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드왕 워터’ 받았어요 한 팬이 겉표지를 ‘홀드왕 워터’로 바꿔 선물한 비타민 음료수병를 들고 포즈를 취한 SK 박희수.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자타가 공인하는 한국 프로야구 최고 투수인 한화 류현진은 얼마나 정확하게 자신이 원하는 곳에 공을 꽂아 넣을 수 있을까.
수도권 A구단 전력분석팀에 따르면 류현진이 100개의 공을 던진다고 가정하면 평균 10개 내외의 공이 가운데로 몰린다. 낮은 코스의 공은 안타로 연결될 가능성이 그나마 낮지만 한가운데나 가운데 높은 공일 경우 피안타율은 0.300이 넘는다. 이런 공들은 이른바 ‘실투’다.
그러면 한국 프로야구에서 가장 실투가 적은 투수는 누구일까. 주인공은 27일 한 시즌 최다 홀드 기록(33개)을 세운 SK 왼손 투수 박희수(29)다.
기자는 얼마 전 한 구단이 분석한 박희수의 구종별 코스 분석을 살펴볼 기회가 있었다. 그곳에 표시된 박희수의 투구 내용은 믿기 힘들 정도였다.
전력분석팀은 투수가 던진 공을 9개의 정사각형으로 이뤄진 가상의 스트라이크 존 안에 구종별로 표시한다. 박희수가 오른손 타자를 상대로 던진 117개의 공 중 가운데로 들어온 공은 단 4개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모두 몸쪽과 바깥쪽 스트라이크존에 교묘하게 걸쳐 있었다. 왼손 타자를 상대로 던진 85개 중 가운데 코스로 들어온 공은 딱 3개였다. 총 202개 가운데 실투는 불과 7개밖에 되지 않았다. 실투 율이 3.5%에 불과한 셈이다.
김태균(한화)이나 이승엽(삼성) 등 천하의 강타자라도 좌우 스트라이크존에 걸치는 공을 공략하기란 쉽지 않다. 박희수는 오른손 타자를 상대할 때는 바깥쪽으로 살짝 휘는 투심패스트볼을 승부구로 던진다. 27일 한화전에서 김태균을 삼진으로 돌려세운 바로 그 공이다. 이승엽 같은 왼손 타자에게는 바깥쪽으로 빠지는 슬라이더를 주무기로 사용한다. 여기에 상대의 허를 찌르는 직구를 몸쪽으로 쑤셔 넣는다.
올 시즌 박희수의 오른손 타자 상대 피안타율은 0.188에 불과하다. 왼쪽 타자 피안타율은 0.191이다. 상대 팀들이 박희수를 ‘난공불락’ ‘언터처블’이라고 부를 만하다.
박희수는 “다른 투수들은 볼넷을 내주지 않으려고 한가운데 승부도 많이 하지만 내 경우엔 볼넷을 의식하지 않고 코너워크에 더 신경을 쓴다. 상무시절 2년간 갈고 닦은 투심패스트볼이 손에 익으면서 자신감이 많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날까지 63경기에 등판한 박희수는 7승 1패 6세이브 33홀드에 평균자책 1.36을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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