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2012]‘하늘’이 도운 여자양궁 7연패 위업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7월 30일 07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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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여자양궁 단체전에서 올림픽 7연패 위업을 이룬 데는 하늘의 도움이 컸다.

29일(현지시간) 런던올림픽 여자양궁 단체전이 열린 로즈 크리켓 그라운드는 비가 오락가락했다.

가끔 폭우가 쏟아지기도 했는데 그 타이밍이 절묘했다.

한국은 첫 경기인 덴마크와의 8강전에서 첫 세 발을 10점, 8점, 10점 과녁에 꽂아 순조롭게 출발했다.

마지막 궁사인 기보배가 시위를 놓자마자 소나기가 쏟아졌다.

갑자기 폭우가 내리자 5500여 관중이 우산을 꺼내 들고 우의를 껴입느라 어수선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덴마크 선수들은 시야를 가로막고 활과 화살을 마구 때리는 빗줄기 속에서 제한시간에 쫓겨 허둥지둥 시위를 놓았으니 결과가 좋을 리 없었다.

첫 궁사가 7점, 두 번째 궁사가 8점을 쏘며 선방했으나 마지막 궁사의 화살은 4점 구역에 꽂히고 말았다.

한국은 첫 세 발에 28-19로 9점짜리 리드를 잡았다.

비는 계속 내렸으나 양측 선수들이 모두 바뀐 환경에 적절히 적응하면서 승부는그대로 굳어졌다.

한국과 일본의 준결승전에서도 폭우가 승부에 영향을 미쳤다.

전반전인 2엔드까지 마쳤을 때 한국과 일본은 108-107로 살얼음 대결을 이어가고 있었다.

3엔드가 시작되자 장대비가 또 내렸다.

일본 선수들이 먼저 9점, 8점, 9점을 쏘자 이성진(전북도청), 최현주(창원시청), 기보배(광주광역시청)는 기다렸다는 듯이 폭우를 뚫고 10점 세 발을 날렸다.

일본은 악천후에 흔들리지 않는 한국의 기세에 주눅이 들었는지 다음 발사에서 7점짜리 실수를 저질렀다.

3엔드가 모두 끝났을 때 한국과 일본의 점수 차는 165-158로 7점이 벌어져 승부는 사실상 갈렸다.

사실 한국 대표팀은 런던에 도착하고 나서 맑은 날이 계속되자 "폭우가 쏟아졌으면 좋겠다"고 기원하기도 했다.

날씨가 너무 맑고 바람이 잔잔하면 진짜 실력자가 손해를 본다는 자신감의 표현이었다.

장영술 한국 총감독은 "런던의 악천후에 철저히 대비했기 때문에 어떤 날씨라도 두려울 것이 없었다"고 말했다.

대한양궁협회는 국가대표 선발전을 치를 때 기록이나 담력뿐만 아니라 환경에 적응하는 능력을 전형요소로 삼는다.

협회 관계자는 "천둥이 칠 때 깜짝 놀라 실수발을 내는 선수나 갑자기 바뀌는 환경에 위축되는 선수는 메이저대회에서 곤란하다"고 말했다.

런던올림픽 대표를 선발하는 평가전의 일부는 진천과 남해 등지에서 바람이 많거나 비바람이 몰아칠 때, 심지어 태풍이 올 때를 골라 치러졌다.

<동아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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