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호 결국… “한국시리즈 못간 책임” 롯데 감독직 중도하차

  • 동아일보

亞시리즈 권두조 체제로

“조만간 마음 편하게 소주 한잔 합시다.”

양승호 감독(52·사진)의 목소리는 밝았다. 속내가 어떤지는 알 수 없지만 남자들의 로망이라는 프로야구 감독 자리에서 물러난 아쉬움을 느낄 수 없었다. 그는 야구장에서도 그랬다. 팀이 부진할 때도 “내가 못해 진 거지, 누구를 탓해”라며 한결같은 모습을 보였다. 성적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경기 전 더그아웃에도 나오지 않고 취재에도 응하지 않는 일부 감독과는 달랐다. “감독이 인상 쓴다고 야구가 잘되나. 어차피 경기는 선수들이 하는 건데”라며 너털웃음을 보이던 그였다. 앞으로는 그런 그의 모습을 롯데 더그아웃에서 볼 수 없다.

롯데는 “양승호 감독이 24일 장병수 대표이사와의 면담 자리에서 한국시리즈 진출 실패의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고 구단은 심사숙고 끝에 이를 수용하기로 했다”고 30일 발표했다. 이로써 양 감독은 2년 연속 팀을 플레이오프에 진출시키고도 3년의 계약 기간을 채우지 못한 채 중도하차했다.

2001년부터 7년 동안 ‘8-8-8-8-5-7-7(위)’이라는 참담한 성적표를 받아든 롯데는 제리 로이스터 감독을 영입한 2008년부터 3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했지만 잇달아 준플레이오프를 통과하지 못했다. 롯데가 부산 야구팬의 인기를 한 몸에 받던 로이스터 감독과의 재계약을 포기한 이유였다. 우승을 원했던 롯데는 2010년 10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양 감독의 영입을 발표했다. 양 감독은 “향후 2시즌 내에 팀을 꼭 한국시리즈에 진출시키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롯데는 지난해 1982년 창단 이후 최초로 정규시즌 2위를 차지하고도 플레이오프에서 SK의 벽을 넘지 못했다. 올해는 2008년 이후 처음으로 포스트시즌 첫 관문을 통과했지만 플레이오프에서 2년 연속 만난 SK에 2승 3패로 졌다.

양 감독은 22일 플레이오프 5차전에 패해 한국시리즈 진출이 좌절된 뒤 선수단 미팅에서 “결과는 감독이 책임을 지는 것”이라며 사퇴를 암시했다. 당시 구단은 “개최 도시 자격으로 롯데가 자동 출전하는 아시아시리즈(11월 8∼11일)가 코앞이라 사퇴는 말이 안 된다”고 했음에도 결국 일주일 만에 이는 현실이 됐다. 롯데 팬들은 “양 감독이 잘못한 게 없는데 아쉽다”며 “새 감독이 누가 올지 지켜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롯데 배재후 단장은 “9월 팀이 연패에 빠졌을 때 양 감독이 이미 사퇴 의사를 내비쳤지만 그때는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선수들의 긴장감을 높이겠다는 취지로 받아들였다. 양 감독이 23일 내게 다시 사퇴 의사를 밝혀 24일 장 대표와 자리를 만들었다. 결국 오늘(30일) 장 대표가 양 감독을 만나 뜻을 받아들이겠다고 통보했다. 아시아시리즈는 권두조 수석코치 체제로 출전하며 차기 감독은 아직 얘기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양 감독은 “좋은 팀을 물려받고도 우승하지 못해 부산 팬에게 죄송하다. 차기 감독이 숙원을 풀어주면 좋겠다. 미련은 없고 향후 거취도 결정된 게 없다”고 말했다.

양 감독이 물러나면서 올해 경질됐거나 사퇴한 감독은 한대화 전 한화 감독, 김시진 전 넥센 감독을 포함해 3명이 됐다. 모두 계약기간을 채우지 못했다. 2년 전과 비교하면 8개 구단 감독은 모두 바뀌었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양승호#롯데 감독#중도하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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