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기 품은 갈매기, 달아나는 비룡 물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0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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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1-4 뒤지다 5-4 역전… 정훈, 밀어내기 결승타점
SK와 1승1패 승부원점

복수의 칼날을 가는 자의 눈빛은 매서웠다. 17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플레이오프 2차전을 준비하는 롯데 타자들이 그랬다.

롯데 타선은 전날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SK 에이스 김광현에게 삼진 10개를 당하는 등 침묵했다. 황재균 등 전날 부진했던 선수들은 “정신적으로 무너졌다는 기사를 보니 씁쓸하더라. 어차피 진 것을 두고 이야기해서 뭐 하느냐”며 말을 아꼈다. 홍성흔도 “한 팬이 아내에게 ‘홍성흔을 4번 타자가 아닌 5번 타자로 나가게 해 달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내 상처를 받았다. 그동안 욕을 안 먹으려고 ‘책임 회피형’ 배팅을 했지만 오늘은 다를 것이다”라며 절치부심하는 모습이었다.

조용히 복수혈전을 준비한 롯데는 이날 장단 12안타를 터뜨리며 SK에 5-4로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반전에 성공한 롯데는 1승 1패로 균형을 맞추며 19일부터 사직 안방에서 열리는 플레이오프 3, 4차전을 가벼운 마음으로 맞게 됐다.

6회까진 1차전의 흐름이 계속됐다. SK는 1회 1사 1루에서 최정이 롯데 선발 송승준의 시속 141km의 높게 형성된 커브를 잡아당겨 선제 2점 홈런을 터뜨리며 2-0으로 앞서갔다. 2002년 LG 시절 이후 10년 만에 포스트시즌 경기에 나선 SK 조인성이 2-1로 앞선 6회 ‘롯데 불펜의 핵’ 정대현을 상대로 2타점 2루타를 쳐 4-1까지 점수 차가 벌어지자 승부의 추는 SK 쪽으로 급격히 기울었다.

하지만 롯데 타자들의 ‘독기’는 7회에 대폭발했다. 롯데는 7회초 문규현의 땅볼 때 전준우가 홈을 밟았고 김주찬의 1타점 2루타, 조성환의 동점 적시타가 연달아 터지며 단숨에 4-4 동점을 만들었다. 3루 측 원정 팬들은 ‘부산갈매기’를 부르며 열광했다. SK는 주전 유격수 박진만을 대신한 최윤석의 실책성 수비가 아쉬웠다.

팽팽한 기 싸움이 진행되던 승부는 연장 10회에 갈렸다. 롯데 정훈은 4-4로 맞선 10회초 2사 만루에서 SK 마무리 정우람에게 밀어내기 볼넷을 얻어 역전 결승 타점을 기록했다.

7회부터 2와 3분의 2이닝 동안 롯데 뒷문을 책임진 김성배는 승리투수에 이름을 올리며 2차전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10회 등판해 경기를 마무리한 최대성은 세이브를 기록했다. 전준우는 역대 플레이오프 한 경기 최다 타이인 4개의 안타(4타수)를 때려내며 승리의 발판을 놨다.
▽롯데 양승호 감독=6회 정대현을 투입하고도 1-4까지 벌어졌을 땐 힘들겠다 싶었다. 하지만 중견수 전준우가 좋은 홈 송구로 추가점을 내주지 않아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3점 차와 4점 차는 다르다. 오늘 경기는 SK가 일방적으로 이길 수 있었는데 7회 상대 유격수의 실책으로 우리가 분위기를 다시 가져왔다. 우리 선수들이 이제는 끈질기게 달라붙고 있다.

▽SK 이만수 감독=오늘은 감독의 작전 실패다. 원래 7회 박희수를 올려서 2이닝을 맡긴 다음에 정우람을 9회에 올리려 했는데 3점 차로 앞서서 엄정욱을 먼저 올렸다. 엄정욱이 잘해왔기에 믿었는데 그게 실수였다. 엄정욱을 계속 쓸지는 아직 더 생각해봐야겠다. 부산 내려가서 4차전에 끝낼 수 있도록 하겠다.

인천=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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