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피플] 이명우 “팔이 빠져도 좋다…던질수 있어 행복”

  • Array
  • 입력 2012년 7월 31일 07시 00분


롯데 불펜의 소금 같은 존재인 이명우. 프리에이전트(FA) 정대현 이승호의 부상과 부진 속에서도 롯데가 꾸준히 상위권을 지킬 수 있었던 데에는 이명우의 기여가 컸다. 스포츠동아DB
롯데 불펜의 소금 같은 존재인 이명우. 프리에이전트(FA) 정대현 이승호의 부상과 부진 속에서도 롯데가 꾸준히 상위권을 지킬 수 있었던 데에는 이명우의 기여가 컸다. 스포츠동아DB
시즌 최다 50G 출전 롯데 믿을맨

세번의 수술과 기약없던 재활
그러나 결코 포기할 수 없었다
할수 있는 건 야구뿐이었으니까
마침내 찾아온 야구인생 전성기
올시즌 롯데 필승불펜 자리매김
팔꿈치가 다 닳아져도 혼신 투구!


롯데는 외부 예상을 뛰어넘어 전반기를 창단 후 처음 2위로 마쳤다. ‘불펜야구로 가겠다’는 롯데 양승호 감독의 의도가 결과적으로 적중한 덕분이다. 그러나 내용을 따져보면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이었다. 불펜 강화 차원에서 거액을 투자해 영입한 프리에이전트(FA) 듀오 정대현-이승호가 아니라 김성배-이명우가 그 역할을 해줬기 때문이다.

양 감독이 “모두가 잘한 덕분”이라고 전반기를 결산했으나 불펜에 가장 큰 점수를 줬던 이유도 악조건 속에서 예상치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2차 드래프트로 영입한 김성배가 받은 스포트라이트에 비해 좌완 셋업맨 이명우(30)의 공헌은 상대적으로 가려져 있다. 그러나 이명우가 해낸 성취와 그 뒤에 숨은 노력은 결코 가볍지 않다.

○팔꿈치 수술 받은 투수가 최다등판 투수로!

이명우는 웃는 인상이다. 실제로 성격이 밝고, 잘 웃는다. “왼팔에 수술 자국이 세 줄 나 있습니다”라고 말할 때도 씩 웃었다. 부산공고 재학 시절 2번, 롯데에 와서 1번 수술대에 올랐다. 비교적 부유한 집에서 자랐으나 어릴 때 가세가 기울었다. 어린 마음에 시작했던 야구가 절실하게 다가왔다.

“할줄 아는 것이라곤 야구밖에 없지 않습니까? 내가 야구 잘해서 고생하는 우리 어머니 호강시켜 드려야겠다고 마음먹었죠.”

야구 명문 부산고, 경남고에 진학하지 않은 이유도 집안형편상 장학금을 받고 다녀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시 부산공고의 마운드 사정은 너무도 빈약했다. ‘이명우 말고 투수가 없다’는 소리가 나올 정도였다. 연투에 연투를 거듭했다. 결국 탈이 났고, 수술을 받았다. 이 탓에 졸업이 1년 늦어져 고교를 4년 다녀야 했다.

2002년 신인드래프트 2차 2번, 전체 14순위로 롯데에 입단했다. 동기 이대호는 얼마 안 있어서 슈퍼스타가 됐지만 이명우는 무명시절이 길었다. 2004년에서야 완봉승으로 프로 첫 승을 장식했으나, 후속타가 없었다. 군 제대 뒤 당시 로이스터 감독은 이명우에게 선발 기회를 줬으나 팔꿈치에 또 탈이 났다. 결국 2010년 6월 18일 3번째 수술을 받았다.

기약 없는 재활, 그러나 야구를 포기할 순 없었다. 양승호 감독 취임 후 불펜에서 기회가 왔다. 2011년 37경기에 이어 올해는 30일까지 개인 최다인 50경기에서 등판했다. 프로야구 전체 1위다. 36이닝을 던져 24삼진을 잡는 동안 4사구는 9개뿐이다. 연투 속에서도 방어율은 3.00이다. 성적은 2승1패6홀드지만 어느덧 롯데 불펜의 필승 셋업맨 자리를 굳혔다.

○의리의 부산 사나이!

연투에 힘들 법도 하건만 이명우는 웃는다. 지금처럼 야구가 잘된 적도 없고, 자신은 주인공이 아니라 지금처럼 조연이 더 잘 어울린다고 겸손하게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성배 형은 진짜 위기에서 막아주니까요”라는 말속에서 김성배만 주목받는 현실에 대한 아쉬움은 전혀 없다.

이명우를 받쳐주는 원천은 어머니와 누나, 그리고 약혼녀다. 누나는 이명우가 야구에만 전념하도록 고교를 중퇴하고 취업했다. 나중에 검정고시로 고교를 마쳤다. 12월 결혼 예정인 초등학교 동창 박주희 씨와는 13년째 열애를 했다. 그 헌신에 보답할 수 있는 최선이 야구뿐이라고 이명우는 믿는다.

이명우는 성격 좋기로 소문났지만 말이 많지는 않다. 그러나 툭툭 던지는 말에는 부산 남자 특유의 진정성이 담겨 있다. 주위에선 몸 걱정도 해주지만 이명우는 의연하다. 팔꿈치가 닳아도 던지는 것이 자기가 할 수 있는 최선이고, 자기를 알아봐준 사람들을 위해 혼신을 다하는 것이 남자의 본분이라고 믿는, 천상 부산 남자다.

롯데 이명우?

▲생년월일=1982년 6월 3일
▲키·몸무게=185cm·98kg
▲출신교=연동초∼개성중∼부산공고
▲2002신인드래프트 롯데 2차 2번(전체 14순위) 지명·입단
▲2012년 연봉=4500만원
▲2012년 성적(30일까지)=50경기 2승1패6홀드 방어율 3.00(36이닝 24탈삼진)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트위터@matsri21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