800m, 200m, 100m 달리기를 각각 5회 반복하고 오후에는 농구 코트 왕복달리기를 했다. 우리은행 제공
‘우승을 위해서라면.’ 이번 시즌 여자 프로농구 돌풍의 주역 우리은행 선수들이 7월 전남 여수 전지훈련장에서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는 모습. 오전에만 산악달리기와 108계단 오르기, 400m 트랙 1분 20초 안에 달리기 10회, 800m, 200m, 100m 달리기를 각각 5회 반복하고 오후에는 농구 코트 왕복달리기를 했다. 우리은행 제공
여자 농구 스타플레이어 출신인 전 코치가 위 감독과 함께 우리은행 이적을 발표했을 때 적지 않은 농구인이 놀랐다. 자리만 지켜도 지도자 경력이 쌓이는 최강팀 신한은행이란 고속도로를 버리고 자갈밭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전 코치는 “주변에서 미쳤다는 말을 많이 했다. 하지만 신한은행은 이미 완성된 팀이다. 내 도움이 더 필요한 친구들과 생활하며 내 가능성을 시험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전 코치는 자신의 선택이 옳았음을 스스로 증명하고 있다.

우리은행의 올여름 전남 여수 전지훈련장은 한마디로 지옥이었다. 산악달리기, 108계단 오르기, 트랙 및 코트 왕복 달리기 등을 강도 높게 실시했다. 전 코치의 표현에 따르면 신한은행 훈련강도의 2배, 위 감독에 따르면 남자농구팀 훈련보다 혹독했단다. 선수들은 매일 울고 토하고 쓰러지기를 반복했다. 전 코치는 “선수들이 도망가지 않을까 걱정될 정도였다”며 “하지만 맏언니 임영희가 항상 체력훈련의 선두 자리를 지키니 동생들이 따라오지 않을 수 없었다”고 회상했다.

임영희는 “전 코치님은 극한에 내몰린 선수들에게 잠시 도망갈 곳이 되어 주셨다. 팀에 냉랭한 기운이 돌면 미리 선수들을 불러 짧게 혼냈다. 이를 통해 위 감독의 불호령을 미리 막아주기도 했다”며 고마워했다.

○ 감히 우승을 머릿속에 그리다

체력을 앞세운 우리은행은 전면 강압수비를 펼치는 등 강한 수비의 팀으로 재탄생했다. 특히 센터 신장이 6개 구단 중 가장 작으면서도 악착같은 플레이로 팀 리바운드 2위에 올랐다. 전 코치는 “지난 시즌엔 선수들이 4쿼터만 되면 서로 공을 피했다. 하지만 이번 시즌에는 그런 현상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임영희는 “전 코치님은 대외적으론 4강을 목표라 하지만 ‘너네 4강 갈려고 이렇게 고생하냐. 우승을 목표로 해야지’라고 강조했다”며 “감히 입에 담기도 어려웠던 우승의 꿈을 이제는 선수들이 머릿속에 그리고 있다”고 말했다.

두 사람에게 이번 시즌 소원 한 가지씩을 물었다. 전 코치는 “물론 팀이 우승하는 것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영희가 득점 1위를 해서 빛을 더 보면 좋겠다”고 말했다. 임영희는 “벤치 멤버가 아닌 그라운드에서 뛰다 우승 순간을 맞고 싶다”고 했다. 개막 전에는 우리은행이 우승에 도전하리라고는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다. 이제 우리은행 선수들이 춘천 안방 팬들과 함께 그 꿈을 꾸기 시작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여자프로농구#우리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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