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산 폭격기에 고개 숙인 대마신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7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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宣, 선발 맞대결서 삼진쇼 한일 레전드매치 5-0 완승
2안타-호수비 이종범 MVP

“던지다가 경련 일어날 수도 있어.”

선동열 KIA 감독은 20일 잠실에서 열린 한일 레전드매치 시작 전부터 엄살이었다. 이날 선발투수를 맡은 선 감독은 경기 전 겨우 20분 정도 캐치볼을 했을 뿐인데 땀범벅이었다. 하지만 상대 선발투수가 일본에서의 라이벌 사사키 가즈히로 TBS 해설위원이었기에 질 수 없었다. 선발 포수인 이만수 SK 감독과 미리 사인을 맞추며 필승을 다짐했다.

선 감독은 오랜만에 마운드를 밟은 탓인지 초반 제구력 난조를 보였다. 첫 타자 이시게 히로미치를 유격수 땅볼로 잡았지만 도마시노 겐지에게 7구 끝에 볼넷을 내줬다. 그 후 고마다 도쿠히로에게 좌익수 앞 안타를 맞으며 1사 1, 2루 위기에 처했다.

‘무등산 폭격기’의 진가는 위기에서 빛났다. 선 감독은 통산 525홈런의 거포 기요하라 가즈히로를 뚝 떨어지는 커브로 헛스윙 삼진 처리한 데 이어 무라카미 다카유키에게 이날의 최고시속인 130km 직구를 던져 삼진을 잡아냈다. 투구 수는 18개. 평균 구속은 120km를 웃돌았다. 1이닝 1안타 1볼넷 2삼진 무실점.

포수인 이 감독과의 호흡도 완벽했다. 선 감독은 “고개를 한 번 흔든 거 빼곤 전부 이만수 감독의 리드를 따랐다. 기요하라는 빠른 공을 잘 치는 타자라 낮게 깔린 변화구로 승부한 게 주효했다”고 했다.

반면 경기 전 강한 자신감을 보였던 사사키 위원은 한국 타자들에게 혼쭐이 났다. 테이블 세터(1, 2번 타자)인 이종범 전준호가 연속 안타로 무사 1, 3루의 기회를 만들었고 양준혁과 김기태 LG 감독이 각각 타점을 올려 2점을 뽑아냈다. 사사키 위원은 1이닝 동안 공 20개를 던지며 4안타 2실점해 선 감독과의 대결에서 완패했다. 그는 “역시 선동열은 위대한 투수였다”며 패배를 인정했다.

한편 1949년생 일본 투수 무라타 조지는 5회 등판해 양 팀 투수 통틀어 가장 많은 공(38개)을 던지며 노익장을 과시했다. 무라타는 예순셋의 나이에도 120km대 중반에 이르는 직구에 현역 시절 주무기였던 포크볼까지 선보여 박수갈채를 받았다. 최우수선수(MVP)의 영광은 5타수 2안타 1득점에 현역 시절을 보는 듯한 다이빙 캐치를 선보인 이종범에게 돌아갔다. 한국이 5-0으로 승리했지만 양 팀 선수 모두 결과와 관계없이 활짝 웃으며 경기장을 떠났다.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선동열#한일 레전드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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