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2012]펠프스, 살아있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8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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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개인혼영 200m 첫 3연속 金… 총 20개 메달

아이는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란 정신장애를 앓고 있었다. 이를 모르는 주변 사람들은 이기적이라고 손가락질을 했다. 그래서 부모는 수영을 시켰다. 과잉 행동을 제어하고, 집중력 저하를 해소시키는 공간으론 수영장이 최고였다.

신체 조건은 물론이고 재능까지 탁월했던 아이는 훈련량도 엄청났다. 얼마 되지 않아 또래 사이에 경쟁자가 없었다. 15세에 이미 국가대표로 나서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 참가했다. 하지만 잠재력은 인정받았지만 눈에 띄는 성적을 내진 못했다.

4년 뒤 아테네 올림픽. 이미 세계적인 선수로 훌쩍 큰 그는 연일 금빛 행진을 펼치며 6관왕에 올랐다. 끝이 아니었다. 그 4년 뒤 베이징 올림픽에선 무려 8개의 금메달을 거머쥐면서 1972년 뮌헨 올림픽에서 마크 스피츠가 세운 기록(7관왕)을 깨고 새로운 전설이 됐다.

또 4년이 흘러 런던 올림픽. 그의 입으로 마지막이 될 거라 공언한 이 대회에서 얼마나 금메달을 추가할지 관심이 모아졌다. 쉽진 않을 것으로 전망됐다. 베이징 올림픽 이후 마리화나 흡입 등 각종 스캔들을 일으키며 심한 슬럼프에 빠지기도 했던 그의 성적에 물음표를 던지는 전문가가 많았다. 대회 직전 대표팀 동료가 그를 두고 “아무런 준비를 하지 않고 열심히 훈련도 안 한다”고 비난하는 등 구설수에도 올랐다.

역시 출발은 좋지 않았다. 7개 종목에 출전한 그는 앞선 4개 종목에서 금메달 하나를 수확하는 데 만족했다. 그것도 단체전(남자 계영 800m)에서 따낸 하나였다.

그리고 3일 영국 런던 아쿠아틱스센터에서 열린 남자 개인혼영 200m 결선. 혼신의 힘을 다해 레이스를 펼친 그는 1분54초27의 기록으로 맨 처음 터치패드를 찍었다. 레이스를 끝내고선 특유의 무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봤다. 옆 레인의 라이벌 라이언 록티(28·미국)에게 인사를 건네는 것도 잊지 않았다. 록티는 1분54초90의 성적으로 은메달.

귀환한 ‘수영 황제’는 그때서야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이 종목에서 3연패를 이룬 마이클 펠프스(27·미국)다. 남자 수영 선수가 개인전의 같은 종목에서 3회 연속 올림픽 금메달을 따낸 건 그가 처음이다. 남녀를 합치면 돈 프레이저(호주·여자 자유형 100m)와 에게르세기 크리스티나(헝가리·여자 배영 200m)에 이어 3번째. 펠프스는 3일 현재 통산 올림픽 메달 수를 20개(금 16, 은 2, 동 2)로 늘렸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펠프스#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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