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K! TALK!베이스볼] 137km 강속구는 오치아이의 살신성인 “차우찬, 보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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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7월 24일 07시 00분


전반기 쉼 없이 달려온 8개 구단은 사흘간의 꿀맛 같은 올스타 브레이크를 보냈어요. 전반기를 돌이켜보면 나름대로 목표했던 바를 이룬 팀과 선수도 있겠지만, 반대의 처지에 선 팀과 선수들도 많겠죠. 아무튼 다시 후반기 출발선상에 섰습니다. 야구계 뒷얘기를 전하는 스포츠동아 ‘톡톡 베이스볼(Talk Talk Baseball)’은 올스타전에서 새로운 제안(?)을 한 류현진의 얘기부터 시작해볼까 합니다.

한화 류현진 “투수들도 MVP 타고 싶어요!”

○…프로야구 출범 이후 올스타전 MVP는 타자들의 전유물이다시피 했죠. 아무래도 ‘잘 던져야 본전’인 투수들보다는 홈런 한 방으로 승부를 가르는 타자가 더 인상에 깊이 남을 수밖에 없으니까요. 역대 투수 출신 MVP가 1985년 김시진과 1993년 정명원밖에 없는 이유겠죠. 물론 당시 김시진은 6이닝, 정명원은 3이닝을 던졌으니 가능했고요. 하지만 요즘은 올스타전 선발투수도 길어야 2이닝을 소화하는 게 전부에요. 그래서일까요. 21일 올스타전에서 2이닝 퍼펙트로 우수투수상을 탄 한화 류현진이 짐짓 볼멘소리를 했습니다. ‘투수는 MVP 힘든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자 “맞아요. 투수들은 진짜 힘들어요. 투수들을 위해서도 뭔가 어떻게 해줬으면 좋겠어요”라며 웃은 겁니다. 홈런 레이스나 번트왕처럼 투수들을 위한 번외 이벤트도 필요하다고 했고요. 대한민국 에이스의 깜짝 제안에 내년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어떻게 화답할지 궁금합니다.

오치아이 코치가 137km 강속구를 던진 이유

○…삼성 오치아이 에이지 투수코치는 2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일 레전드 매치에 일본 레전드 자격으로 참가했습니다. 친선경기였지만 한·일전이라 그런지 양 팀의 보이지 않는 신경전이 대단했는데요. 한국에서 3년째 생활하고 있는 오치아이 코치도 각오가 남달랐습니다. 경기 전 “오늘은 무슨 일이 있어도 잘 던져야 한다”고 이를 악물었는데요. 하지만 이유는 한·일전이기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바로 “우리(삼성) 선수들이 보고 있으니까”였습니다. 특히 평소 ‘당근’은 쏙 빼고 ‘사랑의 채찍’으로만 대하는 차우찬에 대한 경계심(?)을 드러냈는데요. “차우찬이 보고 있으니 꼭 잘 던져야 한다”고 전의를 불태우더군요. 차우찬도 “코치님의 성적을 알려달라”며 맞불을 놨고요. 결과는 오치아이 코치의 ‘완승’이었습니다. 오치아이 코치는 8회 등판해 시속 137km의 빠른 볼에 초구를 스트라이크로 잡는 공격적 피칭을 선보였습니다. 비록 안타를 맞으며 2사 2·3루 위기를 맞았지만 삼진으로 돌파하는 위기관리능력도 보여줬고요. 항상 볼이 많고, 풀카운트 승부가 잦은 제자에게 교훈을 주기 위해 어깨가 빠져라 힘차게 공을 던진 스승의 살신성인이었습니다.

잠실구장 개장 1호 홈런볼의 가치는?

○…삼성 이승엽은 한·일 통산 500홈런에 1개차로 다가섰죠. 그러다보니 삼성 구단은 이승엽의 500번째 홈런볼을 회수할 방법을 놓고 고민이 많습니다. 역사적 가치가 있는 볼인 만큼 공을 주운 팬에게 ‘소정의 상품’을 주면서 교환할 예정인데요. 홈런볼 잡기 경쟁이 필요 이상으로 가열될까봐 소정의 상품에 대해선 아직 발표를 하지 않고 있답니다. 삼성은 홈런볼을 회수하는 즉시 경산볼파크 내에 있는 삼성 역사관에 보관을 할 계획이라고 하네요. 그런데 이승엽의 500홈런볼 회수에 관한 얘기가 화제가 되자 삼성 류중일 감독이 삼성 구단 직원에게 “내 공은 관심이 없나?”라며 웃더군요. 무슨 공인지 궁금해하자 “잠실구장 개장 1호 홈런볼을 내가 소유하고 있다”며 헛기침을 했습니다. 1982년 7월 17일 잠실구장 개장 기념 우수고교초청대회 결승에서 당시 경북고 3학년이던 류 감독이 6회말 부산고 김종석을 상대로 잠실구장 1호 홈런을 날린 것은 유명한 일이죠. 당시 부친이 3루쪽에서 아들의 홈런이 터지는 순간 왼쪽 외야 관중석까지 달려가 “내가 류중일 아버지인데 공을 줄 수 있느냐”고 부탁해 받아왔다고 하는데요. 류 감독은 “공짜로는 안 된다”고 포문을 열었습니다. 결국 삼성 송삼봉 단장의 귀에 이 얘기가 흘러들어갔습니다. 송 단장이 멀리서 “1000원에 하자”고 애교(?)를 부리자 류 감독도 폭소를 터뜨리고 말았습니다. 류 감독의 잠실구장 1호 홈런볼은 아무래도 삼성 역사관보다는 훗날 야구박물관이 세워지면 거기에 보관하는 편이 더 어울릴지 모르겠네요.

스포츠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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