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곤 ‘3색 리더십’ AFC 챔피언컵 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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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1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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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과 집중… 끊임없는 분석… 촌철살인
울산, 10일 알아흘리와 결승

“우리가 언제 만나도 즐겁게 얘기할 수 있는 추억을 만들자.”

K리그 울산의 김호곤 감독(61·사진)이 올 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를 치르는 내내 선수들에게 강조하고 있는 말이다. 현역 K리그 최고령 사령탑인 그는 “젊은 선수들과의 세대 차이를 줄이는 것은 어떤 지도자보다 자신 있다”고 했다. 그는 뛰어난 판단력과 상대에 대한 꼼꼼한 분석, 선수들과의 소통으로 울산의 AFC 챔피언스리그 결승행을 이뤄냈다. 울산은 10일 오후 7시 30분 울산 문수월드컵경기장에서 알아흘리(사우디아라비아)와 결승 단판 승부를 치른다.

○ AFC 챔스리그 우승에 ‘다걸기’


김 감독은 최근 K리그 경기에 후보 선수들을 대거 기용하고 있다. 주전 선수들의 체력을 안배해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에 ‘다걸기’하는 것이다. 리그 순위 싸움은 AFC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이 끝난 뒤 시작하겠다는 포석. 김 감독의 과감한 판단은 일석이조의 효과를 보고 있다. 체력을 회복한 주전 공격수 이근호와 김신욱은 나란히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3경기 연속 골을 터뜨려 결승행의 일등공신이 됐다. 후보 선수들은 리그 경기를 통해 경기력을 끌어올리고 있어 전반적인 전력도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 골키퍼 습성까지 연구

“상대팀 경기를 보고 또 보고 있다.” 이는 경기를 앞둔 김 감독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이다. 그는 부뇨드코르(우즈베키스탄)와의 AFC 챔피언스리그 4강전을 앞두고 상대의 챔피언스리그 경기 영상을 모두 구해 분석한 뒤 골키퍼의 습성까지 연구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울산은 4강 1, 2차전 합계 5-1로 손쉽게 부뇨드코르를 꺾었다. 김 감독은 “토너먼트 대회에 특별히 강한 이유는 없다. 상대 팀의 자료를 분석하고 선수들과 함께 보면서 대화를 많이 나눈 것이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 ‘심리전의 대가’

김 감독은 울산이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K리그 팀 중 유일하게 살아남았을 때 “가슴에 태극기가 그려져 있다는 생각으로 뛰어야 한다”며 선수들의 승리욕에 불을 지폈다. 일개 프로 선수가 아닌 ‘국가대표’라는 자긍심을 심어줬다. 효과는 컸다. 9승 2무, 무패로 결승에 올랐다. 그는 시의적절한 말로 선수들의 정신력을 고취시키는 ‘심리전의 대가’다. 그는 결승 진출에 성공한 뒤엔 “우리가 여기까지 온 목적은 너희들이 더 잘 알고 있다. 결승전은 너희 마음대로 해라”라고 말했다. 말은 ‘마음대로’라고 했지만 선수들은 벌써 ‘죽기 살기로 뛸’ 각오를 하고 있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김호곤#리더십#AFC챔피언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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