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Essay] 기적을 만드는 일당백 함성

  • 스포츠동아
  • 입력 2012년 8월 4일 07시 00분


4일(한국시간) 유도 경기가 열린 엑셀 런던 노스 아레나. 귀를 쩌렁쩌렁 울리는 환호소리에 정신을 못 차릴 지경이었습니다. 유도가 인기종목이긴 하지만 이 정도는 아닌데….

여자 유도 78kg의 제마 기븐스(25·영국)의 선전 때문이었습니다. 기븐스는 관중들의 열렬한 응원을 등에 업고 세계 강호들을 연달아 매트에 눕혔습니다. 준결승에서 프랑스 오드리 츄미오를 한판으로 꺾은 뒤 하늘을 보며 눈물을 글썽였습니다. 간호사 일을 하며 자신을 뒷바라지하다가 2004년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난 어머니에게 바치는 승리였습니다. 기븐스는 결승에서 미국 카일라 해리슨에 패했지만 박수는 멈출 줄 몰랐습니다. 영국은 2000년 이후 12년 만에 유도에서 메달을 땄습니다. 세계랭킹 46위, 메이저 대회 입상 경력이 거의 전무한 기븐스가 어떻게 결승까지 갔을까. 홈 관중들의 응원도 큰 몫을 하지 않았을까 생각하며 펜싱이 열리는 바로 옆 사우스 아레나로 이동했습니다.

한국이 여자 플뢰레 단체전에서 프랑스를 누르고 동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경기 후 남현희를 만나 얼마 전 개인전 준결승과 3,4위전에서 역전패했을 때 심정을 물었습니다. 비교적 담담하게 말을 이어가던 남현희가 갑자기 울컥하며 눈물을 뿌리더군요.

“준결승에서 그렇게 지고 나서 3,4위전 때 좀처럼 몸에 힘이 안 들어갔어요. 그런데 3세트 중반 모든 사람이 이탈리아를 외칠 때 한 분이 큰 소리로 남현희 힘내라고 소리치시더라고요. 정신이 번쩍 들었어요. 이런 분위기에서 저렇게 응원해주시는 분도 있는데 내가 이런 모습 보이면 안 되겠구나하고 다시 힘을 냈죠.”

결국 지긴 했지만 그 응원 덕분에 남현희는 상대를 끝까지 몰아칠 수 있었습니다.

남자축구가 5일 새벽 개최국 영국과 8강전을 치릅니다. 7만 명 수용 가능한 밀레니엄 스타디움 표는 이미 매진입니다. 런던에서 카디프까지 2시간 거리인데 기차표도 구하기 힘듭니다. 경기장 분위기가 어떨지 짐작이 가지요. 유도 때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의 어마어마한 응원이 펼쳐질 겁니다. 그러나 밀레니엄 스타디움의 한국 응원단 여러분, 잊지 말자고요. 경기를 거의 포기했던 남현희를 다시 일으켜 세운 그 외로웠지만 강한 외침을요.

런던(영국)|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트위터@Bergkamp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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