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XTM 공서영 아나운서 “스쿨룩도 좋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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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8월 17일 06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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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닷컴]

“회사를 옮긴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죠. 저로선 지금 아니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흔히 ‘스토브 리그’라 불리는 오프 시즌(off-season)의 이적은 기나긴 비시즌을 버티는 재미지만, 한창 열기가 타오르고 있는 시즌 도중의 트레이드나 이적은 팬들을 바쁘게 한다.

스포츠 아나운서계에서도 ‘시즌 중 이적’이 이뤄졌다. 최희(26) 아나운서와 더불어 KBS N Sports의 ‘아이러브 베이스볼’을 진행하며 간판 아나운서로 자리잡았던 공서영(30) 아나운서가 XTM ‘베이스볼 Wanna B(워너비)’로 옮긴 것. 동아닷컴은 지난 7월 그녀의 퇴사를 단독 보도한 바 있다.

함께 일했던 최희 아나운서의 반응이 가장 궁금했다. 5살 어린 선배지만, 속이 무척 깊어 자신을 자주 놀라게 한다는 게 공서영의 설명.

“가장 먼저 이야기한 사람이 최희 아나운서였어요. 친한 사이이기도 하고, 제가 가면 가장 힘들어질 사람이잖아요. ‘제가 같은 상황이면, 전 겁이 많아서 그렇게 못할 것 같아요. 그런데 공서영이라면 갈 것 같네요’라고 이야기해주더군요. 그 말에 용기를 많이 얻었어요. 이지윤 전 아나운서도 격려해주셨고요.”

적지 않은 나이에 아이돌 클레오 출신. 공서영은 입사 때부터 이슈의 중심에 섰다. 이적하고 나서는 눈에 띄는 과감한 의상으로 다시 화제가 됐다. “이적하더니 세게 나오시더라”라는 기자의 말에 “솔직히 예뻤잖아요?”라고 당당한 답변이 돌아왔다.

“시즌 중이지만 절 원하는 곳이 있었고, ‘이런 기회가 이번 시즌을 마치고도 다시 올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4인 경쟁체제’라는 말을 듣는 것만으로도 영광이에요.”

이직 기사가 나온 이후 포털에는 ‘공서영 퇴사’, ‘공서영 거취’ 등의 검색어가 생성되며 공서영의 인기를 증명했다. 스포츠 아나운서의 경쟁사 이직은 故 송지선 아나운서가 KBS N에서 MBC 스포츠플러스로 옮긴 이래 두 번째다.

김석류(29) 이후 여자 스포츠 아나운서라는 직종이 각광받기 시작했다. 공서영은 현직 스포츠 아나운서 중 나이가 가장 많다. 하지만 MBC스포츠플러스의 김민아(29) 아나운서는 물론 최희, SBS ESPN 배지현(25) 아나운서보다도 후배다. 그들은 이제 XTM의 ‘안주인’ 공서영의 경쟁상대가 됐다. 주 6일, 저녁 5시부터 준비하는 강행군이다.

“주 6일 근무가 처음도 아니고, 괜찮아요. 오히려 스케줄이 막 달라지는 것보단 이렇게 고정적으로 움직이는 게 더 좋죠. 낮에는 현장에 들러서 감독님들이나 선수들도 좀 만날 생각이에요. 어떻게들 아셨는지, 다들 알더라구요. 아닌 척 하느라 힘들었어요.”


스포츠 방송에 여성들이 많이 진출했다지만, 아직은 현장 인터뷰와 관련 프로그램 진행에 머물러있다. 스포츠 캐스터는 아직 미답지인 셈. 이정민 아나운서의 NBA 중계, 김민아 아나운서의 올림픽 리듬체조 중계 등 제한적으로 시도되었던 것이 전부다. 공서영 아나운서에게 캐스터로의 욕심은 없을까.

“솔직히 없어요. 여자 아나운서들에게는 피겨나 테니스 같은 조용한 종목을 원하시는데, 그건 제가 하고 싶은 종목이 아니에요. 그렇다고 야구나 축구를 하자니 3루 3루, 간다간다, 좌측 담장! 이런 걸 하기엔 여자들은 톤이 높아서 귀에 거슬릴 수 있거든요.”

김민아-공서영이 상대적으로 커리어우먼의 느낌을 주는 반면, 최희-배지현은 대학생 같은 미모에 반한 팬들이 많다. 공서영은 “순전히 언니들이라 그럴 뿐”이라며 억울해했다.

“저도 양갈래머리하고 교복 입고 싶죠. 스쿨룩 좋아하세요? 막상 하면 잘 어울린다니까요. 제가 검색어 1위에 올랐던 게, 카림 가르시아(전 롯데-한화)와 스쿨룩 입고 인터뷰했을 때였거든요. 다음에 한번 입어보려구요.”

하이라이트 프로그램에서 스포츠 아나운서의 비중은 얼마나 될까. 혹자는 야구 끝나고 인터뷰 5분, 스튜디오의 ‘꽃’ 역할이 전부라고 폄하하기도 한다. 공서영은 “야구에 대한 궁금증을 함께 이야기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라는 포부를 밝혔다.

“조금씩 편견을 깨어 나가는 거죠. 김석류 선배부터 김민아-송지선 선배, 최희 선배… 저도 그 뒤에 있고요. 이젠 자부심을 가져도 되는 직업이라고 생각하고, 공서영이 거기에 일조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동아닷컴 김영록 기자 bread425@donga.com
사진|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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